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의 기회를 만들어가는 사회복지인의 온도
코로나19 시대의 기회를 만들어가는 사회복지인의 온도
  • 양동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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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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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이거 유통기한이 지나버렸잖아.”

복지관에서 창고를 정리하다가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손소독제 박스를 발견하고는 안타까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15년 메르스 때 다량 구입해 놓았다가 남은 것을 창고 한 켠에 넣어두었던 것이었습니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기세있게 초반러시를 하던 때 복지관 공용으로 급하게 손소독제와 체온계를 주문했습니다. 수차례 판매처로부터 품절 통보를 받으며 겨우 구매에 성공했으나 거의 3주나 되어서야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메르스 때 그 홍역을 치르고도 미리 좀 준비해두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코로나19로 사회복지현장의 일상이 많이 달라졌고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위기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가져다 준 기회와 가능성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생각해보려 합니다.

첫째, 사회복지현장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업그레이드 되다.

이런 것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시설과 기관의 엘리베이터 버튼에 항균필름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세면대 앞에는 손씻기 방법을 안내하는 스티커가 붙여졌습니다. 어느 프로그램실을 들어가 보아도 손쉽게 손소독제와 아크릴 칸막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밀접한 접촉이 일어나거나 좁은 공간에서 진행되는 서비스에는 마스크 쓰기가 상식화 되고, 일정 수준이상의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서비스 이용을 자제하고 스스로 격리하는 성숙한 이용자 의식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기존에는 공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소독장비와 약품, 설정된 온도 이상의 체온이 감지되면 경보가 울리는 열화상 감지카메라 시스템 등이 구비되었습니다.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관한 규정이 보다 세밀하게 보완되고 단계마다 체계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계의 각종 협회와 직능단체 그리고 지자체 차원에서 유사시 사회복지시설과 기관의 기능전환에 대한 합리적인 매뉴얼이 만들어지고 함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합의되는 등 사회복지현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둘째, 사회복지 크리에이터의 등장과 온라인 콘텐츠의 생산이 활성화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서비스가 어려워지자 많은 사회복지 종사자들은 스스로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크리에이터라고 부르는 일부 끼와 재능이 많은 사람들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온라인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일에 대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이용자가 집에서도 할 수 있는 학습과 치료, 운동에 대해 소개하고 시범을 보여주는 등 영상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이용자에게 SNS으로 보내주거나 유투브 채널에 게시했습니다. 서툴지만 자막을 넣고 음악을 편집하고 타이틀을 만들고, 카메라의 앵글과 조명 그리고 마이크의 연결과 네트워크 설정까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기존 대면서비스가 주를 이루던 시기에는 인상이 좋고 유연한 대화로 빠르게 라포를 형성하며 무엇이든 열성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생님들이 두각을 나타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온라인 콘텐츠로 기획할 수 있고 디자인 감각과 컴퓨터 활용능력이 있으며 SNS으로 이용자와 잘 소통하고 또한 그것을 잘 기록해낼 수 있는 선생님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입니다. 새로운 위기에 사회복지 종사자의 새로운 역할로서의 사회복지 크리에이터와 사회복지 온라인 콘텐츠가 보다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강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과 장비 및 환경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회복지현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다.

그동안 사람들은 어쩌면 너무나 고활성화 된 삶을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저활성화 된 삶을 살아보니 느끼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것을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았던 일들이 막상 하지 않아도 별로 큰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사회복지현장에서 수십 년에 걸쳐서 관성적으로 해오고 있었던 많은 서비스와 프로그램들을 바로 그 잣대로 점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인 사례는 저마다의 시설이나 기관, 지역사회의 특성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고 오해의 소지도 있기에 따로 들지는 않겠습니다.

어쩌면 지금껏 그렇게까지 도와주지 않아도 충분히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우리가 돕는 사람들에게 이미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는 시설이나 기관에 가지 못하고 선생님들을 만나 도움을 받을 수가 없기에 이번 기회에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연습을 더 할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일상에서의 더 좋은 소일거리나 여가, 행복을 찾게 되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함으로 더 유익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반대로는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가족간의 문제나 갈등, 몰랐던 필요와 욕구가 생겨서 오히려 새로운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실천하는 서비스와 프로그램의 본질적인 정체성과 효율성에 대해 확인하고 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사회복지현장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모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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