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은 리더 고유의 권한인가?
인사권은 리더 고유의 권한인가?
  • 승근배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1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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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과 인사권의 대립
투쟁과 분쟁보다는 리더와 구성원 간의 선한 의지가 필요
선한 의지란 조직에서 부터 인간존엄과 배분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조직의 정의이자 조직민주주의이다
조직의 리더와 구성원들은 정의(justice)를 선택하는 합리적 존재인가?

조직에서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정의(justice)는 일정한 규범 안에서 규제된다.

사회 역시도 법률이 정한 한도 내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것이다.  법률에 의해 강제됨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믿는 것은 그 법률이 국민의 '동의'에 의해 세워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회의 정의이다. 

조직 구성원들에게 주어지는 자유와 평등 역시도 조직의 규범에 의해서 그 권리가 보장된다. 규범의 중요한 조건은 사회와 마찬가지로 조직과 구성원이 '합의'된 규범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조직의 정의이다. 

조직의 갈등을 들여다보면 표면상으로는 급여 및 처우 등으로 귀결되어 보이지만, 깊숙한 곳에서의 갈등은 자유와 평등의 갈등이다.

조직은 자유와 평등을 규제하려고 하고, 구성원들은 더 많은 자유와 평등을 원한다.
구성원들이 조직에 존재하는 이유는 자유와 평등의 실현인데, 조직은 목적달성이라는 존재이유를 위해 그 자유와 평등을 규제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조직 갈등을 풀어내기 위해 작동하는 것이 사회의 법률과도 같은 ‘조직 규범’이라는 조직의 기준이다.

조직의 규범은 근로기준법, 취업규칙, 내부규정, 그리고 조직과 구성원들과의 합의 등이 있다.
조직에 갈등이 발생할 시, 우선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근로기준법, 취업규칙이다. 법에 의지하는 것이다.

조직은 조직 나름대로 노무사를 선임하여 법의 해석을 자문한다. 구성원들은 노동조합이 있을 경우 해당 노무사, 없을 경우에는 각종 판례들을 뒤진다. 여기에서 갈등의 골을 깊어진다. 노무사의 자문이나 판례의 해석은 너무나 자의적이다.

노무사는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 법을 해석하고 법의 유불리 만을 따진다. 판례의 해석도 자기 측에 유리한 것들만 모은다.
조직의 갈등을 다룸에 있어 우선적으로 법을 학습하는 것은 유리한 것일 수 있으나 결코 유익하지는 않다. 법은 매우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의 인사권(人事權)에 대한 해석은 조직과 구성원들 간에 팽팽하게 대립될 수밖에 없는 이해관계에 있다.

헌법 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되어있다’.
노조법 1조는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근로조건의 향상,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지위향상’이라는 조문을 통해 인사권의 개입을 주장하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반면, 조직은 이를 경영권의 침해라고 주장한다. 단체교섭의 주 메뉴가 인사권인데 노동자의 채용, 승진, 보상, 징계 등에 개입함으로써 노동조합은 조직과 대등한 관계가 되고자 한다. 그런 이유로 인사권을 확보하는 것이 단체교섭의 핵심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조직은 이를 양보하면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 즉 경영권(management right)의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이렇듯 인사권은 법에 근거하여 모두가 만족할 만한 판단을 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인사권 이슈를 조금 좁혀서 비영리조직에서의 인사권을 보기로 하자.
비영리조직의 인사권은 리더의 고유권한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구멍가게나 그런 것이다. 비영리조직, 특히 인사위원회를 두도록 고시나 지침에 의해 강제된 곳들은 인사권은 리더에게 있지만 인사위원회의 권한이기도 하다. 리더는 인사위원회의 장(長)이 될 수 있지만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야 함으로 인사권이 리더에게 있다고 특정할 수는 없다. 또한 인사위원회에 리더가 아닌 다른 외부전문가가 인사위원회의 장(長)이 됨으로써 리더의 인사권을 스스로 제약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하니 인사권이 리더의 고유권한이라고 보는 전통적인 시각은 수정되어야 한다.

인사권에 구성원들을 참여시키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민주적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것임으로 매우 유익한 방법이다. 그런데 구성원들이 인사위원회에 참여시키는 결정은 리더의 몫이다. 또한 인사위원회에 구성원이 위원으로 속해 있다고 하더라도 채용이나 승진 등의 인사사항에 있어서 그 구성원이 이해관계자가 된다면 해당 인사위원회 회의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A팀장이 위원이었으나 A팀을 감원하고 B팀의 직원을 채용할 경우, A팀장의 직위나 직무의 변동이 예정될 경우, A팀장과 리더와의 심한 갈등으로 공정한 결정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등 수없이 많다. 구성원을 인사위원회에 참여하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유익하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이 유익함으로 인해 경영권과 인사권이 충돌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배제일 수 있겠지만 그것을 리더의 월권이라 볼 수 없고, 정의롭지 않다고 할 수도 없다. 인사권에 대한 구성원들의 참여여부는 경영권의 선상에서 함께 종합적으로 논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법으로 돌아가서, 상기에 제시된 다양한 경우에 대해 명확한 법의 해석이나 판례는 없다. 그러니 법이나 노무사 등의 외부전문가들에게 해석을 의지한다면 오히려 갈등이 더 심화될 뿐이다. 너무나 자의적이기 때문이다.

인사권은 자유와 평등에 관한 이슈이다.
조직과 구성원들은 인사권 이슈가 발생하였을 경우, 상대를 부정의(injustice)하다고 정의(definition)해버린다.

구성원의 관점에서 보면 리더는 악덕 기업주이고 리더의 입장에서 보면 구성원들은 떼만 쓰는 어린아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입장일 뿐이고, 리더나 구성원이나 훌륭한 인격적 존재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만, 이를 부정의하다고 보는 것은 의견의 불일치일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것은 의견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법’과 외부의 힘으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관성의 문제이다.

조직은 그리 단순한 곳이 아니다. 하지만 법은 의외로 단순하고 외부의 전문가나 외부 여론이 조직의 이슈를 바라보는 관점도 단순하다. 전문가는 이기면 되는 것이고 외부 여론은 자기입장을 투사할 뿐이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조직의 복잡성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인사권 등 조직의 이슈를 합리적으로 풀어내는 방법은 내부의 힘에 의해서이다.

조직의 규범은 ‘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직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규범은 조직과 구성원들 간의 합의이다. 그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불일치 의견이고 그것이 부정의가 되는 것이다. 그러하니 조직의 정의를 세우는 방법은 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정의는 법으로 해결하기보다는 ‘합의’이어야 한다. 이것이 더 강력한 규범이며 조직의 자본이다. 합의에 의해 결정하는 경험은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자유와 평등을 선사한다. 그리고 자유와 평등을 경험할 때 연대라는, 즉 협업이 발생된다. 그럼으로 합의는 자유와 평등, 연대라는 조직자본(organization capital)을 촉진시키는 유일무의(唯一無二)한 방법론이다.

이에 반해 법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분쟁과 투쟁으로 변질된다. 그리고 외부의 힘에 의해 조직 이슈의 의도 자체도 변질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인사권은 리더의 것이다. 한편,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은 권리의 평화로운 이양이다. 그런데 이 권리라는 것이 쉽게 이양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리더 역시도 권리를 이양하고 싶어한다. 그것이 수평적 조직이고 민주적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양한다고 가정했을 때 또 다른 권리의 위협을 받는다. 바로 경영권이다. 그리고 이 경영권은 리더의 생존권이기도 하다. 그러하니 양자가 만나서 인사권을 분권(decentralization)시키는 것은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법에 있다고, 추세가 그렇다는 것은 절대 논리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억압적인 방법이다.

방법은 오직 하나 서로에게 신뢰를 주고 신뢰를 얻는 것이다. 그러하니 권리의 이양은 그만큼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어떠한 권리의 이양내지는 요구를 할 경우에는 사전에 합의의 원칙을 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권리의 분권으로 발생될 수 있는 어려움도 양자 간에 수렴되어야 한다. 또한 분권으로 감내해야 할 자기규제와 책임은 자발적으로 수용하였는지, 마지막으로 그것이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유익한 것인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과한 후에 얻어지는 것이 선의(good will)의 계약(contract)이다.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 단체협약에는 나와 있지 않은, 조직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서로의 권한을 기꺼이 양도하는 선한 계약이다. 그만큼 권리의 이양은 쉽지 않은 것이다.

법은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일정 정도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해 준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법에 정한 최소한의 보장이다.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요구하는 자유와 평등은 조직과 구성원들이 합의한 규범에 의해서이다. 서로 부정의 한 것이 아니다. 다만 의견이 불일치할 뿐이다. 의견의 일치는 의견을 수렴하는 기회를 통해서 가능하다.

비영리조직은 인사권 등 권리의 분권에 있어서 투쟁이나 갈등 이전에 그 시간을 먼저 가졌으면 한다. 이것은 리더와 구성원들 간의 선(善)한 의지의 문제이다. 그 합의를 통해 인간존엄과 배분적 정의를 이룰 수 있는 선의의 계약을 맺자. 그것이 사회복지 노동자와 리더의 권리이자 책무가 아니겠는가.

조직에서 부터 서로의 존엄과 권리의 배분적 정의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사회에서 어찌 그것을 실현할 수 있겠는가.

결국 경영권과 인사권 등 권리에 대한 이슈의 본질은 본연적 질문을 찾아간다.
과연 조직의 리더와 구성원들은 자유와 평등(인간존엄과 배분적 정의)이라는 조직의 정의(justice)를 선택하는 합리적 존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