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시민적 연대만이 참담한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입장문] 시민적 연대만이 참담한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0.06.0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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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발달장애인 학생과 어머니, 발달장애인 청년과 어머니의 죽음을 접하면서 더 이상 이대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3월 17일, 코로나19로 학교도 가지 못하고 복지시설 이용도 할 수 없는 상황에 가정에서만 지내야 했던 발달장애인 고등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죽는 비극적인 일이 있었다.
지난 6월 3일에는 코로나19로 모든 시설의 이용이 중단되면서, 가정에서 지내던 24살의 청년이 어머니와 함께 죽는 참담한 상황이 이어졌다.

우리는 먼저 죽임을 당한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자식과 함께 목숨을 끊어야 했던 어머니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발달장애인으로 태어난 당사자들의 삶과 죽임의 시간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을까.
장애인 자녀를 뒀다는 이유로 부양의 의무와 돌봄의 책임을 오롯이 감당해 내면서도, 수 없는 날을 죄책감에 시달렸을 그 어머니의 삶은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을까.
열 여덟 해를 키운 자식, 스물 네 해를 키운 생 때 같은 자식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그 참담했을 시간은 어떠했을까.

우리는 우리 사회가 가족에게 부양의 의무를 부과하고, 돌봄의 책임을 내 맡기지 않았다면 발달장애인이란 이유로 죽임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임을 확신한다. 그 어머니가 스무 해를 키운 자식과 함께 목숨을 끊는 일은 단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부양의 의무에서 자유롭고 돌봄의 책임을 함께 나누는 사회였다면, 코로나19의 공포와 함께 오늘의 비극을 마주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더욱 참담함을 억누를 수 없다.

우리는 오늘 발달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로 더구나 그 어머니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무게에 대해 무심했던 것인 아닌지 돌아본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한 어머니와 장애인 자녀의 죽음과 죽임이 아니라, 장애인 자녀에 대한 돌봄의 최종 책임을 전적으로 가정으로 가정 내에서는 어머니에게 내맡겨온 결과가 빚어낸 필연적 참극이라고 단언한다.

인권운동, 장애인 운동을 하고 있다는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해왔는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가족에게 그 부양의 책임이 전가되고, 여성에게 그 돌봄의 책임이 덧씌워지는 환경을 바꾸어 내지 못한 우리 모두가 이 사건의 공범이었음을 반성하고자 한다.
도리어,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그 고통의 시간들을 열 여덟 해, 스물 네 해나 견뎌준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그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부모는 부양의 의무에서 자유롭고, 장애인 당사자는 사회화된 돌봄을 보장하는 사회였다면 그 어머니가 죽음을 결단하지 않았을 것임을 확신한다.
만약, 우리 사회의 환경이 최소한의 조건만이라도 갖추었다면, 죽음을 결단하는 순간이 온다할 지라도 그 돌봄의 최종 책임마저 자신의 몫으로 가져 가려했던 그 어머니의 죽임은 없었을 것임을 증거 하려 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장애인과 가족의 비극.
그 비극을 끝내는 길은,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어머니의 죽음과 죽임을 가르고 재단하는 일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사회화된 돌봄을 보장하고, 그 가족, 그 어머니는 돌봄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이라 생각한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가 의무와 부양의 관계가 아닌 서로가 동등한 주체로 다시 만나는 날이 비극이 끝나는 날이다.
그 길에 함께 나서자!

2020. 6. 8
발달장애인 당사자 단체 경북피플퍼스트위원회

* 본 성명서/논평은 웰페어이슈의 편집 방향과 무관하며, 모든 책임은 성명서/논평을 작성한 정보 제공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