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부리는데...!
재주는 곰이 부리는데...!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06.0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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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때는 대통령을 비롯한 각급 단위의 공무원들이 보여준 무책임과 무능의 끝판 때문에 온 국민이 좌절했었다.

메르스 때는 맨 꼭대기서부터 끄트머리까지 일사불란하게 허둥댄 꼬라지가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라도 아주 달랐다. 대구시장의 어벙한 처신만 뺀다면,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하는 일원화된 관리체계와 차분하고 논리적인 대응은 국민들에게 큰 믿음과 안도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질본의 안내와 지침은 그대로 생활의 원리가 될 정도였다. 아마 공무원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이번처럼 대단했던 적은 없었지 않았나 싶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의 진정성과 헌신이 바탕에 깔리고 국민들의 성원이 그 위에 쌓이면서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에 대한 확장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염병이 일정한 주기로 만연하게 될 것이라는 석학(碩學)들의 지적도 있고, 노인인구의 증가가 감염병의 취약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겹치면서 질병관리본부가 지금보다는 확대된 역할을 수행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들이 모아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질병관리본부를 독립된 외청(外廳)으로 승격하기로 하고, 정부조직개편을 지시했다. 수고와 헌신에 합당한 멋있는 그림이 나올 것으로 국민들은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관료들이 들고 나온 개편 안은 한 마디로 개판이다. 알짜들은 다 빼버리고, 밤낮으로 일만 해야 되는 명목상의 독립기구로 전락시키려는 술책이다. 누가 보아도 머리는 없애버리고 몸통만 남겨놓은 기형이다. 질병관리의 근원적인 계획이나 감염병의 예방과 치료사업 등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은 불가능한 구조다. 승격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중평이다. 재주는 질병관리본부가 부리고, 이익은 엉뚱한 쪽에서 챙겨간 꼴이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이번 개편 안 역시 국민적 이익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는 일에 목숨을 건 관료들이 주판알을 튕긴 결과다.

사회복지 쪽에도 유사한 일은 널렸다.

중앙이건 지방이건 현장을 지원하고 종사자들을 응원하는 일에는 매우 인색하다. 반면에 한 자리 차지하고서 거들먹거리려는 계획들은 무수하고 창창하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내세우는 말들이야 그럴싸하다. 그러나 안쪽을 들여다보면, 사회복지의 발전이나 확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
그런 일들을 새로 짜고 운영할 돈이면 사회복지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고, 현장에서 뼈 빠지게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처우를 하늘까지 끌어 올리고도 남을 돈들이다.

재주는 사회복지사들이 부리고 있는데, 이익은 엉뚱한 쪽에서 두둑하게 챙기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