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젊은 사람이 없어!?
마을에 젊은 사람이 없어!?
  • 김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0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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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과 소통하는 마을만들기

요즘 농촌마을의 특징이라고 하면 많은 경우 '고즈넉하다'를 떠올린다.
고즈넉하다는 표현은 '한적하고 아늑하다'는 뜻이다.

그 만큼 여유로움, 한가함, 고요함, 아늑함 등이 농촌마을을 대변하는 말이 되기도 한다.

바쁜 도시에서는 여유와 한가함, 고요함을 좇을지 모르나, 농촌마을은 그 한가함과 고요함이 싫을 때도 있다. 농촌마을에 젊은사람, 일할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 생각한다. 농촌마을에 나이 많은 어른들만 있는 것이 아니고, 젊은이들이 왕래하고 함께 일하며 함께 어울려 사는 곳이었으면 한다.

마을에서 활동하며 힘을 쏟은 것 중에 하나가 청년들이 마을에 오게 하는 것이었다.
아직까지 마을에 이사를 오거나 정착한 청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년들과의 소통의 경험을 늘린 결과 주민들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많아지고, 청년 한명이 마을 사무장으로 와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청년사진작가의 사진교육

첫 시도는 청년사진작가의 사진교육이었다.
마을경로당에서 핸드폰 사진교육을 기획할 때 강사로 누구를 섭외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단순히 사진만 잘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청년사진작가의 사진교육
청년사진작가의 사진교육

사진기술이 뛰어난 강사보다 주민들, 어르신들과 함께 호흡을 더 잘하는 강사가 필요했다. 다행히 전국을 돌며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고 좋은 일을 약속받는 일을 하는 청년사진작가를 알게돼 그 작가를 섭외하게 됐다.(물론 마을사진교육도 무료로 진행한 것은 아니다.) 청년활동을 하며 개인적으로 알게 된 연이 큰 도움이 됐다.

청년사진작가는 어르신들께 사진기술이나 핸드폰을 가르쳤다기 보다, 사진을 통해 어르신들의 추억을 쌓아 드리고, 또한 추억을 꺼내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독사진이나 삼삼오오 사진을 찍으면 그자리에서 바로 출력해서 나눠드리고, 빛바랜 흑백사진을 가지고 오면 보정하여 액자에 담아드리기도 했다. 그렇게 사진을 매개로 청년과 주민들이 2년여 소통을 했다. 그 기간동안 마을 어르신들의 표정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도 마을회관에 가면 어르신들께서 그 청년의 안부를 묻는다. 청년도 가끔 마을에 들러 어르신들의 표정과 풍경을 사진으로 남긴다.

청년사진작가의 사진교육
청년사진작가의 사진교육

청년캠프

여름밤 풀벌레소리 들리는 농촌마을에서 친구들과 도란도란이야기 나누는 것이 청년들의 로망 중 하나 아닐까? 여름밤 아이들(청년들) 뛰노는 모습 보면 마을어르신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그렇게 마을에 청년캠프를 유치했다. 청년문화기획사 '우깨'에서 청년북캠프를 진행하는데 마을에서 하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청년캠프 '리틀북포레스트'
청년캠프 '리틀북포레스트'

60명씩 2박3일간 2회에 걸쳐 진행했다. 마을에 있는 학교를 섭외하여 캠프의 메인 공간으로 이용했다. 6개 마을회관은 청년들의 숙소가 되었다.

식사는 불로마을과 상리마을 부녀회에서 맡아 주셨다. 청년들이 마을 곳곳을 누비며 추억을 쌓고, '아주오래된 지혜'라는 주제로 마을어르신들의 이야기도 듣고, 기록으로 남겼다. 2박3일동안의 마을에서의 추억을 입간판에 새겨 추억의 장소에 가져다 놓기도 하고, 농촌마을에서 한여름밤 콘서트와 팜파티를 즐겼다.

청년들이 마을에서 캠프를 진행하는 곳마다 마을주민들 몇몇이 함께 했다. 숙소를 챙겨주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식사를 준비하고, 콘서트를 같이 즐겼다.(소음으로 불편을 겪으신 주민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못함에 죄송한 부분이다.)

청년캠프 '리틀북포레스트'
청년캠프 '리틀북포레스트'
청년들이 만든 입간판
청년들이 만든 입간판

그렇게 청년들과 2회에 걸친 캠프를 하고 나서 마을에 활기 있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캠프에 다녀갔던 부천의 청년은 마을이 그립고 소개하고 싶다며 교회 청년들과 함께 가을에 다시 방문하여 1박2일 동안 마을에서 또 다른 추억을 쌓고 갔다.

마을어르신들도 청년들이 마을에 오는 것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고, 청년들이 오면 더 세심히 챙겨주려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