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기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서로 성장하기
방어기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서로 성장하기
  • 전재일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0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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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고 타인을 알고, 슬기로운 사회복지사 생활

 

 

조직은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공간이며, 조직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 성과를 만들고 달성해야합니다. 그 어떤 체계보다 역동성이 크고 다양한 관계들이 형성됩니다. 어느 정도 검증되어진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조직에 들어가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세와 태도, 적응력, 의지, 책임감 등 세세한 요소들에 의해 개인의 능력 차이가 나타나게 됩니다.

사회복지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복지관이 수십 대 일, 많게는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입사를 한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수개월이 지나가면서 업무 역량의 차이가 존재하고 경쟁을 뚫고 입사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분들이 생겨납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저는 심리적인 부분들로 이야기를 풀어가겠습니다.

복지관에서 만나는 10가지 상황 예시

#1 외부 기금을 받기 위해 제안서를 단기간에 써야 하는 회의를 진행합니다.
상당시간 동안 침묵이 흐릅니다. ‘내가 어떤 의견을 내었다가는 그 제안서를 내가 쓰게 될 지도 몰라’, ‘내가 쓸 것도 아닌데, 괜히 의견을 내었다가는 그 제안서를 쓰게 되는 사람에게 괜한 피해를 주게 될지도 몰라’ 등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제안서 작성을 피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2 일이 많습니다. 오늘도 계속 페이퍼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기서 직장 상사가 잠시 머뭇거리는 것 같더니, 성큼 다가옵니다. 순간 ‘또 뭘 시키려고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나 다를까 상사는 “혹시 바빠요?”라고 물어봅니다.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좋을지 순간 머뭇거리는데, 이미 표정에는 ‘싫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3 복지관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에게 오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문제의 원인을 내가 제공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은 모른척하고 있는 것이 상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일말의 책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은 이 문제와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4 전 직원 회의를 진행합니다.
관장님께서 제 사업과 관련해서 의견을 주셨고, 저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대충해도 관장님이 잊고 넘어갈 지도 모릅니다.

#5 일이 밀려서 혼이 났습니다. 그런데 더 혼이 난 것 같습니다. 이건 분명히 제가 일이 밀려서 혼이 난 것보다는 다른 감정이 섞인 것이 분명합니다.

#6 복지관의 주요 사업을 우리 팀이 수행했는데, 많은 부분 제 아이디어와 기획, 진행이 빛을 발휘했습니다. 그런데 칭찬을 저 말고 다른 팀원들이 받고 있습니다. 조금 속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누군가는 알겠지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봅니다.

#7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로 마음이 뒤숭숭합니다.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그냥 일에 몰두하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어떤 일에 몰두하다보면 시간이 지나고 기억도 희미해질 것만 같았습니다.

#8 직책이 오르면 월급도 오르고 좋을지 알았지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네요. 어깨에 곰 두 마리는 앉아 있는 것 같습니다.
팀원들에게 슈퍼비전을 주는 것도 부담스럽고 때로는 동료들이 제 말을 잘 듣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냥 팀원이었을 때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팀원들도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데, 저도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습니다.

#9 기관 안에서는 무엇을 하든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복지관에서 제가 해야 하는 일은 재미도 없고 열심히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저를 인정해주는 사람들과의 모임에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 사람들과 만나면 너무 편안하고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10 어떤 분이 슈퍼비전을 주면서 저에게 통찰력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궁금해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통찰력이 생기는 걸까?’ 란 생각이 들어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책도 읽어보면서 성장하고 싶어졌습니다.

2. 나를 보호하는 무의식적 심리 – 방어기제 defense mechanism

이상으로 10가지의 상황을 기술해보았습니다. 제 상상 속에서 또는 제 경험 속에서 만났던 상황들입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익숙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 직장에서 비슷한 조건 속에서 동일한 기회를 가지며 일하고 있지만 위와 같이 어떤 상황에서 보여주는 개인의 방어기제의 모습에 따라서 일에 대한 태도와 성숙함에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방어기제는 프로이트의 논문 ‘방어의 신경정신학’에서 처음 사용되었고, 프로이트는 마음 속에는 서로 반대되면서 충돌하는 2가지 심리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성공적인 삶의 심리학’에서 미국의 정신과 의사 베일런트는 방어기제를 미성숙한 방어, 신경증적 방어, 성숙한 방어기제로 나누었습니다.

미성숙한 방어기제는 자아의 기능이 약하거나 퇴행이 심할 때 작동하는 데 반해, 성숙한 방어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어기제입니다.

미성숙한 방어기제에는 부정(denial), 투사(projection), 행동화(acting out), 건강 염려증(hypochondriasis), 퇴행(regression), 수동 공격적 행동(passive aggressive behavior), 신체화(somatization) 등이 있으며, 성숙한 방어기제에는 이타주의(altruism), 금욕주의(asceticism), 유머(humor), 승화(sublimation), 억제(suppression) 등이 있습니다.

방어기제는 누구나 가지고 있고, 매일 다양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방어기제에 대해 잘 알면, 자신과 타인이 어떤 방어 기제를 사용하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상대방이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할 때 대응 방법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3. 제언

한 조직에서 일할 때, 자신을 이해하는 것도 그리고 동료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어떤 한 사람도 자신과 같지 않습니다. 성장해온 배경이 다르고 경험이 다릅니다. 또 성격도 다릅니다.

여러 요인 속에서 동일한 상황에 대한 이해와 대처가 다른 것은 당연합니다. 그럴 때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그의 방어기제를 살펴보는 것도 동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자신은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조직이 성과를 만들어 갈 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비슷한 생각과 똑같이 우수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 서로 조금 더 성숙해질 수 있도록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다면 좋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방어기제에 대한 생각이 들었고 나눠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