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있는 사회복지기관 홈페이지를 살리자
죽어있는 사회복지기관 홈페이지를 살리자
  • 전진호 기자
  • 승인 2019.03.06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달의 민족 글쓰기 가이드 제작 후기를 읽다가 문득 생각이 들어 정리해봅니다.

참조: 글쓰기 가이드는 어떻게 써야할까

어느 복지관 홈페이지 개편 작업에 참여하면서 자체 '글쓰기 가이드'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전에야 홈페이지가 구색 갖추기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이들이 정보의 상당수를 홈페이지를 통해 얻고 있잖아요. 하지만 제가 개편 작업에 참여했던 곳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회복지기관에 올라와 있는 콘텐츠를 살펴보면 단순 공지사항과 보도자료를 '복붙'해 놓은 수준이라 정보를 찾기 위해 들어온 사람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거든요. 더 심각한 것은 이 글이 기관의 정체성에 기반해 쓴 글인지 의문이 드는 콘텐츠도 상당해 어떤 식으로든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주민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만날 구실을 고민한다는데, 이미 만들어진 데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도구를 왜 활용하지 않지? 들어가 봐야 별 내용이 없으니 관리자조차 찾지 않는 홈페이지를 왜 비용을 들여가며 운영하지? 의문이 들 수밖에요. (이건 밖으로 나가 주민들 만나라고 하면서 밖에서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노트북, 클라우드 등)은 만들어주지 않고, 이 업무는 부수적으로 치부해 결국 사무실에 돌아와 잔업을 해야 하는 모순과 같다고 할까요.)

​제 포지션은 홈페이지 디자인을 변경이었지만 이왕이면 실용적인 홈페이지가 됐으면 하는 욕심에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봤더니 나름의 고충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글 쓰는데 훈련이 안 돼 있어 쓰는 일 자체가 어렵다,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다,
업무가 추가되니 힘들다....

맞는 말입니다. 뭔가를 생산해낸다는 것 자체가 부담감을 동반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걸 좋아할거야'라는 마음으로 (공급자 중심의)사업을 완벽하게 짜고, 시행을 해 목표 수치에 도달하면 완료! 누가 보거나 말거나 목표 수치엔 도달했으니 나(우리)는 다했어!! 이건 아니잖아요.(그 이상 뭐가 있냐고 항변하는 분도 있겠지만 -_-;; 그건 논외로 합시다.)

​그렇다면 무슨 내용을 어떻게 담아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우리가 욕구와 의견을 반영해 어떤 마음으로 이 사업을 기획했으며, 이렇게 진행해가고 있으며, 사업 시행 중 받은 피드백들을 어떤 식으로 반영했는지, 그 결과 당초 목표 중 어느 정도가 반영됐고, 아쉬움은 무엇이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홈페이지에 기록하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요즘 유행하듯 누구를 만났는데 무슨 얘기를 했으며.... 미주알고주알 이런 내용을 담자는 게 아니라 전하고 싶은 핵심만 간결하게요. (제가 예를 든 것처럼 글을 쓴다면 한 사업당 최소 4꼭지의 글을 쓸 수 있겠네요.)

​누군가에게 무엇을 쓰려면 우선 타깃을 정해야겠죠. 우리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리면 어떤 사람들이 들어올 것이고, 읽을 것이며, 이분들에게 어떤 피드백을 기대한다는 식으로 가상의 인물군을 설정하는 거죠.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크게 사장님/고객님으로 나눠 생각하고 있네요. 물론 각각의 글들은 더욱 구체적으로 대상을 포커싱 해 글쓰기를 할겁니다.)

​글을 써서 고객과 소통하겠다, 내(우리)가 생각하는 고객은 누구다까지 정해졌으면 어떻게 쓸 것인가인데, 바로 이 지점에서 '글쓰기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링크 걸어놓은 문서를 읽어보시면 느끼겠지만, 가이드라인은 글을 잘 쓸 수 있는 스킬을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어떤 관점으로 (전사적으로) 일관성 있게 글을 쓸 수 있는지를 담은 설명서인 셈입니다. 그냥 쓰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써야할지 가이드도 주질 않다니. 이건 마치 사전에 조율하지 않은 사업을 던져주며 진행해봐 지시하길래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으면 '내가 그거까지 설명해줘야'하는가 말하는거와 다를바 없죠. 드라마 속 현빈이 직원에게 "이게 최선이예요?"라고 되물으며 괴롭히듯.

​어찌어찌해 가이드를 만들었고, 이를 숙지했으나 여전히 글쓰기가 어렵다고요?

본인이 사업을 진행했으니 내용에 대해선 잘 알 테고, 이걸 화려하거나 뛰어난 문장에 얹으려고 하기보다 누군가에게 말로 설명하듯 글로 차분히 설명해주는 정도면 된다고 생각해요. (일단 도전해보세요. 처음 컴퓨터를 배울때 수도없이 자판연습 하듯 말이죠. 소설이나 에세이와 같은 감성을 담은 글이 아니니 금새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할거예요.)

​어쨌거나 기록물을 만든다는 행위도 에너지를 발생한 일이니 이를 상쇄시켜주는 조치도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홈페이지에 기록물을 남기는 일도 업무 중 하나로 봐야 함은 기본일 테고, 관리를 위해 제작하는 서류를 이 기록물로 대체한다는 식으로요.

고객들의 욕구는 다변화하고 커져만 가는데, 관리자의 자위에 그치거나 캐비닛 속에 직행할, 현학적인 말로 가득한 사업계획서나 보고서, 시시때때로 부여하는 목표-실적표 만드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고 빠르게 대응하자는 거죠. 모르긴 몰라도 관리자조차 서류 속 사업으로만 인식하던 일을 현실감각 있게 느끼게 되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 판단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고객의 피드백까지 도달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일을 해나가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겁니다.)

여러분들의 홈페이지는 고객들과 만날 수 있는 훌륭한 소통도구라는 점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