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보다는 실현가능성을 먼저 살피자
논쟁보다는 실현가능성을 먼저 살피자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06.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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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복지담론이 다시 논쟁의 주제로 떠올랐다. 국가의 재정지원이나 서비스를 어려운 분들에게 집중적으로 제공할 것인지 아니면 전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 옳은지에 관한 쟁론이 그것이다. 보편적 복지가 옳으냐, 선별적 복지가 옳으냐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박원순 방식이 옳으냐, 이재명 방식이 옳으냐를 두고 입씨름이 대단하다. 박원순 방식은 전국민고용보험제도를 도입이 먼저라는 주장이고, 이재명 방식은 기본소득보장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전자는 형평성의 원리에 기초해 있고, 후자는 무차별성의 원리에 기초해 있다.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전자는 복지의 철학이 담겨 있고 후자는 경제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이 와중에 사이비 전문가들까지 끼어 들어서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막무가내로 늘어놓는 바람에 초점이 다소 흐려져 있기도 하다.

전 국민을 위기상황으로부터 보호하고 삶의 안정성을 보장하자는 취지는 같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국가가 보장하자는 것도 같다. 문제는 그것을 한 방에 할 것인지, 단계적으로 할 것인지의 문제다. 대답은 크게 어렵지 않다. 한 방에 시행하면 모양은 그럴싸하지만 국가재정에 부하가 걸리고, 다른 사업의 추진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단계적으로 실시하자고 하면 그 세월이 아마도 한 백년은 걸릴 것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 전 국민적인 기본소득보장을 목표로 하되 우선은 불평등의 완화에 초점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완벽한 불평등의 해소는 불가능하지만, 악화된 소득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어떤 대책도 ‘모래성 쌓기’가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보호가 필요한 계층을 중심으로 정부지원의 틀을 담대하게 구성하고, 동시에 모든 국민이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제공받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불평등의 완화 없이는 소득구조가 더 악화될 수 있음을 신자유주의가 완벽하게 증명하지 않았던가.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지금은 어느 한 쪽에 올인(all in)하기보다는 양자를 실현가능한 지점에서 만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득의 보장이나 지원은 형평성의 원리에 바탕을 둔 시스템을 구축해야 재정부담이나 국민적 반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조세제도의 공정성 확보, 주거중심의 부동산 정책, 교육과 의료보장제도의 혁신, 노후생활의 사회적 보장 등과 같이 국민적 공감의 폭이 넓은 정책들은 무차별성의 원리에 입각해서 주저 없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