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의 위기를 지나는 사회복지인의 온도
코로나19 시대의 위기를 지나는 사회복지인의 온도
  • 양동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14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 www.pixabay.com
출처 : www.pixabay.com

"그래도, 복지 쪽은 괜찮지 않나? 그치?"

코로나19을 지나는 우리들에게 혹자들은 이렇게 안부인사를 건넵니다. 참 다행이라는 뉘앙스 속에 느껴지는 괜한 불편함이 있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와 자영업자들은 역대 최고의 침체기에 무급휴직, 인원감축, 폐업의 위기까지 초래하는 마당에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회복지현장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환경과 처우에 처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높은 연봉과 수백 퍼센트의 인센티브를 받고, 사업체가 대박이 나서 영업이익이 풍부했던 시절에도, 사회안전망 역할을 자처하며 열악한 처우와 근무조건에도 묵묵히 사회적인 소외계층과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곁을 지키고 있었던 사회복지 현장을 함부로 판단할 문제는 아님을 밝힙니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그 불편함 속에 사회복지 현장이 마주하고 있는 위기에 대하여 함께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째, 보조금으로 운영하는 사회복지 현장은 지속 가능한가?

사회복지 현장의 수많은 시설과 기관들의 대부분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조달되는 보조금이라는 형태의 예산재원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의료에 대한 집중투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실업률 극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 등 예측하지 못했던 지출이 늘어나면서 보조금 위탁시설들이 눈치 아닌 눈치를 보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내부적으로도 예측하지 못했던 감염병 예방을 위한 소요비용 증가와 휴관으로 인한 이용료의 감소, 프로그램 강사나 바우처사업 전담인력 등 정원 외 인력에 대한 휴업수당 또는 소득보전에 대한 대책요구 등 관리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필연적으로 올 수 밖에 없는 보조금의 긴축과 다양한 예산의 동결상황들을 곧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유사한 재난상황이 더 빈번하게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를 위해, 인프라 유지와 관내 서비스를 위해 소요되었던 비용들을 유연하게 전용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다양한 민간후원금들을 형평성 있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획 및 운영역량이 필요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사회복지시설과 기관의 예산 중 보조금 비율을 줄여나가고 다른 안정적인 민간재원으로 대체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움과 동시에 그것을 정책화해야 합니다.

둘째, 재난시 기능전환에 대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코로나19로 닥친 새로운 환경과 상황을 준비없이 맞이하면서 무엇을 해야할 지 방황하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많습니다. 전통적인 역할과 기능에서는 분류하거나 해석할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이 요구되고 생소한 가치와 방법론들을 수시로 의사결정 해야하는 상황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화려하게 꾸며놓은 인프라와 고가로 들여놓은 장비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의미와 가치가 희석되고 온라인에 기반한 콘텐츠와 IT기술의 활용능력 등 소프트웨어의 의미와 가치가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 사회복지 현장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정부의 관계부처와 시설별 전국협회가 합의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기에 지역사회의 특성과 상황에 맞추어 각 시설과 기관의 리더십이 신속히 의사결정을 해야합니다.

재난시 사회복지현장의 역할과 기능을 유연하게 전환하여 서비스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기획하고 종사자들을 동기부여하는 센스있는 조직운영 역량 역시 필요합니다. 또한 클라이언트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현장의 둘레 사람인 보호자, 자원봉사자, 후원자, 유관기관, 거래처, 지역주민 등도 잊지말고 돌아보며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재난 속에서도 우리는 계속 함께 일할 수 있는가?

코호트 격리가 시행된 거주시설에서 자녀양육이나 기저질환을 가진 선생님들을 대신하여 스스로 긴 시간 격리를 자원하는 생활재활교사들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또한 관할보건소의 협조요청에 흔쾌히 자원하여 선별진료소 업무를 도운 어느 복지관 간호사 선생님의 소식도 들려옵니다. 직접 만나 수업과 치료를 하지 못하는 장애아동들을 위해서 서투른 동영상 크리에이터가 되어 20명 남짓한 친구들의 코칭영상을 일일이 개별로 제작하느라 야근이 잦은 언어치료사 선생님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현장근무 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책임질 수 있냐며 재택근무를 허락해주지 않는다고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는다거나 휴업수당 70%만 받을 수 있으면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그냥 쉬고 싶다는 사회복지 종사자들도 더러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한사람의 근로자로서 사업장에 요구할 수 있는 건의사항인 것은 맞지만 이 시국에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사회적인 소외계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복지 동료로서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코로나19의 재난이 끝나더라도 우리는 계속 함께 일할 수 있을까요?

양동훈 칼럼리스트의 더 다양한 콘텐츠는 [양팀장의 슈퍼마켓]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Clic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