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함께 확진되게 해주세요" 발달장애인 엄마의 기도
"아이도 함께 확진되게 해주세요" 발달장애인 엄마의 기도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0.03.2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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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사실 제가 기도를 드렸어요. 차라리 걸릴 거라면 전부 다 걸리게 해달라고요."

중증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박경수씨(가명·19)의 엄마 최정민씨(가명·49)는 아들에게 죄스러움이 들면서도 두손 모아 기도를 드렸다. 이달 초 스무살 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장애를 가진 아들과 자신 중 1명에게만 병이 전염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만약 딸과 자신만 확진돼 격리된다면 아이를 보는데 서툰 남편이 홀로 경수씨를 돌봐야 하는 것이 걱정됐고 경수씨와 딸만 병에 걸려 격리된다면 아이들이 낮선 환경에서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다행히(?)도 정민씨와 경수씨는 지난 7일 나란히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민씨는 "아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라면서도 같이 병에 걸리길 바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병에 걸려도 치료시설에 입소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충주 지역의 생활치료센터와 연계돼 입소하려 했지만 퇴원 후 장애로 인해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아들을 부축해 홀로 대구까지 와야 한다는 사실에 선듯 입소를 결정할 수 없었다. 이후 대구 시내의 시설로 연결이 됐으나 2명밖에 들어갈 수 없다는 소식에 정민씨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들에 더해 정서불안을 겪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딸도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정민씨는 2명을 수용하는 병실에 3명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없냐며 "저는 땅바닥에서 자도 괜찮다"라고 말했지만 해당 시설은 규정상 2명 이상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대구 내 다른 시설을 소개받았지만 시설 입구까지 한참을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이야기에 정민씨는 다시 한숨을 쉬어야 했다.

여러 입소 시설을 알아보던 정민씨는 확진 이후 일주일이 지난 이달 15일에야 주변의 소개로 서산의료원에 입소하게 됐다. 하지만 입원 이후의 생활도 쉽지 않았다. 아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고 딸도 갇혀만 지내야 하는 상황에 스트레스로 고통스러워했다. 입원 중이던 18일 오전 경수씨가 갑작스러운 발열과 경련을 보였고 정민씨는 딸을 서산에 두고 급히 아들과 함께 천안 단국대병원으로 병상을 옮기기도 했다.

1주일여의 시설 격리 생활 동안 의료진들은 장애를 가진 경수씨에게 각별한 신경을 써줬지만 갇혀지내야 한다는 것에 가족 모두 답답함을 느꼈다. 21일 퇴원을 하면서 정민씨는 '감옥 생활에서 벗어난 느낌'이라 기쁜 감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퇴원 후의 상황도 녹록치 않았다. 시설에서는 아들을 함께 돌봐줄 사람들이 있었지만 퇴원을 한 이상 다시 아들을 온전히 혼자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는 지난해 12월부터 방학을 했고 최근 개학도 연기됐다. 또 발달 장애인들을 위한 지역 복지 시설들도 대부분 휴관해 1시간이라도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가 없는 상황이다. 평일 2~3시간 주말 5~6시간씩 지원받던 활동보조 서비스도 코로나19 확산 이후에 활동보조사를 구할 수 없어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정민씨는 "저희 아들의 경우 종일 눈을 뗄 수 없는 아이라서 애가 깨어 있을 때는 전혀 집안일을 하지 못한다"며 "아들이 새벽 1~2시에 잠이 들면 그때부터 설거지를 하고 청소 집안일을 하다 보면 밤이 새는 경우도 많았다. 증상은 크게 보이지 않았지만 저도 환자였는데 제 몸조리는 아예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가족은 정민씨 혼자가 아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가 전국 7개 시도지부 및 150개 시군구 지회와 전국 70여 개의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발달장애인 35명과 가족 53명이 자가격리 대상이 됐고, 이 중 발달장애인 7명과 가족 10명은 실제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모연대는 "정부는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확진자의 숫자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지원만 하고 있지, 확진자가 상시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는 발달장애인인지, 부모인지 대해서는 아무런 파악을 하지 않고 있다"라며 "장애인 부모가 자가격리 또는 확진 시에도 장애 자녀에 대한 지원은 전적으로 부모가 책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최용걸 부모연대 정책국장은 장애인 복지 지원 체계가 복지기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병 확산 속에 별다른 대안 없이 기관들이 휴관을 하게 되면서 장애인들과 가족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활동보조사를 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복지기관들도 문을 닫아 서비스 지원의 공백을 가족들이 채우면서 가족들이 큰 부담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국장은 "발달 장애인들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 복지기관들을 무조건 휴관할 게 아니라 긴급지원 방안을 모색했어야 한다"며 "평소 복지관 프로그램에 투입됐던 인력들을 최대한 활용해 긴급 지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최 국장은 현재 돌봄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무급 휴가를 내고 자녀들을 돌보고 있는 사례가 많다며 만 18세 이하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에게만 하루 5만원씩의 휴가 비용을 지급하는 '가족돌봄휴가 제도' 개선해 18세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지난 17일 제주도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과 그를 돌보던 어머니가 함께 목숨을 끊은 채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어머니는 코로나19 확산 걱정에 가정에서 아들을 돌봐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 단체들은 감염병 확산 속에 정부의 대책 부재로 부모가 오롯히 돌봄을 책임 져야 하는 상황이 됐고 결국 이런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