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운영규정에 '종교의 자유', '후원강요 금지' 등 담고 있다면?
사회복지시설 운영규정에 '종교의 자유', '후원강요 금지' 등 담고 있다면?
  • 사회복지노동조합 기자
  • 승인 2020.09.03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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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시설 운영규정 개선이 필요하다
비인권적, 노동자의 희생을 강조하는 내용 더이상 방치할 수 없어

사회복지시설에서 ‘인권’이란 단어는 익숙하다.

시설 유형마다 차이는 있으나 사회복지시설의 노동자들은 매년 정해진 시간의 인권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몇 년 전에는 많은 시설의 미션과 비전에 인권이 등장하고, 관련 부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더불어 사회복지시설 평가지표에 인권 관련 지표가 포함되었고, 거주시설을 중심으로 인권전담기구가 만들어졌다. 물론 이러한 요구가 있던 초기에는 예산과 인력의 지원 없이 강제적으로 업무가 할당되고 기존 체계의 큰 변화를 요구하는 일이었기에 현장의 불만도 있었다. 그럼에도 변화는 나타났고 사업을 진행하거나 어떤 사안을 결정할 때 인권적인지를 사전 점검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일터로서 사회복지시설은 얼마나 변화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렇다 할 변화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있으나 사회복지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많은 노인 복지 사업이 그러하듯 올해 새롭게 시작한 ‘맞춤형 노인 돌봄 서비스’의 전담 노동자는 또 비정규직이다.

2019년에 진행된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결과 사회복지노동자의 65.1%가 지난 1년 이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역 사회복지사협회마다 사회복지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위기대응 매뉴얼을 개발•보급하고 있으나 현장에서 폭언과 폭력, 위협으로 인한 위험은 여전하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 노동 환경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져왔다.
‘고객갑질‘, ’직장갑질’, ‘위험의 외주화’ 등의 문제가 끌어 올려졌고, 관련 법률들이 만들어졌다. 2018년 10월 18일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에 관한 법률은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당연히 사회복지노동자도 이에 해당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미미하다. 

2019년 7월 16일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으나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실효성은 매우 낮다. 법은 직장 내에서의 해결을 강조하지만 대부분이 소규모인 사회복지시설에서는 피해 사실을 드러내면서 해결을 요구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 법률들이 전혀 소용없는 것은 아니다. 두 법 모두 사업주에게 노동자 보호와 존중, 구제책임이 있음을, 노동자는 보호받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노동자의 인권 보장 구조와 맞닿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2018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인권경영을 권고하였다. 인권경영은 새로운 경영기법 중의 하나가 아니다. 기업이나 기관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인권존중의 시스템을 요구하는 것이고 하나의 큰 축이 노동자의 인권 보장이다. 아쉽지만 사회복지시설은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권고대상에서 빠졌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시설 운영방침과 기준이 되는 운영규정의 개정이다. 노동자와 관련된 사회복지시설의 운영규정은 대부분 복무규정과 인사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필수적인 규정임은 분명하나 사용한 언어가 비인권적이거나 여전히 노동자의 희생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인권 보장이 포함된 운영규정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시설의 운영규정에 노동자에 대한 고용상의 차별금지, 노동3권 보장, 강제노동금지, 인권보장, 종교의 자유, 후원강요 금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면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
불가능한 상상은 아니다. 

2019년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 발간한 ‘사회복지시설 운영규정 표준안’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시설에 노동조합이 있다면 단체교섭을 통해, 그렇지 않다면 운영위원회나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동자의 인권보장 규정을 요구해야 한다. 인권의 파이는 정해져 있지 않고 제로섬 게임도 아니다. 노동자의 인권이 무시되는 시설에서 시민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