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서비스의 ‘새로운 진로’ 찾기
사회복지서비스의 ‘새로운 진로’ 찾기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05.1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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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바이러스의 감염차단을 위해 사회서비스기관들의 문이 내려진 지, 석 달째다.

문은 내렸지만, 지역사회와 취약계층의 삶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사업들은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여가지원이나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들은 보류했어도 부식지원을 포함한 급식서비스는 가정으로 직접 배달한다. 고위험군에 속하는 노인과 장애인, 보호가 필요한 가정들은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해서 방문이나 전화상담을 통해 고독감과 불안감을 해소한다. 생필품의 지원을 위한 연계사업은 오히려 총량과 빈도가 훨씬 증가했다. 모아서 진행하던 일들의 대부분을 찾아가서 보듬는 일들로 바꾸었다.

당연히 사회복지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의 노동 강도는 한계지수까지 높아졌다.

전문자원봉사자들이 하던 일들의 전부와 특정사업에 참여해서 도움을 주던 봉사자들의 역할까지도 사회복지사들이 모두 떠안았기 때문이다. 달리고, 상담하고, 포장하고, 배달하고, 위로하고, 확인하고, 부재중이면 다시 찾아가는 일이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된다.

지자체는 대면사업의 금지를 요구하지만, 사회복지사들은 끊임없이 지역주민을 만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의 내용은 생명과 연결될 수도 있는 일이어서 한 순간도, 한 사람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노가다’라는 말이 다시 나왔다. 15년 전쯤에 회자되던 말이다. 일은 많고, 급여는 형편없던 시절에 사회복지사들이 자조 섞인 푸념으로 내뱉은 말이다. 그 말이 요즘 사회복지서비스기관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입에서 나온다. 그럴 만도 하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없는 형편이니, 간혹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차분히 앉아서 생각을 나누거나 자료를 열람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여력은 아예 없다. 다수의 사람들이 참여해야 하는 조직화 사업이나 협력사업은 서류로만 돌고 있다. 이러니 하루를 온전히 몸으로 때우다가 퇴근한다.

어찌해야 하나? 지금은 긴급한 상황이기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뭔가 전환이나 변환이 필요한 지점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이 시기에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이 지역주민들에게는 절대적으로 긴요한 일이고, 비상한 때는 비상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기관역량을 다 동원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최선이냐?’는 성찰마저 놓쳐서는 안 된다. 사회복지서비스의 진로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당장은 속 시원한 답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생각이 모아지면 그럴싸한 대답과 멋지게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집단지성의 작동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