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버스까지 운전할 필요는 없다
팀장이 버스까지 운전할 필요는 없다
  • 양동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2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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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받는 사회복지 리더의 온도 #1
출처 :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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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현장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 중의 하나는 바로 ‘수퍼비전’ 일 것입니다.
타 직업현장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시스템을 사회복지 현장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이에 대해 제대로 배우거나 이해하고 적용하는 시설과 기관이 많지 않다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대개는 상사와 부하직원이 업무상 진행하는 단순한 면담이나 의례적으로 하는 부서회의를 단순히 수퍼비전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각 시설의 평가를 위한 하나의 지표와 항목으로서 수퍼비전을 이해하고 겉으로만 그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듯 꾸며놓기도 합니다. 또한 ‘술퍼비전’이라는 우스갯소리로 공식적인 업무시간이 아닌 비공식적인 술자리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를 수퍼비전이라고 일반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회복지 수퍼비전의 이론과 실제(2019, 안정선/최원희)에서 ‘사회복지 수퍼비전이란 클라이언트에 대한 최선의 서비스 제공 및 사회복지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조직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실행되는 수퍼바이저와 수퍼바이지의 상호작용 시스템’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복지현장의 수퍼비전이란 공식적인 계약에 의해서 자격을 가진 수퍼바이저가 약속된 시간에 수퍼바이지와 함께 정기적으로 실행하고 평가하는 하나의 시스템입니다. 그렇다면 존중받는 사회복지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수퍼바이저가 되어야 할까요?

음악치료사의 팀장이 사회복지사라고?

사회복지 현장은 물론 사회복지사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사회복지사 외에도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 복지시설은 훨씬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협업을 하는 구조인데 이런 경우 치료사 직군의 부서장이나 수퍼바이저가 같은 분야의 치료사가 아닌 사회복지사인 경우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사회복지 수퍼비전은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만 해야하는 것인지 또는 수퍼바이저는 같은 직군의 전문가만이 자격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학문적인 개념으로 본다면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저는 사회복지 수퍼비전이란 사회복지사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 종사자 모두에게 예외없이 적용되고 실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퍼비전은 교육적, 행정적, 지지적 수퍼비전을 모두 포함합니다. 단순히 교육적 수퍼비전의 한계가 있다고 해서 그 수퍼비전이 무의미하거나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복지현장의 시설과 기관도 하나의 조직이며 공동체입니다. 이 곳에서 수퍼바이저로 세워졌다면 수퍼바이지의 전문성이나 직군에 관계없이 조직이 나아갈 방향과 가치를 독려하고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의미있는 수퍼비전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우선입니다.

본인도 읽어보지 않은 책 추천하기가 수퍼비전?

수퍼바이저와 수퍼바이지의 전문성이 다른 직군일 경우에, 수퍼바이저가 수퍼바이지가 요청하는 수퍼비전에 마땅한 답변을 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적절한 수퍼비전을 제공하지 못하는 두려움으로 수퍼비전 시간을 갖는 것을 회피할 때 앞으로도 지속적인 수퍼비전 관계에서 서로 신뢰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수퍼바이저는 수퍼바이지가 요청하는 수퍼비전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기 어려운 경우 조직 내에 상위 수퍼바이저나 동료들에게 협의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외부의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여 정기적인 수퍼비전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리고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신뢰할 만한 책이나 자료들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수퍼바이저 자신도 읽어보지 않거나 검토하지 않은 자료를 무턱대고 던져주거나 요약을 요구하는 등 과제를 부여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것은 수퍼바이저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며 수퍼바이지와의 신뢰관계를 저하시킬 수 있는 위험한 처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팀장이 버스까지 운전할 필요는 없다.

자신과 전문성이 다른 직군의 수퍼바이지와 함께 일하는 수퍼바이저들은 보다 더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회복지사 수퍼바이저가 음악치료를 직접 할 필요가 없고, 버스운전을 직접 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수퍼바이지들의 직무와 업무환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교육적인 수퍼비전의 한계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더라도 조직 내부적인 행정적인 수퍼비전이나 지지적인 수퍼비전은 충분히 제공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준비되고 완성된 수퍼바이저는 없습니다.
수퍼바이저로서 자신의 부족함과 미숙함을 인정하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것은 그만큼 노력과 공부 그리고 자신을 성장시켜야 하는 버거운 숙제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팀장이 버스까지 운전하려 하지 말고, 나와 함께 일하는 수퍼바이지들의 본질적이고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최선을 다해 돕고 함께 성장하려 노력할 때 그들이 비로소 당신을 존중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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