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은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
팀장은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
  • 양동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존중받는 사회복지 리더의 온도 #2
출처 : www.pixabay.com
출처 : www.pixabay.com

“이런 것도 스스로 해 버릇해야지.”

“혹시 모르니까 저것도 같이 준비합시다.”

“그냥, 선생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혹시 어떠세요? 복지현장에서 일하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건넨 말이지는 않으신지요.
단편적으로 볼 때는 다 맞는 말이고 좋은 말인 것 같지만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시 한번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에 어떤 리더로 평가되고 우리의 조직과 공동체에는 어떤 역동이 일어나게 되는지 찬찬히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존중받는 사회복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 나가야 할까요?

팀장은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기관과 시설은 다양한 조직체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마다의 규모와 상황에 따라 리더로 세워지는데 걸리는 기간과 리더로 세워지더라도 주어지는 역할과 책임의 무게가 다를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조직인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직급과 직위를 세부적으로 나누어 실무자보다 리더들이 더 많아 고충이 있는 곳도 있고,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인사적체가 심해 실무자로 일해야 하는 기간이 너무 길어 고충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모양새의 조직 속에서 팀장은 무엇보다 팀원의 역량과 캐릭터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개별적인 수퍼비전 계획과 개입의 수준을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모든 팀원들의 역량수준이 같지가 않을 것이며 각자의 캐릭터에 따라 다양한 강,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단순히,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라거나 팀원들끼리 자율적으로 상의해서 결과물을 가져오라는 등 방관적인 자세를 취해서는 안 됩니다.

내 팀원의 역량이 100점 중의 70점이라면 30점을 채워주는 것은 팀장의 몫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팀의 목표한 실적이나 성과가 달성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조율해 나가는 것이 바로 팀장 노릇입니다. 그리고 팀원의 역량이 성장하여 70점을 해내던 사람이 80점이나 90점을 해내게 되면 수퍼비전과 개입의 강도를 20점이나 10점 수준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이런 팀 운영이 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수퍼비전 시스템에 의해서 팀원의 역량의 수준, 캐릭터, 성장욕구 등을 명확히 파악하고 거기에 걸맞은 수퍼비전 계획이 수립되어야 만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팀원의 성장을 위해서 늘 멀지 않은 곳에 함께 있어 주며 상황적으로는 지혜롭게 지원하는 것이 진정한 팀장 노릇입니다. 영양가 없는 조직과 기관의 정치적인 놀음하는 것에 시간을 허비하거나 자리를 많이 비우지 마십시오. 팀장은 엉덩이가 무거워야 합니다.

장애물을 제거하고 교통정리하라

복지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팀원이 1시간이나 걸릴 일도 팀장이면 10분 만에 마무리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물론 경력에 따른 역량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리더로서 가지고 있는 행정력, 자원동원력 그리고 네트워크 등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팀원들도 1시간이나 걸리던 일이 40분, 30분으로 줄어 들겠지만 조직과 기관 내에 포지션 상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럴 때 팀장이 나서서 그 장애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신속하게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필요하면 행정력을 발휘해서 보다 빨리 교통정리를 해주어 팀원들이 불필요하고 비본질적인 일에 시간을 허비하거나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지원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어떠한 일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적절한 전략을 세워서 신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리더로서의 경험과 혜안으로 신속히 의사결정을 해주어야 합니다.

수퍼비전을 준답시고 장황하게 팀원들의 시간만 뺏고 맨 마지막은 스스로 고민하여 결정하라는 식의 수퍼비전은 정말 최악 중의 최악입니다. 팀원들이 고민하여 보고한 많은 사안들을 검토하고 가지치기하여 본질적인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등불을 비춰주는 역할이 바로 팀장 노릇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정한 팀장 노릇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한과 책임의 범위 내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하고 팀원들이 본질적인 실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입니다.

소통의 그레이드를 지켜라

복지현장의 리더들 중에는 일부 성격이 너무 급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업무를 지시해 놓고서 기다리지 못하고 스스로 실무자들이 해야 하는 일까지 해버리거나, 실무자들이 소통해야 하는 관계자와 직접 소통해버려 나중에 관계가 꼬여버리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에 실무자들은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리더의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고 업무에 대한 자신감과 추진동력을 잃게 됩니다.

실무자는 말 그대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자입니다. 리더는 그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굳이 실무까지 하려고 하지 말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사안인 경우에는 차라리 실무자에게 직접 일을 주관하게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그 업무의 주변 잔일을 다른 팀원들을 동원하여 함께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특히 다른 기관이나 관계자와 일을 하는 경우에는 소통의 그레이드를 맞춰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도 정상적인 업무의 흐름이 맞춰지게 됩니다.

진정한 팀장 노릇이란

팀장 노릇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감안하고 감내해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단순히 경력이 차고 호봉이 올라간다고 해서 아무나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복지현장의 많은 기관과 시설들은 끊임없이 차세대 리더의 양성을 위해 크고 작은 투자를 해 나가야 합니다. 자체적으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진행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외부의 교육이나 연수과정에 적극 참여하게 해야 합니다. 그것마저도 어렵다면 적어도 차세대 리더가 될 선생님들을 타켓팅 하여 좋은 독서를 할 수 있게 충분히 지원해야 합니다.

일전에 한 복지관의 팀장님과 나눈 인상 깊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분은 매월 받은 직책수당은 작은 금액이지만 꼭 자신의 팀원들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떼어 놓으신다고 합니다. 팀원들과 수퍼비전을 하면서 소요되는 식사비와 커피값 또는 팀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소소한 선물을 사는 비용으로 사용한다고 하는군요. 그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조직의 리더가 되어 그렇게 팀원들을 위해 애쓰는 마음 자체가 참으로 귀하고 감동이 되었습니다.

팀장 노릇이 절대 쉬운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진정한 사회복지 리더의 온도는 과연 몇 도 이십니까?

양동훈 칼럼리스트의 더 다양한 콘텐츠는 [양팀장의 슈퍼마켓]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Clic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