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이젠 하이브리드 복지서비스가 필요할 때
코로나 시대, 이젠 하이브리드 복지서비스가 필요할 때
  • 양동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1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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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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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헬륨풍선 100개 취소할게요

사회복지사가 되어 얼마되지 않아 장애인의 날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복지관 앞에 있는 지하철역에서 지나가는 지역주민들에게 장애인식개선 캠페인 기념품을 나누어 주고 마지막에는 캠페인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헬륨풍선 100개를 신호에 맞추어 하늘로 날려 보내며 멋있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하이라이트였습니다.

그러나 행사 당일, 무심하게 비가 하염없이 쏟아졌고 급기야 행사는 지하철 역사 안에서 조촐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헬륨풍선 100개를 취소하는 전화를 걸면서 미처 우천시 대체프로그램을 더 신경써서 준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이렇듯 사회복지사라면 행사와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빠짐없이 염두해 두는 것이 우천시 대체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날씨란 하늘의 뜻이라 인간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인간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비만은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아직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 감염병이 유행할 수도 있고, 예기치 못한 주변 어느 나라의 화산이 폭발하여 그 화산재가 몇 주간 우리나라 하늘을 뒤덮어 외출이 불가능 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인간이 버틸 수 없는 폭염이나 혹한이 발생하여 '전국민 외출금지'라는 재난문자가 쉴새 없이 울릴지도 모르는 지경입니다.

그렇다면 사회복지현장의 시설과 기관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할까요?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과 기관들은 기존의 역할과 기능을 전환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대체하여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표면화되지 못했던 새로운 필요와 욕구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동안 숨겨져 있던 사람들의 강점과 역량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복지현장의 서비스들을 새롭게 개편하고 변화된 패러다임을 적용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재난 시 대체프로그램의 차원을 넘어서 이제부터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적용하며 적응해야 합니다. 미래의 어떤 상황과 환경 속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비자발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고 생명의 안전과 삶의 질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우리는 준비해야 합니다.

하이브리드(hybrid)라고 하면 아마 일반적으로는 친환경 자동차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대충 친환경이라는 의미와 용어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의 제대로 된 사전적 의미를 어학사전에서 검색해보면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요소를 둘 이상 뒤섞음’이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실외에서 할 수 있는 것, 혼자 할 수 있는 것과 여럿이 할 수 있는 것,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것, 대면해서 할 수 있는 것과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것 등 다양한 성질과 형태의 복지서비스가 하이브리드로 연결되어 이제 사회복지현장에 일상적으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재난과 유사상황에서 지속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고 보다 신속히 적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이브리드 복지서비스를 위한 선결과제 3가지

첫째는, 새로운 시대의 예측불가하고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곧 끝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어떤 상황에라도 적용 가능한 대안을 찾기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실제 메르스가 지나간 2015년에 상당수의 사회복지시설과 기관들이 한 해의 사업실적과 성과를 체념한 채 모든 사유는 메르스 때문이라고 정리하고 이월시킨 경험이 있습니다. 올해의 코로나19까지 경험한 우리들이 더이상 이러한 재난이 닥칠 때마다 무기력하게 가만히 있을 것이 아니라 시대를 인정하고 대안을 찾으며 체질을 바꾸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둘째는, 비대면 또는 온라인 형식의 서비스가 임시방편일 뿐 본질적인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라는 편견부터 없애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비대면 또는 온라인 형식의 서비스에서도 대면 또는 오프라인 서비스에서 나타낼 수 있는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세밀하게 기획하고 상호 피드백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참여자들 역시 이러한 형태의 서비스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안내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재난상황에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기억하며 그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실제 뒤늦게나마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각 직능단체나 협회, 기관차원의 ‘코로나 대응관련 매뉴얼’을 살펴보면, 대개는 각 시설과 기관의 내부 인프라 중심으로만 전략이 짜여져 있습니다. 실제 지역사회 속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 자체로 위안을 삼기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과 본질적인 성과로 이 시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사회복지인으로서의 사명을 다시 확인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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