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타자'와 사회복지사
'의미있는 타자'와 사회복지사
  • 전재일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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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저는 지역사회복지관에서 아동복지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였습니다.

초등학생을 위한 사회성향상프로그램 진행, 학교사회복지, 방과후교실 등을 진행하면서 일주일 내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당시, 어린이 자살에 대한 이슈가 언론에 크게 소개되었었고, 신문에서  '물고기가 되고 싶어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는데 학업 스트레스로 자살한 아이가 물고기처럼 자유롭고 싶다고 일기에 쓴 내용의 일부를 제목화 한 것입니다.

저는 이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았었고, 제가 사회복지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사회복지사로서의 고민

저는 아동 사회성 향상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겨우 일주일에 한시간 또는 두시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태체계적으로 가족이나 학교, 친구 등의 다른 체계에 비해서 겨우 한 두시간을 만나는 것입니다.

제가 사회복지사, 전문가라고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제가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 속에서 저의 영향력이 아이들에게 얼마만큼일까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지 프로그램의 목적과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회복지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고민 끝에 나온 저의 생각은, 칼 로저스(Carl Rogers)가 이야기했던 '의미있는 타자'였습니다.
(탄력성Resilience에서도 의미있는 타자가 매우 중요한 보호요인임을 이야기합니다.) 

사회복지사가 아이들이 살아가는 삶(생활) 가운데 만나는 하나의 점 같은 사람이나 시간이라하더라도, 제가 만나는 아이들이 성장해서 어떤 상황 가운데 생각나는 메시지를 던진 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인생을 돌아보면, 의미있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에게는 초등학교 6학년때 담임선생님이셨던 김영숙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제가 만났던 수많은 선생님들 중에 그 분이 기억이 나는 것은 저를 믿어주셨던 첫 번째 선생님이셨는데, 선생님은 저에게 "너를 믿는다" 라는 한 마디의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또 신입 사회복지사였을 때 만난 이정연 부장님이 저에게는 의미있는 한 사람입니다. 혼란스럽고 힘들었던 시기에 "그래도 너는 잘하고 있어"란 말 한마디가 지금까지 사회복지사로서 살아오면서 고비가 있을 때마다 저를 버티게 해주었습니다.

이렇듯 사람의 삶에는 의미있는 타자의 관심과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큰 의미와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저에게 사회복지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철학은 '의미있는 타자'입니다.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순간 순간 진실해야 하며, 진심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복지관의 중간관리자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료들에게 의미있는 타자가 되기 위한 노력들. 그들이 사회복지사로서의 정체성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