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확장] 장애인 배려, 유니버설 디자인에 눈 떠가는 북한?!
[시선의 확장] 장애인 배려, 유니버설 디자인에 눈 떠가는 북한?!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0.08.0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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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최희선 디자인 박사. (현)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뉴스1


(서울=뉴스1)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 2012년 이후 매해 개최되고 있는 북한의 국가산업미술전시회 출품작들을 보면 간혹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디자인들과 마주치게 된다. 태양열을 이용하는 스포츠카, 스노 모빌, 관관용 카트 등. 이런 도안들을 보면서 '사회주의 도덕에 맞는 미풍양속'을 강조하는 북한 사회에 정말 필요한 디자인일까 하는 의구심도 갖게 된다.

물론 국가전시회에 출품된 모든 디자인들이 실제 개발되는 것도 아니고, 북한 사회에 문화여가를 즐기기 위한 디자인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남측 사람이 가진 일종의 선입견일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정권수립 이후 최근까지 국가가 자랑하는 대표적 디자인을 국가미술전람회나 산업미술전시회를 통해 선보여왔다. 70년 기록을 살펴보면 농기계, 로봇, 화장품 상표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찾아볼 수 있다.

 

 

 

 

 

북한 국가산업미술전시회에 출품된 교통운수 부문 도안들과 그 모형들. 사진의 좌측 하단에 김정은 위원장이 2015년 시운전에 탑승한 평양 <지하전동차 1호> 형태도안이 보인다. (대외 선전매체 '서광' 갈무리)© 뉴스1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다면, 바로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사용성, 접근성을 고려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사례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조선산업미술창작가가 디자인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궤도전차'.(https://www.railwaygazette.com )© 뉴스1

 

 


2015년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맞춰 북한이 김종태전기기관차연합소에서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고 전하는 '지하전동차 1호 형태도안'은 평양미술종합대학에서 담당했다. 지하전동차의 외부도안은 2014년 12월 19일에, 내부도안은 2015년 8월 23일에 두 차례 지도자의 지도를 받은 것으로 북측은 기록하고 있다.

노동당 창건 75주년(10월10일)인 올해 북한이 세계적 관광명소를 꿈꾸고 완공을 목표로 하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도 친환경 탈거리들이 개발되고 있다. 관광단지 둘레를 순환하는 궤도전차는 북한의 대표적 디자인 창작 조직인 '조선산업미술창작사'가 담당했다.

2012년 이후 북한의 대도시 대중교통이나, 관광용 탈거리들은 최고의 산업미술 인재들을 동원해 새롭게 디자인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여객운수 수단에 아직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충분치 않아 보인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관련이 있다. 인권문제는 핵 문제만큼이나 북한에서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항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제기한 인권침해의 문제는 즉결처분, 여성 인신매매, 구금, 해외 파견 근로자, 해외 망명자의 문제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의 강제이주, 교육기회 박탈 등도 함께 포함돼 있다.

장애인권은 북한 당국에게는 사회 단속을 위한 여타 인권문제보다 조금 덜 예민한 부분일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북측은 '장애인 권리에 관한 협약'(the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에 2013년 7월 3일 서명하였고, 2017년 5월 처음으로 UN인권이사회에서 파견된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카탈리나 데벤다 아귈라에게 북한을 방문할 기회를 주었는지 모르겠다.

 

 

 

 

 

 

 

2017년 국가산업미술전시회에 전시된 '문수기능회복원 마크도안'(좌)와 치료실 사진.(조선중앙TV,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 갈무리)© 뉴스1

 

 


북한은 장애인이 전체 인구의 5.8%(대략 2백만 명 미만)에 해당되며, 이 중 10% 이상은 청각장애인들이라고 보고하였다. '보통강 종합편의', '조선장애어린이회복원'과 2013년 말 첨단 시설로 문을 연 '문수기능회복원'이 대내외에 홍보되고 있지만, 탈북민들에게 물으면 "북한에서 장애인 문제를 고민하거나 권리에 대해 별로 생각해본 적 없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올해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로 방역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올해 수백여 개의 학교들을 신축 혹은 개건(리모델링)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300여 개 '본보기학교' 공사 중 장애인 아동들을 위한 특수학교가 포함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조선장애어린이회복원 입구 싸인에는 ‘조선장애자보호련맹중앙위원회(KFPD)’의 심볼 디자인이 들어가 있다.© 뉴스1

 

 


장애인 차별을 없애기 위한 '배리어 프리 디자인'(Barrier Free Design)의 실천은 한 국가의 선진화를 판단하는 척도가 된 지 오래다.

지도자의 후세대 사랑과 애민정신에 선전용으로 전락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지만, 그래도 한 명의 북한 장애인이라도 더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평양의 장애인종합회복원의 사례처럼, 또 2015년 북한인권보고서에서 지적한 대로 "국제 기부자들의 인도주의적 지원, 특히 장애인 권리에 기반한 접근"이 디자인계에서도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