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주거권 어디까지 왔니?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주거권 어디까지 왔니?
  • 세밧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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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밧사가 돌아본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1)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주거권 어디까지 왔니?

지난 5월 20일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진행되었다. 몇몇 언론에서는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며 이를 신속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저마다 ‘일하는 국회’를 선포하며 시작했던 20대 국회의 최후의 모습은 정말로 아름다웠을까. 5월 20일 하루 동안 있었던 국회의 모습을 돌아보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어떤 내용인가

작년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 30년이 되던 해였다. 임대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 하는 것으로 개정된 뒤, 30년 동안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세입자들의 권리는 31년이 되던 날은 조금 나아졌을까. 사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 정책을 만지작거리기만 했을 뿐 실제로는 하나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가 요구한 개정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계약갱신청구권제도이다. 이는 전월세 계약기간(현재 2년)이 넘어도, 세입자가 재계약을 요구하면 임대인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이는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세입자가 2년이 지나도 계속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법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다음은 전월세인상률 상한제이다. 이는 전월세 재계약 때 인상률을 일정수준으로 제한하여 임대료 폭등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부동산 매매처럼 전월세 임대차 계약도 신고하게 하는 전월세신고제 도입, 임차보증금 강화, 비교 기준 임대료 도입을 요구했었다.

한편 실제로 이 내용을 발의한 의원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20대 국회가 끝나갈 무렵까지 아무런 진전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21대 총선을 앞두고도 주거권과 관련된 정책들은 주요 공약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드디어 개정이 된다고?

지지부진한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 20대 국회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과 관련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다는 소식이 있었다. 미래통합당 김현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그런데 이 내용이 참 난감하다. 개정, 변화라고 하기엔 정말 너무 아무것도 없다.

김현아 의원이 발의하여 통과된 법안의 주요 내용은 계약 갱신 거절 통지를 임대차 종료 2개월 전까지로 앞당긴 것이다. 그간 전월세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계약 만료 1개월 전에 통보하면 되었다. 즉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충분한 이유가 없더라도 계약 기간이 2년이 되었을 경우 한 달 전에 ‘방 빼’라고 하면 임차인은 이사 가야 하는 상태였다. 그 기간을 1개월에서 2개월로 변경한 것이다. 물론 한 달 사이에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보다는 두 달이 나을 수도 있으나, 이것이 과연 임차인들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직접적으로 줄 수 있을 것인가는 상상하기 어렵다.

또한 추가적으로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은 신청인이 조정신청을 접수하면 지체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조정 당사자가 조정 성립의 수락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 기간은 조정안 통지 후 7일에서 14일로 연장됐다. 이또한 위의 내용과 같다. 기한만 좀 늘어났을 뿐 조정의 상황에서 얼마나 임차인이 자신의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뿐만 아니다. 법조계에서는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강훈 변호사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개정안 부칙에 따르면 법 공포 후 6개윌 뒤 새로 체결되는 계약부터 효력이 발생하는데, 통상 2년 간 진행되는 전세계약의 경우 법이 시행되는 연말 전 전세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은 최소 2년 이후에야 개정안이 적용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즉 이정도 수준의 변화도 3년 뒤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국회가 이러는 동안에 시민들은

국회가 이렇게 머뭇거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에 시민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경제적 약자이자 주거 취약계층인 세입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절벽의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주거비 부담은 더욱 고통스럽게 되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실업상태가 되거나 급여삭감을 경험하고 있는 대부분이 주거비 지출이 소득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것이 곧 거리로 나앉게 되는 상황과 이어질 확률이 굉장히 높다. 한편 이런 최악의 상황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 스페인 등은 코로나19 시기에서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임차인 계약 갱신을 보장하고 연체로 인한 계약 해지, 퇴거를 제한하는 것을 정부에서 방침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거 불평등이 더욱 심각한 한국은 별다른 방안을 고안하지도 내놓지도 않고 있다. 한 달 더 빨리 ‘방 빼’ 소리를 듣는 다고 한국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제 주거권에 대한 개혁적 방향성과 움직임이 절실하다. 21대 국회에서 법안 개정도 필요하지만 시민들이 더욱 당당하게 주거권을 요구하고 쫓겨나지 않을 권리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103%에 육박한다. 계속주거권 보장, 임차보증금 보호 강화뿐만 아니라 임대주택 보급자체도 OECD 평균 이상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더 이상 주택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는 사회가 되어선 안된다.

21대 국회에서 첫 번째로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주거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미 다른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을 살피어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제 분배와 공유의 주거 민주주의는 당장 실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