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색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볼까? 2
어떤 색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볼까? 2
  • 이혜주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14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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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강점관점을 수수깡 안경에 비유했습니다. 수수깡 안경에 붙이는 셀로판지는 이왕이면 강점관점이란 색으로 결정하여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우리는 타인을 바라볼 때 그 사람의 약점, 단점, 부족한 면은 기가 막히게 빨리 알아챕니다. 한번 인식된 타인의 대한 나의 생각은 좀처럼 바뀌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타인의 강점을 바라봐야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점은 클라이언트가 가진 힘입니다. 지금 문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그분의 강점으로 문제를 희석시키거나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몇 년 전 무한돌봄네트워크팀에서 근무할 때입니다.
권씨 어르신은 우울감이 심하고 자살우려가 있는 분으로 우리에게 의뢰되었습니다. 아내와 사별 후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만나기만 하면 우셨습니다.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을 복용하시도록 할까? 독거노인 지원서비스를 신청할까?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자살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토록 할까? 고민을 하다 어르신이 호소하시는 우울감, 죽고 싶다는 말씀은 잠시 내려놓고 어르신의 강점을 찾기로 했습니다.

담당복지사가 2가지 강점을 찾았습니다.
하나는 비록 우울감을 호소하시지만 신체적으로 건강하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신다는 것(한참 나이어린 사회복지사들에게 늘 직책을 붙인 존대어를 사용하셨습니다).
이렇게 2가지 강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어르신께 여쭈었습니다.

어르신 댁 근처에 거동이 매우 불편하신 할아버지가 계셔요. 그래서 저희가 밑반찬을 전해드리고 있어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우리 센터에 오셔서 이야기 나누시고 댁으로 돌아가실 때 그 분께 밑반찬을 전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신체적 건강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어르신의 2가지 강점을 활용한 부탁이었습니다. 흔쾌히 수락하셨습니다. 한 달, 석 달, 어느새 6개월이 지났습니다. 권씨 어르신 표정이 점점 밝아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죽고 싶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마을에 어려운 일을 겪은 이웃을 저희에게 알려주시기까지 하셨습니다. 어르신 마음속 깊이 있어 스스로도 몰랐던 회복력이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습니다.

사례관리 종결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어르신의 욕구 해결을 위한 다양한 자원 연계가 굳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강점을 찾고, 활용하고 지지해드리며 어르신께 감사해했습니다. 권씨 어르신은 종결 후 봉사자, 후원자로 저희와 새롭게 인연을 맺어가셨습니다. 

어떠신가요?

클라이언트의 강점을 찾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죠? 너무 거창한 강점을 찾을 필요 없습니다. 차츰차츰 만나면서 발견하면 됩니다. 발견하고, 당사자에게 알려주고, 활용하고. 저는 권씨 어르신을 통해 클라이언트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다양한 지역자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강점을 찾아 함께 즐기니 이렇게 행복해합니다.
아이의 강점을 찾아 함께 즐기니 이렇게 행복해합니다.

현장에서 강점관점 안경을 쓰기 전, 집에서 연습을 해봤습니다. 저희 아이한테요. 아이가 게임과 유튜브 영상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밥보다 더 좋다고 합니다. 주말에는 제가 제지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빠져있습니다. 속이 상했지만 아이의 강점을 찾아 이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매우 건강합니다. 태권도 시범단을 할 정도로 운동도 좋아합니다. 흔한 감기도 잘 걸리지 않습니다. 첫 번째 강점으로 신체적 건강을 뽑았습니다. 아이는 저를 매우 좋아합니다. 잔소리를 늘어놓아도 엄마한테 안깁니다. 엄마를 좋아하는 마음을 두 번째 강점으로 삼았습니다.

이 두 가지 강점을 어떻게 활용했을까요? 주말에 아이와 놀이터로 나갔습니다. 아이가 저와 하고 싶은 모든 놀이를 함께 했습니다. 미끄럼타기, 그네타기, 훌라후프, 줄넘기, 달리기 시합. 그날 저는 10년이 늙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저와 신나게 놀 때, 제가 아이의 문제라 생각했던 게임과 유튜브에 푹 빠져버린 모습이 보였을까요? 보일 수가 없습니다. 그저 신나고 즐거운 얼굴만 보였습니다. 게임하지 말라고, 유튜브에 빠지지 말라 다그치지 않고(문제에 집중하지 않기) 아이의 강점을 활용하였더니 아이에게 잔소리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강점관점이 익숙하지 않다면 저처럼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먼저 활용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의 현장에도 적용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강점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도무지 강점이라고는 없는 사람 같아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세 번째 글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