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신뢰가 기본...시공간 주체돼야
재택근무, 신뢰가 기본...시공간 주체돼야
  • 전재일
  • 승인 2020.09.04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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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올바른 사회복지기관 재택근무를 위한 탐구 ②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특히 수도권에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재택근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는 네이버의 검색어 트랜드에서 ‘재택근무’를 검색해보면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진자의 접촉자로 확인돼 열흘간 자가격리(재택근무)를 한 경험을 <웰페어이슈>와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소셜워커>에 기고하며 복지관의 전자결재시스템, NAS서버, 구글드라이브, 메신저 등을 활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기사보기: 복지관 코로나19 자가격리자, 열흘간 재택근무기

이후 여러 사회복지시설에서 재택근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며칠 전, <웰페어이슈>에서 사회복지시설의 재택근무 관련 원고 작성 요청이 들어왔다.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복지관이 어떻게 준비되었는지를 간략하게 소개해달라고 했는데, 3월에 소개했던 것과 달라진 점은 G suite를 도입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도 없고해서, 재택근무와 관련해서 나누고 싶은 질문들을 몇 가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글의 처음 몇 단락은 질문과 상황을 설명하는데, 다소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음을 양해바란다.

재택근무 시행이 어렵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공공기관을 비롯해 기업들의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전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해왔던 기관들은 무리없이 재택근무를 실시했고, 그동안 재택근무를 망설였던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재택근무에 대한 사회적 권장과 분위기가 있었음에도, 사회복지시설은 재택근무를 어려워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의심증상으로 검사를 받은 직원이 2~3일 집에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도 휴가를 사용하게 해야 할지 재택 근무를 하도록 해야 할 지를 망설이게 된다.

재택근무의 근거를 어떻게 남겨야 할까를 고민하고, 섣불리 재택근무를 시행해서 나중에 지자체의 지도점검에서 지적을 받을까 전전긍긍한다.

재택근무 시행을 어려워하는 이유를 재택근무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어서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사회사업의 특성상 재택근무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도 한다. 또 점점 사회복지시설 내 다양한 직종이 함께 하면서,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직원간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한다.

재택근무를 좀 더 넓게 유연근무로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노동자를 위한 법률이 점점 노동자 중심으로 개선되면서 만들어진 다양한 제도를 사회복지시설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적용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재택근무를 위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재택근무를 ‘집에 회사와 통신 회선으로 연결된 정보 통신 기기를 설치하여 놓고 집에서 회사의 업무를 보는 일’이라고 정의하면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각종 정보 통신 기기의 광범위한 보급이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설명한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은 예산을 들여서 원격근무를 위한 사내 인트라넷을 개발하고 구축해서 사용한다. 그러나 사회복지시설에서는 예산을 들여서 자체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NAS를 구축해서 문서를 보관하고, Google과 MS office의 스마트워크 도구를 도입해서 사용하는데, 이것도 시설 내에 IT에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추진하는 누군가가 없다면 어려운 일로 여겨진다.

집에서 일을?

며칠전 ‘홍보로사회사업하기’ 사회사업가 김종원 선생님의 스마트워크 강의를 들었는데, 시작 즈음에  환하게 웃고 있는 한 사람이 휴양지에서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사진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세요?라는 질문을 했다.

처음에는 교육생들의 반응이 조용하다가, 재차 묻자 여기저기서 이런 저런 답변이 나왔는데, “으~ 싫어요.”라는 답변이 여러 답변 속에서 강렬하게 들려왔다.

아마도 사진을 휴양지가 아닌 집에서 일하는 모습으로 바꾼다 해도 비슷한 반응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스마트워크를 설명할 때, 시간과 공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설명을 하게 되는데, 김종원 선생님이 사진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 바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홍보회사는 직원들이 사무실이 아니어도 원하는 장소-예를 들어 휴양지-에 가서, 반드시 9 to 6가 아닌 시간 속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은 직장에서 하는 것이고, 집과 휴양지는 일이 아닌 쉼이나 또다른 목적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짐작해본다.

그리고 집에서 일한 경험이나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은 이유도 있을 듯 하다. 재택근무를 이야기할 때  “집에서 일하면 업무 효율성이 좋지 않을 것 같은데?”라는 질문이 꼭 나오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집이나 휴가 중 일한 경험이 다들 없지는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신입 시절에 서류가 든 황화일을 들고 집에 간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고, 클라우드에 업무 파일들이 있는 지금은 수시로 집에서 파일을 열어서 일을 하고 있다.

9 to 6, 하루 8시간 근무?

우리는 오랜 시간을 9시에 출근해서 18시에 퇴근하는 근로시간을 준수하고 있고, 그 외의 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변화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하루 8시간 근무도 그렇다. 코로나19로 출퇴근시간을 조절하는 유연근무를 권장하고 있어도 9 to 6, 하루 8시간 근무는 잘 바뀌지 않는다. 법에서는 9시 출근, 18시 퇴근을 정해놓고 있지 않고, 시설에서 직원들이 정하는 취업규칙이나 운영규정에서 정할 수 있도록 되었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9 to 6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일까? 오랜 시간 그 시간에 맞춰서 스케줄이 짜여져 있어서일까? 아니면 관공서의 근무시간과 맞춰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근로기준법 제2조 1항 8호에서 근로시간을 정의하고 있다.

  ‘소정의 근로시간’이란 제50조, 제69조 본문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39조1항에 따른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말한다.

-제50조(근로시간)①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경우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그렇다면 재택근무를 할때도 9 to 6에 맞춰야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해보게 된다.

1. 스마트워크(재택근무)는 조직문화이다

2016년인가? 대한민국에 스마트워크 광풍이 분 적이 있다. 기업에서 스마트워크를 실현한 사례를 소개하는 책들을 서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나도 몇 권을 사서 읽었다.

사회복지계에도 스마트워크와 관련된 교육이 생겨났고, 지금까지 보수교육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주제이다.

*스마트워크는 ‘장소와 시간을 구애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그것을 구현하는 정보통신기술 환경을 일컫는다’고 정의되어 있다.

4년이 지나가는 지금, 과연 스마트워크는 실현되고 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많은 사회복지시설들이 전자결재 시스템을 구축하고, G suite 나 MS office와 같은 협업 시스템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사회복지시설 전체를 볼 때는 소수이고, 또 조직문화로서가 아닌 도구로서만 받아들였다.

도구만으로 스마트워크는 실현되지 않는다.

스마트워크의 정의에 나와 있는 ‘장소와 시간을 구애 받지 않고’라는 문장을 숙고해보면, ‘조직문화’가 변해야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공간, 한 사무실에서 일하던 직원이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일을 하려면 리더에게는 직원에 대한 신뢰가, 또 직원에게는 책무가 필요하다. 또 9 to 6 가 아닌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갖기 위해서는 직원들은 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사회사업실천에서 배웠던 권한부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실현되어야 한다. 또 앞에서 기술한 재택근무에 대한 의문들, 쟁점을 직원들과 같이 고민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재택 근무 관련 주요 쟁점별 Q&A(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2020.3.)’를 보면, 재택근무 실시에 관해서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실시하고, 협의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직원들의 의사결정능력은 의사결정참여의 경험과 자신이 참여해서 결정한 과업을 시행하면서 생겨나는 동기부여와 성취감(때론 실패의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2. 기존의 패러다임을 내려놓아라

많은 조직이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제로 변화하는 조직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패러다임을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기술했던 9 to 6, 하루 8시간 근무도 기존의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사업실천에서 재택근무가 어렵다는 생각도 고정관념은 아닌지 살펴보자.

3. 재택근무가 아닌 리모트워크(Remote Work)

집에서 일한다는 것의 의미는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일 수 있다. 그래서 재택근무보다는 리모트워크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리모트워크 :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장소와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으로, ‘원격근무’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리모트워크는 업무 환경 개선을 통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시행되고 있다.

최근 사회복지관의 경우 마을 중심으로 팀 개편을 하고 현지완결형 사회사업을 실천하는 복지관들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에도 98개 복지관 중 10여 곳이 넘는 복지관들이 기존의 3대 기능(사례관리-서비스제공-지역조직화)이 아닌 마을의 이름이 담긴 팀으로 조직 개편을 했다. 직원들은 복지관으로 출근하지 않고, 마을에서 일하다가 마을에서 퇴근하게 된다. 즉, 일을 하는 업무 공간은 사무실이 아닐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마을의 카페일 수도 있고, 동주민센터일 수도 있다.

일하는 장소가 반드시 사무실일 필요는 없다.

지난 2016년 9월 3일 마포복지관에서 열린 '스마트워크, 사회복지 협업을 말하다'
지난 2016년 9월 3일 마포복지관에서 열린 '스마트워크, 사회복지 협업을 말하다' 

4. 스마트워크 환경

사회복지시설에서 스마트워크 실현을 위해 필요한 정보통신기술은 무엇일까?

서두에서 썼듯이 내가 일하고 있는 복지관에서는 전자결재시스템, NAS, Google Drive, 메신저를 활용했고, 최근에 비영리IT지원센터 Techsoup Korea를 통해서 G suite를 도입했다.

전자결재시스템은, 2018년부터  KT 비즈메카를 사용하고 있으며 구축 비용은 무료이다. 시설의 양식에 맞게 문서양식을 만들 수 있고, 인사관리나 근태관리 등 사회복지시설 운영에 필요한 내용은 다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어플을 통해 스마트폰에서의 결재와 문서작성도 가능하다. 2년 반을 사용해본 바로는 구축 비용이 들지 않음에도 괜찮은 시스템이다.

*저장 공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월정액을 내야하는데, 비용이 저렴하다.

NAS(Network-Attached Storage)는 시설의 생성된 문서를 저장하기 위해서 구축했다. 기존에는 외장하드에 연도별로 문서를 저장했는데, 분실 위험과 고장 위험, 그리고 분실 시 정보유출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2018년 중순에 구축을 했다. 우리 복지관에서는 NAS에 연도별/부서별/사업별로 문서파일을 보관하고 있는데, 재택근무시 집에서 NAS에 접속해서 문서를 열어서 작업할 수 있다. 그러나 초기 구축 비용은 저장 용량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수백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Google Drive에는 공용 문서를 만들어서 활용하고 있다. 회의록이나 회의자료, 사업 실적, 교육 실적 등의 데이터를 작성하고 저장한다. 그리고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서든 스마트폰, 컴퓨터, 태블릿PC 등 다양한 디바이스로 접근이 용이하고 작업도 편리하다. 다만, 개인 Google Drive는 용량이 30G로 제한되어 있고, 개인(사적) 아이디로 접속해서 문서의 소유권이 개인에게 있고, 퇴사시 인계가 용이하지 않다. 또한 접속링크가 노출되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 G suite를 도입했다. G suite 는 Google에서 만든 협업용 스마트 도구이며, Google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앱(문서, 스프레드시트, 슬라이드 등)으로 문서 작업이 가능하고, 협업도 가능하다. 또한 Drive는 개인에게 30기가가 제공되지만 공용은 무제한으로 주어진다.

*사회복지시설은 테크숩을 통해 G suite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현재 우리 복지관 직원들은  G suite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고, 복지관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범위와 과정을 조직 내에서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홍보로사회사업하기 김종원 사회복지사는 G suite나 Ms office 와 같은 도구로 사회복지시설의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G suite를 도입한 사회복지시설을 보여주는 구글 맵 http://asq.kr/loxHIMozgNie

*비영리IT지원센터 테크숩 홈페이지  https://www.techsoupkorea.kr/

5. 첫째는 신뢰, 둘째는 변화하려는 의지

앞에서 몇 차례 이야기했지만, 재택근무, 스마트워크, 리모트 워크를 잘 실현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는 상호적인 것이며, 사회복지시설의 리더나 다른 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변화도 마찬가지이다. 리더 혼자만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똑 부러지는 누군가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변화할 수 없다.

글의 마무리

코로나19는 많은 고민과 논의를 하도록 해준다. 그런데 이런 비슷한 경험들은 이전에도 많았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일 때도, 스마트워크의 광풍이 불었을 때도 사회복지시설들은 관심을 가지고 교육에 참여했고, 논의를 했으며, 코로나19로 또 비슷한 고민을 하고 논의를 하고 있다.

전재일 신림사회복지관 부장
전재일 신림사회복지관 부장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제 재택근무에 대한 논의에서 사회복지시설 조직문화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것이고, 기술적인 환경을 구축하는데 있어서도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들이 보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재택근무이든, 스마트워크이든, 리모트워크이든 변화를 통해서 시간과 공간의 주체가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는 개개인 모두의 것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