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주민과 청년, 애증의 관계가 됐다고?
마을주민과 청년, 애증의 관계가 됐다고?
  • 김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12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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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소통하는 마을만들기2

농촌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어르신들이니 청년들이 오면 좋아할까. 
비단 청년뿐 아니다. 농촌마을의 주민들은 외지인을 반기기도 하지만 경계하기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길게든 짧게든 외지인으로 인해 일상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마을에서 긍정적 이든 부정적 이든 변화라는 것을 빠르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고 서로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청년, 마을에 봉사활동을 오다

2017년~2018년 마을에 대학생 농촌봉사활동팀(이하 농활팀)이 왔다. 대학생들은 주로 여름방학에 봉사활동을 온다. 어떤 작물을 재배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요즘 여름에 농촌에서 농사일로 봉사활동을 할일이 그리 많지는 않다.(고추 따는 일 등 여름에 일손이 많이 필요한 농사일도 물론 있다.) 혹여 대학생들에게 농사일을 시킨다고 하여, 주민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일손을 거든다기 보다 시늉(흉내)만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벽화그리는 농활팀
벽화그리는 농활팀

우리마을에서는 농활팀에게 농사와 관련한 봉사활동을 하지 않게 했다. 대신 마을회관에서 식사 준비를 하여 주민들을 초대해서 같이 식사 하고, 함께 영화 보고, 마을청소 하고, 벽화 그리고, 마을홍보영상 만들고, 어르신 집에 찾아가서 밥을 얻어 먹는 등의 봉사활동을 하게 했다. 대학생들은 농사일을 하러 온 줄 알고 있다가 그것이 아닌 다른 활동들을 하게 되니 생기가 돌고 재미있게 활동 했다. 그 모습에 주민들도 많이 호응 했다.

낮시간동안 이렇게 봉사활동을 한 것은 좋았다. 문제는 밤이었다.

다들 아는 것처럼 대학생들의 하루 일과는 대략 9시 넘어 시작해 새벽2~3시까지 이어진다. 특히나 선후배끼리 4박 5일정도 농촌마을에 와서 합숙을 하니 자유로운 그 시간을 오죽 만끽하고 싶어했으랴. 하루도 빠짐없이 밤마다 술판이 벌어졌다.

농촌마을의 하루 일과는 새벽4~5시에 시작해 저녁8시~9시면 마친다. 저녁8시가 넘으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마을의 많은 불들이 꺼지고 조용하다. 밖에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 간혹 밤에 밖에 나오기라도 하면 동네 강아지 우는 소리가 온 마을에 퍼진다.

이렇듯 청년들의 시간과 농촌마을 주민의 시간이 다르다. 이것이 함께 하는데 어려움이 된다. 대학생들에게 저녁8시 이후에는 되도록 큰소리를 내지 말고, 밖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야기 해도 술을 마시고 삼삼오오 밖에 나와 있거나,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마을회관에서 숙식을 하는데 아무리 작은 소리로 이야기 해도 조용한 마을의 밤엔 그 소리가 옆집담장을 넘기 마련이다. 술 먹을 때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작아질래야 작아질 수가 없다.

두해는 어찌어찌하여 대학생 봉사활동을 받았지만, 그후엔 주민들이 불편함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대학생 농촌봉사활동팀은 더이상 받지 않기로 했다.

사회복지 실습생, 마을에 오다

사회복지실습생 역시 2017년 여름부터 마을에 오기 시작했다. 김제사회복지관과 협약을 맺어 농촌복지의 새로운 모델을 함께 만들어보고자 시도한 것이었다. 실습생들이 김제사회복지관에서 실습을 하지만 합숙을 마을에서 했다. 2017년 여름 1기를 시작으로 2019년 겨울까지 4기가 마을에서 함께 했다.

농활팀과 같은 대학생들이고 마을에서 먹고자는 것이었지만, 사회복지실습생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실습생들은 대부분 낮에는 김제사회복지관으로 출근하여 실습을 진행한다. 저녁에 마을에 와서 기록하고 숙박을 한다. 주말에는 마을주민들께 인사도 하고 쉼도 즐긴다.

마을 인사하는 실습생
마을 인사하는 실습생

농활팀처럼 밤새 술판을 벌이지도 않고, 인사도 잘하고, 같이 버스를 타고 다니며 안면을 트니 주민들이 이거저것 먹을것도 챙겨주신다. 기간도 1달에서 1달반정도되는 시간이다 보니 서로에 대해 알고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실습생들은 실습을 마친 후에도 마을에 방문하기도 하고 놀러 오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 관계가 쌓이니 주민들은 불만보다 반가움과 즐거움으로 실습생들을 맞이 한다.

마을에 실습생이 있다는 소식에 수원의 광교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들과 실습생들이 4박5일의 실습을 마을로 오기도 하고, 대전의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실습생들과 슈퍼바이저가 방문하기도 했다. 사람들과 함께 하니 사람이 모이고 그가운데 배움과 추억과 인연이 쌓여간다. 마을주민들의 삶도 조금씩 변한다.

교류하는 실습생
교류하는 실습생
교류하는 실습생
교류하는 실습생

함께 소통할 사람이 필요한 농촌마을

농활팀도 사회복지실습생들도 마을에 보탬이 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목적을 앞세우고, 기존의 질서나 문화를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인 듯 하다. 소통을 얼마만큼 하려고 노력하느냐의 차이인 듯 하다.

농촌마을 주민들은 단순히 젊거나 마을에 보탬이 되는 사람만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을 인정하고, 함께 소통하며, 문화를 만들고 공동체를 만들어갈 사람을 원한다. 자신들을 인정해주고 이해해주면 한없이 베풀고 함께 하려 노력한다.

청년들이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가 통하고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으니 좋아하는 것이다.
농촌을 돕겠다고 또는 농촌을 경험하겠다고, 농촌에서 삶을 살겠다고 농촌마을을 찾는 청년들이 있다면, 자신이 가진 목적을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앞서 주민들이 이제까지 어떻게 살아 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나는 그 안에서 어떻게 함께 할 것인지를 고민하면 좋겠다.

그 시작은 인사요. 소통일 것이다.
나 자신의 잘남과 잘하는 것을 앞세우기 보다 주민들의 잘함을 인정하고 앞세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