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슴서늘한 태극기
세월호, 가슴서늘한 태극기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4.1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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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태극기. 제주의 백조일손지묘가 떠오른다.

1950년 4.3 막바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적에게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예비검속을 통해 국가는 알뜨르 비행장 옆 섯알오름에서 무고한 시민 200여 명을 집단 학살했다. 유족은 전쟁이 끝나도 유골조차 수습못하다 6년이 지나 유해 발굴이 이뤄졌으나 서로 뒤엉킨 유골을 수습할 수 없어 한데 모아 묘를 만든 곳이 백조일손지묘다.

국가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들의 묘소 위로 펄럭이는 태극기. 그걸 볼때마다 가슴이 서늘해지곤 한다.

파란하늘 아래 고개 뻣뻣한 태극기의 서늘함을 오늘 또 느꼈다.

6년 전 오늘, 해경 123정은 세월호 선원이 있는 곳에 접안해 선장과 선원을 구출했으나, 퇴선 지시는 없었고, 이로인해 승객 304명이 죽거나 행방불명됐다.
해경의 알 수 없는 행동에 많은 의문이 제기됐으나 검찰은 여전히 수사하지 않았고, 그날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여전히 알 수 없다.

해경의 구명조끼를 입은 세월호 유가족이 해경 경비함정을 타고 세월호 침몰지역을 찾아 헌화했다.
바다에 하얀 국화 꽃이 흐드러지고, 유가족들의 눈물샘이 필 무렵, 세월호 침몰위치를 표시하는 부표 뒤로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가 눈에 들어왔다.

세월호 6주기 하루 전, 총선에서 집권 여당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고, 세월호를 부정한 미래통합당은 참패했다.
공소시효 11개월. 국민이 실어준 힘에 여당은 화답할까.

부표 뒤로 내걸린 조기를 보며 백조일손지묘를 내려다 보고 있는 태극기를 떠올린건 왜 일까.

이제는 세월호의 비극에 대한 실체적인 진실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