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달리기’를 생각한다
‘안철수의 달리기’를 생각한다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04.0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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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의 총선 관련 행보가 특이하다.

몇 차례의 ‘철수’를 거듭할 때 알아보기는 했지만, 정치에 관한 기본적인 의제설정이 영 초딩수준이다.
그가 주장하는 것들도 도무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들이 많다. 특정인이나 특정현상을 공격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대안이랍시고 내세우는 것들도 유치한 것이 적지 않다.

정치가 특정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희망과 신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안철수에게는 그게 보이지 않는다. 오기와 치기(稚氣)로 버무려진 말과 행동이 많다.

그가 처음 공약이라는 것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현재의 상태를 ‘규범의 무정부상태’라거나 심지어는 ‘내전상태’라고 진단했었다. 극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한 언어선택이기는 하겠으나 뜬금없는 표현이고 뚱딴지같은 입방아다. 국민들 사이에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강도 높게 표출되는 분야가 있기는 하다. 그러더라도 그가 내세우는 것과 같이 규범이 무너졌거나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논쟁이 있고 호불호가 엇갈리는 것을 그렇게 싸잡아서 난리가 난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무분별하다. 마치 그러기를 고대하는 사람의 말처럼 들려서 그렇다.

정치인의 언어와 행동에는 감동과 품격이 담겨야 한다. 자극적인 언어구사가 주목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예전에 그가 느닷없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 국민들은 크게 환영했다. 신선했고, 정직해 보였기 때문이다. 다소 어눌한 말투로 새 정치를 언급할 때도 국민들은 응원을 보냈다. 때 묻지 않은 말로 들렸고, 진정성이 담긴 선택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번의 정치적 부침을 겪은 이후에는 도무지 알아 들을 수 없는 혼잣말이 많아졌다.

특별히 이 판국에 시도하는 ‘난데없는 달리기 이벤트’는 도대체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돌출행동으로 보여 측은하기까지 하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정치는 급한 마음으로 하면 안 된다. 정치는 정치다워야 하고, 정치인은 정치인다워야 한다. 작은 단체의 대표도 완급과 강약을 조절하고, 행동의 시점을 분별할 줄 알아야 지도력을 인정받는다. 무작정 목소리만 높이거나 유별난 행동을 하는 것이 장땡은 아니다.

정치는 취미활동이나 여가활동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는 한국정치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래도 이왕 달리겠다고 나섰으니 완주하기를 바라고,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하니 몸이나 조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