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Corona, 사회복지교육에 대한 상상
After Corona, 사회복지교육에 대한 상상
  • 전재일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2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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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복지교육네트워크 교육혁신 이야기 포럼 - AC와 사회복지교육' 발표자료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코로나19 이전의 세상과는 달라질 거라고 수많은 학자들과 언론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 달라질 세상이 잘 그려지지 않지만,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인권,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의 가치와 같은, 그동안 내가 배우고 믿었던 것들이 코로나19로 무너진 모습(예를 들어,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 자유에 대한 다른 시각, 불평등한 치료, 인간의 존엄성 등)을 뉴스매체를 통해서 보게 될 때, 큰 충격과 아쉬움으로 다가왔고,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누렸던 일상들(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사람들과 편하게 이야기하고 식사도 함께 했고, 다양한 모임에 참석했던)이 달라지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도 나의 일상은 이전과는 다를 거라는 걸 짐작하고 있다.

최근에 ‘코로나 사피엔스(최재천 외 5인 공저)’라는 책을 읽었는데, 환경, 과학, 경제 등 각기 다른 분야의 학자 여섯 분이 코로나19가 가져올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환경보호에 더 관심을 가지고 기후변화를 억제해야 하고, 언택트로 4차 산업혁명이 두드러지게 되고, 지구화·도시화·금융화의 붕괴, 행복의 척도가 바뀔 거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학자들의 코로나19에 대한 원인도, 그리고 그 대안도 각기 다른 분석이지만, 변화해야 인류가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은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After Corona, 현장에서 바라는 사회복지교육에 대한 상상’의 토론자로 섭외가 되었을 때,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토론문을 준비하는 한 달여 동안 많은 고민 속에서 살았다. 상상하는 게 즐겁기보단 부담이 되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면서 기록을 하고, 미국 NASW를 비롯한 사회복지 관련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찾아보고,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의 상상력을 빌려오려고도 했다. 그리고 설문지를 만들어서 사회복지사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주어진 시간 동안 여러 고민과 생각, 정보들을 다 풀어낼 수는 없지만, 몇 개월간 코로나19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한 사람의 사회복지사로서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면서 생각해 본, 코로나19 이후의 사회복지교육에 대한 상상을 이야기하겠다.

1. Before Corona19 – With Corona19 – After Corona19

After Corona19의 사회복지교육을 상상하면서, [그림]을 그려보았다.

코로나19에 대한 성찰
코로나19에 대한 성찰

 

‘With Corona19’를 기점으로 이전(Before Corona19)에 ① 우리가 경험해온 것, ② 우리의 역량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보고, 코로나19로 인해(With Corona19)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 속에서 ③ 사회복지사로서 느낀 어려움, 정체성의 혼란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④ 변화는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무엇이 변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생각났다. 또, After Corona19에서는 이전에도 이야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⑤ 지속 가능한 변화를 무엇으로 만들어 내야 할지도 생각해보았다.

시간 관계상 토론회에서의 상상은 현재 사회복지사로서 우리의 역량이 지금 어떻게 발휘되고 있고, 그리고 지금 변화되고 있는 것과 그 변화 속에서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겠다.

코로나19를 경험한 초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이 생소하고 낯설었고, ‘휴관’, ‘언택트’란 용어 속에서 위축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수개월을 경험하면서 사회복지사로서의 역량, 사회복지관(다른 사회복지시설도 포함)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이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중요하고 가치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시설은 여전히 관계를 이어가고, 자원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 (사회복지관의 경우) 사례관리기능, 서비스제공기능, 지역조직화기능이라는 이름으로 해왔던 사회복지 실천은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서비스 제공의 방법(예 : 대면 → 비대면, 집단 → 개별)이 달라졌다. 그리고 조금 그 기능들은 통합적으로 작동되고 있다.

3대 기능의 통합
3대 기능의 통합

다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고, 기한 없이 계속되는 ‘휴관’이란 이름의 비상운영체계와 마스크를 쓰고 긴장된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어려움 속에서 혼란스럽고 답답함은 존재한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로서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된다.

2. 위기에 대한 인정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은 “이 상황을 위기로 받아들이고 계십니까?”이다. 위기는 [그림]과 같이 위험과 기회로 구분된다. 먼저 위험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한데, 위험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춰 서는 안된다.

위험을 인식했다면 그다음 기회로 생각을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량의 한계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위험을 인식하는 데 민감성(또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민감성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위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하고 지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위험에 잘 대응하는 데 있어서는 탄력성(또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이 또한 정보와 지식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좋은 경험(이전에 위기를 극복했던)이나 자극이 있다면 더 잘 발휘될 수 있다.

높은 탄력성을 가진 사람은 위기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극복해나갈 수 있다. 그리고 상황을 기회로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게 된다. 또한 기회를 잘 살리는 역량으로는 창의성이 필요하고, 또 결단력이 필요하다. 위기 상황에서 모든 것이 다 새로워져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위험으로 인해 발생되는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창의성이 필요하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고 추진할 수 있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위험과 기회에 필요한 역량
위험과 기회에 필요한 역량

3.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셜미디어로 보거나 풍문으로 듣게 되는 사회복지시설마다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상황에서 Ontact를 잘 활용하고, 비대면 서비스로 잘 전환한 사회복지시설이 있는가 하면, 놀랍도록 거의 대응하지 않거나 대응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곳들도 있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에도, 사회복지실천의 모습이 시설마다 같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는 좀 더 크게 그 차이가 드러나게 되는데, 왜 차이가 나타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조직의 가진 역량-조직에 속한 사회복지사들의 역량-조직의 문화에 따라서 대응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고 추측해보기는 하지만, 사실 일반화해서 설명할 수는 없다.

코로나19에 대한 사회복지시설 대응 지침이 수차례에 걸쳐서 보급되고는 있지만, 방역수칙과 관련된 내용 위주여서 사회복지서비스나 대인 서비스와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지침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미국의 NASW나 사회복지사 관련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찾아보면, 놀랍도록 많은 Article과 자료, 지침을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 19에서 아동, 임산부, 노인,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 등을 위한 세부적인 지침과 사례관리를 위한 매뉴얼, 비대면 업무 수행 시 윤리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 등 다양한 정보들이 소개되어 있다. 왜 우리나라 사회복지계에는 이러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침과 매뉴얼을 찾아볼 수 없는지, 이 차이는 왜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분명 코로나19는 국가마다의 역량, 지역마다의 역량, 개인마다의 역량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고,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시설마다의 역량의 차이 또한 보여주고 있다.

4. 사회복지사들이 생각하는 After Corona19에 필요한 사회복지사의 역량과 사회복지교육에 대한 상상

토론문 작성을 위해 아는 분들에게 사회복지사로서, ① 코로나19가 가져온 직접적인 변화는 무엇인가? ②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회복지사의 역량은 무엇인가? ③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느낀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④ 코로나19로 느낀 한계와 답답함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았는데 그 내용을 [표]로 요약해보았다.

사실, [표]를 보면, 이미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사가 그동안 해왔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할이나 필요한 역량이 그렇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감염증 팬데믹)이 생소하고, 세밀한 대응에 있어서 부족함이 있으며, 비대면과 온라인이라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⑤ 코로나19 이후, 사회복지사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하고, 답변을 기본과 융합으로 정리했다.

5. 덧붙여서

어느 글에서, 역사적으로 인류의 진화는 지금까지 한 번도 퇴보한 적이 없었다는 문장을 읽었다. 지금의 나는 이 말을 믿고 싶다. 이 말처럼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고 더 나은 세상,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상상하고 싶다. 서두에서 코로나19로 인권,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고 기술했는데, 2차 세계대전에 의한 인종 학살 등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세계인권선언문이 생겼듯이, 코로나19로 인한 인종 차별과 소득계층 간의 의료 불평등, 자유에 대한 문제점들이 더 두드러진 지금이야말로 ‘각성’하고 새롭게 인간의 존엄과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의 가치가 재정립되고 변화되고, 강조될 것이라 기대한다. 그렇기에 사회복지사에게도, 또 지역주민에게도 인간의 존엄성-인권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진행되면 좋겠다.

사회복지사만이거나, 또는 지역주민과 함께 지역사회 내에서 인권 기반의 복지 실천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그리고 ‘기본’과 ‘융합’이란 틀에서, 사회복지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문학’을 통한 성찰의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을 통한 성찰은 분명 과학으로, 미래학으로 우리의 융합 역량을 키워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