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65% '괴롭힘 경험'…'해결 어렵다고 생각해 침묵지켜'
서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65% '괴롭힘 경험'…'해결 어렵다고 생각해 침묵지켜'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5.09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 무청중 온라인 토론회 개최

“이사장 또는 시설장 친인척이 같은 시설에 근무하면서 불성실한 업무한 것을 다른 직원이 추가로 일하면서 대체했다.”

“매달 월급에서 후원을 강요하고, 바자회 티켓을 강매했다.”

“위탁 및 보조금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공무원 및 정치인이 부당한 지시를 내리며, 이용인이 민원제기를 하면 무조건 직원에게 잘못을 인정하도록 했다.”

“이용인이 민원을 제기한다는 이유로 학대 의심상황을 신고하지 못하게 강요하고, 내부 공익 제보를 방해하고, 부적절한 회계처리를 지시했다.”

서울시 사회복지종사자의 절반 이상이 최근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는 지난 7일  ‘사회복지시설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 무청중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서울시 사회복지종사자 1,14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 경험률은 65.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괴롭힘의 유형으로는 업무환경 악화가 51.7%, 정서적 괴롭힘 45.3%, 정신적 괴롭힘 31.8%, 성적 괴롭힘 10.9%, 신체적 괴롭힘 3.9%의 순으로 조사됐다.

사회복지시설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안전 미확보 32.6%, 후원강요 등 경제적 괴롭힘 25.9%, 종교적 자유침해 19.6%, 비윤리적 업무 강요 16.7%, 특수관계자의 업무 강요 15.2%, (이용자에 대한)학대신고 저지 6.8%로 나타났으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종사자들은 근무의욕이 감퇴하고(59%), 이직을 고민하게 되고(47.9%), 분노나 불안을 느끼며(41%), 병원진료 및 약을 복용하는 경우(5.4%)나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경우도 5.2%에 달해 충격을 던져줬다.

평판 중시하는 사회복지 현장 분위기 개선돼야

호서대학교 이용재 교수는 “직장갑질 119가 2018년 4월부터 1년간 사회복지시설 갑질 123건의 제보를 분석한 결과 임금을 떼인 경우가 24건, 폭언 및  괴롭힘이 23건, 종교 후원 강요가 17건, 관련없는 잡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15건, 성희롱 4건 등 사회복지시설 내 종교 행위 강요, 사회복지종사자에 대한 이용자의 폭력 등은 오래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10인 미만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취업규칙 예외인 소규모 기관이 다수 ▲사회복지시설 운영법인의 불투명한 운영구조, 종교, 가족 등과 연관한 시설 운영 ▲사회복지시설 대부분이 법인 등 상부에 집중된 권력 ▲평판을 중요시 하는 사회복지 현장 분위기 ▲가족같음으로 포장한 군대 문화 혹은 희생을 강요하는 문화 ▲클라이언트 중심 조직 운영 등을 꼽았다.

직장 내 괴롭힘은 여성이 67.1%의 경험을 가졌으며, 연령별로은 20~30대가 69.9%로 높게 나타났다. 시설별로는 사회복지관(72.1%), 장애인 이용시설(71.5%), 노인이용시설(70.1%)이 높게 나타난 반면 장애인 거주시설 52%, 아동 거주시설 56.1%로 상대적으로 낮은 경험치를 나타냈다.

고용형태로는 무기계약직이 81.5%에 달했으며, 기간제나 계약직 67.2%, 정규직 57.1%로 조사됐다.

괴롭힘 당하거나 목격해도 침묵하는 이유…'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

괴롭힘을 경험하거나 목격 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체의 12.3%가 ‘행동을 해도 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5.7%가 ‘직무상 나에게 불이익이 생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괴롭힘 발생후 기관의 대응을 보면 ‘어떤 조처도 하지 않았다’가 전체의 35.2%에 달했으며, ‘피해자에게 사실 확인을 위한 면담 실시’는 19.6%였으나, ‘가해자에게 사실 확인’은 8.9%에 그쳤다. 반면 ‘상사나 동료에게 사실 확인’했다고 응답한 경우가 13.5%로 나타났다.

시설의 괴롭힘 예방 및 해결을 위한 노력으로는 가장 많은 이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강화(19.80%)를 꼽았으며, 지도감독 강화(14.50%), 사회복지시설 표준지침 마련(12.43%)의 순으로 조사됐다.

국제사이버대학교 김수정 교수는 집단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위해 ◆사회복지시설 민주적 운영을 위한 투명성 강화 ◆평가 및 지도감독 시스템 개선 ◆존엄한 노동환경 보장 등을 제시했다.

민주적 시설 운영을 위해 시설운영위원회 종사자 대표 참여 의무화, 시설장 채용 및 평가 시 종사자 의견 반영을 의무화해 평가시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또 채용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표준이력서 사용 의무화와 외부위탁 채용 활성화, 친인척 채용 시 채용과정과 공정성 확보, 시설과 관할 행정기관의 결탁 방지를 위한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또 위탁계약인증, 시설 평가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항목을 포함하는 한편 위탁심사시 괴롭힘 금지를. 포함한 인권보장 계획서 작성을 의무화하도록 제안했으며, 사회복지시설 감사시 인권분야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항목을 포함하고, 신규 시설장 임용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이를 인건비 지원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계약서 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및 인권보호 조항 삽입을 의무화하고, 사회복지시설의 특수한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을 반영한 표준 취업규칙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으며, 사회복지시설 내 학대 은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학대 발생 시 행정처분 과정에 대한 점검과 시설 학대 예방을 위한 지원 강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에 관한 조례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추가하는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민 "괴롭힘 사건 신고했을때 피해자 보호받고 가해자 처벌 받는 게 명확히 드러나야 바뀔 것"

토론자로 나선 사회복지노조 박영민 사무처장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사회복지종사자가 전체의 과반을 넘는게 부끄럽고 유감스럽다.”며 “근로기준법 개정 이전부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문제가 발생해왔으나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은 사회복지시설의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권위주의적인 조직 질서와 조직 내 정보 유통의 빈곤은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불평등을 야기한 결과 ‘모두의 침묵’이 가장 쉬운 방법으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며 “누군가 문제의식을 느껴 신고했을 경우 제보자를 색출하고, 은폐하며 2차 가해가 이뤄지고 심지어 취업을 방해하는 일까지 이뤄지고 있으나 모두가 침묵하고 있다. 신고하거나 개입하더라도 모두가 피곤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며 “교육은 필요조건은 될 수 있으나 필수조건은 아니다. 괴롭힘 사건을 신고했을 때 피해자는 어떻게 보호를 받고 가해자는 어떤 처벌을 받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그 결과 침묵하지 않을때 바뀌는 모습에 대한 확신이 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소규모 시설을 위한 상담 창구 개설 방안에 대해 동의하나 소규모 시설일수록 제보자 신변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지자체의 지도감독이 어떤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신고조차 쉽지 않은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기관 운영위원회의 종사자 참여 보장도 동의하지만, 민주적 시설 운영을 위해서라면 기관 인사위원회 참여가 훨씬 바람직하고 효과적이며, 인사권을 중간관리자 이상이 독점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시설장 채용 시 종사자의 의견을 반영하자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이참에 노동자-이용자-지역사회가 민주적으로 시설장을 선출하는 시설장 직선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현재는 법인이 채용해 임명하는 구조이므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여타 결격요건이 없다면 오로지 법인에 충성하기만 하면 되는 구조다. 사회복지시설의 설립목적이 법인의 발전을 위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시설 제보자 신변 보호 시스템 마련돼야 

현명이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소규모 시설일수록 직장 내 괴롭힘의 경험이 높을 거라 예측했지만 10인 미만 시설 종사자의 괴롭힘 경험이 상대적으로 낮고 10인 이상 시설에서 괴롭힘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등 연구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며 “이런 결과는 종사자 규모가 작은 시설의 경우, 단순히 괴롭힘 발생이 상대적으로 낮고 대규모 시설에서 높게 발생한다고 판단하기 보다 시설유형 등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종사자 규모, 시설 유형 등을 고려한 맞춤형 대응체계를 섬세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노승현 서울특별시 상임시민인권보호관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의거,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시설장이 가해자일 경우 가해자(시설장)가 문제 해결 주체가 돼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피해자가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면, 고용노동부에서 다시 해당 사회복지시설로 이첩하는 과정서 신고자(피해자)가 누구인지 밝혀지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시설장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경우 시민인권보호관의 직무범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시민인권보호관 제도를 활용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시설에는 고충상담원도 없으며, 고충처리 창구도 부재하다. 설사 고충상담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 성희롱 고충 상담원 등을 겸직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전문성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직장 내 괴롭힘을 사회복지시설 의 특성에 맞게 상담 프로그램 운영해야 한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라면서도 “이 상담 프로그램을 누가 개발하고 누 가 교육 등을 할 것인지에 접근하면 책임주체에 대한 문제로 복잡한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서울시나 사회복지시설 현장에서 열린 논의 테이블을 마련해 의견을 모아 고충상담원에 대한 체계적인 전문성 향상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을 위해 노력하여야 하며 시설장, 관리자, 종사자 대상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도 강화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사회복지시설의 직장 내 괴롭힘 구제 대응 모형이 사회복지시설 내 체계를 갖추고 정착되어 나가기 위해서는 초기 외부적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며 “이번 사회복지시설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를 토대로 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노동조합, 서울특별시 등이 열린 논의 테이블 을 마련하여 컨트롤 타워를 세워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