마을 사무실은 주민과 소통공간이다
마을 사무실은 주민과 소통공간이다
  • 김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16 0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월은 나에게 여러 의미가 있다.

내가 태어난 달이자 결혼한 달이고, 사회복지사로써 처음 일을 시작한 달이 4월이다. 올해 마을센터 개관식도 4월에 열렸고, 마을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도 20154월이다.

20154월의 어느날 마을 사업에 대해 주민설명회와 추진위원회의가 잡혔다.
설명회는 마을사업에 대해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기본계획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다. 그 후 열린 추진위원회의에서는 주민대표들이 모여 향후 사업추진에 대해 논의 했다. 그 자리에서 처음 주민 분들과 추진위원회 위원님들께 인사 드렸다.

위원장님께서 나를 소개할 때 사회복지사이며, 복지기관에서 경험이 많다고 소개해 주셨다.

안녕하세요. 사무장으로 일하게 된 김석 입니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지만 주민 분들을 도와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부위원장님이 사회복지사라서 참 좋다고 하셨다.

사무실을 얻다

그 날 추진위원회에서 주로 논의된 내용은 권역의 공식명칭 변경과 사무실 마련 등 이었다. 회의에서 공식명칭을 기존의 외갓집권역에서 의견 수렴과 투표를 통해 두월천노을권역으로 변경되었음을 공표했다.

사무실은 사무장도 채용되었고, 마을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면 꼭 필요했다.
마을의 빈집을 임대하는 방법부터 마을 정보화센터를 이용하는 방안, 컨테이너를 놓고 사무실로 활용하는 안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상사마을에 빈집이 하나 있으니 한번 보고 거기를 사무실로 이용해도 좋겠다." 하신 분도 계셨고, "컨테이너를 놓으려면 땅이 필요하니 우리 밭의 일부를 제공해 주겠다." 하신 분도 계셨다.

위원장님과 빈집도 둘러보고, 컨테이너도 알아보고, 컨테이너를 놓을 수 있는 공간도 둘러봤다. 하지만 비용적 측면과 향후 관리 운영, 원활한 소통 등을 고려했을 때 적합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며칠을 고민하다 위원장님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앞쪽에 보이는 2층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에 거주하시는 분이 운영하는 전통찻집 건물이었다. 위원장님께 우선 사무실을 얻기보다 찻집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추진해도 좋겠다말씀 드렸다. 매일 사무실에서 처리해야하는 일이 많지 않았고, 스마트워크를 적용하면 충분히 찻집에서도 업무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위원장님께서 한번 알아 보겠다 하시더니 그날 저녁 전화가 왔다.
찻집 1층에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을 쓰기로 했다고 했다. 약간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공간은 물론 인터넷과 전기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위원장님 댁에서도 가까워 소통하기도 수월하고, 혼자 근무하는 입장에서 공간도 적합하고 회의가 필요하면 2층 찻집을 이용하면 되니 최적의 장소가 마련된 셈이다. 찻집 입장에서도 비어 있던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회의를 위해 찻집을 이용하게 되면서 찻집을 이용하는 손님이 증가하고 작지만 수익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마을에도 마을주민에게도 서로 좋은 방안이었다.

그렇게 사무실을 얻기 위해 혼자 고민하기보다 함께 주변을 살피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니 방법이 찾아졌다.

첫 마을사무실 전경
첫 마을사무실 전경

마을공간=소통공간

사무실을 마련하고, 출근하니 사장님께서 향긋한 커피를 타 주셨다. 그 후로도 사장님을 뵐 때마다 맛있는 차를 대접해 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마셨다. 회의 후 마시는 차를 할인해 주기도 하고, 무료로 제공해 주기도 하셨다. 마을에 사회복지실습생들이 방문했을 때도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지금은 예전 사무실 공간에 마을책방을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렇게 마을 안에 사무실을 마련한 것만으로도 마을주민과의 관계가 쌓이고 그 관계가 마을사업을 추진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공간이 매개가 돼 다른 주민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꺼리'가 생겼다. 

마을에서 사무실(공간)은 단순히 사무하는 공간이 아닌 주민들과 소통의 공간이다.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 역시 주민들과 함께 하니 수월하게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두월노을관
두월노을관

20194월에는 마을센터(두월노을관)가 개관식을 가졌다.
이 공간 역시 주민들과 소통의 공간이 될 것이다. 현재 두월노을관에서는 풍물난타와 원예치유교실을 운영하며 매주 2회 이상 주민들이 오고 있다. 향후에도 침선공예나 방과후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주민들과 마을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갈 것이다.

마을센터는 외부 회의나 숙박을 유치하여 운영비를 마련해야 하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주민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마을에 있는 공간을 외지인만 이용한다면 그것은 마을의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마을에 있는 공간은 마을주민들과 소통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랬을 때 마을과 공동체가 좀 더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다.

두월노을관에서 주민들과 소통
두월노을관에서 주민들과 소통

개관식을 하며 초대장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두월노을관은 마을주민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공간,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쉼과 안식의 공간이길 바랍니다

두월노을마을에 마련되는 공간들은 주민들과 소통의 공간, 즐거움과 행복이 있는 공간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