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화(制度化)한 종교’에 드리워진 그림자
‘제도화(制度化)한 종교’에 드리워진 그림자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08.0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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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변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감염증 때문에 다중이 모이는 집합적 행위가 불가능해지다보니 업종이나 업태의 부침이 눈에 보일 정도다. 비대면 사업이 각광을 받는 형편이 되었고, 지금까지 모여서 하던 일들을 집에서 하거나 비정형의 방법으로 수행하고 있다. 물리적인 공간에 모여서 하던 일들도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하는 가상의 공간에서 처리한다.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이런 일처리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종교집회를 영상으로 대신하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모여서 찬송하고, 통성으로 기도하고, ‘아멘’을 외치면서 함께 설교를 듣는 것이 지금까지 기독교의 예배형태였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예배를 경험한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색다른 은혜’를 체험했다는 신도들도 있다. 신앙생활에 대해서도 밀도 있게 돌아본 기회였다고 말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코로나19가 종교계에 던진 도전이자 숙제이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보았던 대성당들의 웅장함이 생각난다. 인간이 세운 건축물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와 현란한 장식들로 가득 찬 성당 안에는 관광객들만 북적였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슈테판 성당에서 주일 미사에 참여한 신도들을 볼 수 있었다. 고령의 노인들 수십여명 만이 여러 명의 사제가 집전하는 미사에 참여할 뿐이었다. 유럽교회가 형해화(形骸化)한 단면을 목격한 것이다. 유럽의 제도화된 교회들이 처한 현실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충격적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종교 혹은 교회는 어떻게 될까? 특히 지금까지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이어오던 교회들이 마주하게 될 장래의 처지는 어떤 모양이 될까?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면 ‘유럽의 교회들이 겪은 전철을 답습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제도로서의 교회가 종언을 고하고, 개별화된 삶의 자리에서 신앙의 참 모습을 찾아가는 고백적인 신앙으로의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제도’에서 ‘영성’으로 지향점이 바뀔 것이라는 의미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예전 같은 예배를 드리지 못한다고 해서 금방 교회가 쇠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국면에서 일대변환의 요소들을 차분하게 읽어내지 못한다면 한국교회 역시 건물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가 크다.

인간의 욕망충족을 강조하는 설교로 버텨내기에는 제도화된 교회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너무 짙고 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