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선거’와 ‘묻지마 투표’
‘깜깜이 선거’와 ‘묻지마 투표’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03.3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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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번 선거는 ‘깜깜이 선거’가 될 우려가 높다.

온 국민의 관심이 코로나19에 몰려 있는 사이에 진행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후보자에 대한 정보도 모르고, 정당이 내놓는 약속도 모른다. 각 당에서 공천한 후보들을 서로 바꿔서 알고 있는 국민들이 있을 정도다. 이 정도면 제대로 된 선거라기보다는 대충 찍고 나오는 것이 급선무인 일종의 노역이다.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정당투표용지만 50cm에 이른다고 하니, 이게 선거인지 애들 장난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렵다.

선거는 선거법에 의해서 구획된 일정지역의 대표를 뽑는 정치행위다. 당선자는 4년 동안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대신해서 국정을 감시하고, 정부를 견제한다. 그래서 민의에 충실했거나 그런 훈련을 받은 검증된 사람이 투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각 정당이 내세운 후보들 중에는 그런 역할에 충실한 사람도 있지만, 엉뚱하게 자기 역할에만 충실했던 사람도 있다. 뜬금없이 튀어나온 궁금한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그런데 투표일은 다가오고 있다. 찍을 사람을 골라내지 못하는 선거가 될 공산이 그래서 크다.

후보자들도 자신을 알리기 위한 홍보 방법이 마땅치 않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이 모이지를 않고 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다중유세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 소속되어 있는 정당과 개인의 이름이 붙어있는 판을 목에 걸고 길거리에서 손을 흔드는 것이 선거운동의 전부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표정도 보일 수 없다. 대면접촉은 서로 꺼리는 지경이니 언감생심이다. 이렇게 선거를 치를 수야 없지 않겠느냐는 소리가 있었지만, 전쟁 때도 투표를 했다는 주장에 묻혀서 더 이상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정보가 태부족인 상태의 선거를 이른바 ‘깜깜이 선거’라고 부른다. 이런 때 등장하는 투표방식이 ‘묻지마 투표’다. 묻지마 투표는 오늘의 기형적인 국회를 만든 원흉이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특정정당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 지명도 높은 사람에 대한 신기루 같은 기대, 지역이나 학연이면 무조건 오케이하는 선거가 이 난장판 국회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더듬어서라도 정보를 찾아내야 한다. 후보들의 이력과 평판을 살펴보고, 그가 살아 온 흔적을 확인해서 적임자를 골라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유권자를 가볍게 여기는 자들의 계략을 뚫어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