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의 날적이, '나, 함께산다'
거주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의 날적이, '나, 함께산다'
  • 유준용
  • 승인 2019.04.1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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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아저씨

안녕하세요
책 읽어 주는 아저씨 유준용입니다. 

여러분들 다 아시다시피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 4월은 장애인의 달이라고 합니다.  4월을 맞아 특별히 장애인 관련 그런 책을 여러분께 소개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다함께 산다'라는 책입니다.  
글 서정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정택용님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출판사 오월의 봄) 

이 책은 시설 밖으로 나온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한 분들은 '탈시설'이란 말을 많이 들어 보셨을 건데요, 현재도 우리 사회에서도 장애인들의 탈시설화 정책에 대한 다양한 요구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장애인들이 생각하는 탈시설화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한번 알아 보기 위해 오늘 이 책 '다함께 산다'를 추천 책으로 골랐습니다. 

<아래는 책의 한대목, 내가 떠나지 않는 이유(이종강)의 후일담 '맑고 깊은 물' 중 한 대목입니다> 

그런데 자꾸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존재 투쟁이라면 차라리 시설 밖에서 겨루는 것이 더 큰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그러나 그 아쉬움을 함부로 표현할 수도 없다.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가 시행되지 않는 이상, 수급 지원이 최저생계를 보장할 수 있을정도로 안정이 되지 않는 이상, 수시로 아픈 그에게 현행 제도로는 사실상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는 가난한 사람부터 죽게 한다. 

건강하지 못한사람부터 죽게 한다. 가난한 사람, 건강하지 못한 사람부터 보호하지 않는, 약자를 부단히도 죽음으로 내모는 시설 밖도, 어쩌면 낙오와 배제를 내면화하는 또 다른 거대한 시설일지 모른다. 

언젠가, 아침 나절 부터 찍기 시작했는데 저녁 4시가 되어서야 보낸다는 게 문자를 받은 적이 있다.
역시나 그의 이야기가 한동안 날 아프게 하던 즈음이었다.
담담하게 그는 나를 위로하듯 타일렀다. 아니 타이르듯이 위로했다.

듣는 일에 대해, 또 그것을 기록하는 일에 대해, 앞으로도 당신은 결코 가볍지 않은 몸살을 자주 알게 될 것이라고... 때 아닌 겨울비는 마침 앓기 좋은 날씨가 아니겠느냐고...

어떤 이의 한 줄, 어떤 이의 한마디는 오랜 시간과 여러 번의 되새김 끝에, 뒤틀리는 근육과 숨찬 호흡으로 겨유 내뱉어진다. 

응축된, 시보다도 응축된 나를 통곡하게 만드는 말들이여! 
그날 나는 다시는 함부로 글을 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예언대로 결코 가볍지 않은 몸살을 자주 앓은 뒤에야 끝내는 때마침 앓기 좋은 날이 있다는 것도 받아들일 즈음에서야, 나는 겨우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아침나절에 쓰기 시작해 저녁 나절에 한 줄 마침표 찍는, 결코 함부로일 수가 없는 그런 글을...

결국 그는 나를 삼켰다.

그는 나를 삼킨, 맑고 아주 깊은 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