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시대, 사회복지기관 원격근무에 대한 소고
코로나19시대, 사회복지기관 원격근무에 대한 소고
  • 최장열(논현종합사회복지관 관장)
  • 승인 2020.09.07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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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올바른 사회복지기관 재택근무를 위한 탐구 ③

2020년은 코로나19로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될 듯합니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작되면서 공공기관은 일정 인원의 재택근무가 의무화가 되었고, 사회복지관을 비롯한 민간 기관 또한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필자는 18년 전 사회복지사의 원격근무에 대한 석사 논문을 썼습니다. 재택근무의 상위개념으로 원격근무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근무시간의 일정 부분을 전통적인 사무실 이외의 환경에서 작업하는 근로 형태'라고 정의했고, 사회복지사의 근무유형 및 업무 유형에 따라 원격근무에 대한 선호도는 차이가 나며 이에 따라 사회복지 분야에 원격근무를 적용할 수 있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18년 전의 연구는 실제 사례 및 관련 연구 부족, 연구자의 자질 부족으로 원격근무의 개념과 사회복지사의 원격근무 유형에 대한 실태조사에 그칠 수밖에 없었고, 단지 원격근무 유형별로 사회복지 분야의 적용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그친 한계가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일부 직원이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사회복지사의 원격근무 선호도에 관한 연구' 논문을 현시점에서 다시 한번 정리해 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필자는 원격근무를 사회복지 조직에 도입하기 위한 몇 가지 전제 조건을 제시하였습니다.

첫째, 새로운 운영방식에 투자할 결심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새로운 방식을 일하게 될 때 그에 합당한 평가 방식을 분석, 탐구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직원들이 원거리에서 의사소통하는 새로운 방법에 익숙해지기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둘째, 사회복지 조직이 융통성 없는 산업형 조직이 아니라, 유연성이 높은 정보형 조직이어야 합니다. 조직의 성격이 유연하고 정보화의 정도가 상당하며 필요하면 언제나 변화할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셋째, 사회복지 조직의 문화가 개방적이며 특히 관리자가 활동 지향적이어야 합니다. 관리자집단의 변화 수용 여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넷째, 직원의 특성과 업무의 성격에 대한 철저한 파악과 분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특정 업무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전화로는 해결될 수 없는지, 사람이 직접 접촉해야 하는지, 컴퓨터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인지, 담당 직원은 다른 직원이나 클라이언트 등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지, 업무가 반드시 일과시간에 이루어져야 하는지, 다른 사람들이 그 직원과 즉각적으로 직접 연락해야 하는지 등을 따져보아야 합니다.

다섯째, 원격근무의 실행에 따른 일련의 내적 저항을 받아들이고 외적 장애를 극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관리자와 직원 모두 변화를 수용하는 내적 저항의 수용뿐 아니라 물리적·논리적인 장애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작은 아파트에 사는 까닭에 직원의 거주지에 적절한 공간이 없는 경우 재택근무는 가능한 대안이 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여섯째, 원격근무가 제대로 움직여질 수 있게 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 기술이나 교육훈련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용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여섯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원격근무를 사회복지사의 업무 그리고 사회복지 조직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지침을 따라 구현 방안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첫째, 원격근무를 전사적으로 실시하기보다는 시험프로젝트로 시작하되 너무 복잡하게 하지 않습니다. 즉, 클라이언트와 전화 통화를 통해서 또는 클라이언트가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원격근무를 도입하고자 하는 부문의 인력을 사무실에 필요한 인력, 출장이 잦은 인력, 독립적인 인력으로 세분화하여 각 부문이 사무실을 이용하는 정도를 규명합니다. 

셋째, 관리자와 직원들 모두 업무의 목표와 그에 따른 평가방식에 대해 분명히 파악하도록 합니다. 처음부터 목표를 명확하게 정해서 진행 과정을 통제하고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 합의를 하는 일이 원격근무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넷째, 원격근무에 관련된 기술뿐 아니라 문화에 대해서도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교육대상은 임직원뿐 아니라 고객과 클라이언트, 기타 이해관계자에게도 변화된 환경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회복지 조직은 원격근무 특히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업무와 가사를 균형 있게 병행하고 있는지에 관해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과 관리자가 모두 솔직해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 직원은 일과 가사를 구분하고 그 구분이 제대로 경계가 지어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관리자와 직원의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필자는 사회복지사의 원격근무를 근무 형태에 따라, 일과 후 초과근무, 자유계약 근무, 임시적이고 불규칙한 근무, 정규 종일제 근무로 구분했고, 근무 장소에 따라, 재택근무, 원격근무센터, 이동원격근무로 유형을 구분하였습니다. 특히 원격근무센터를 지역작업센터와 공동근린사무실로 구분하며 사회복지관의 활용을 통한 새로운 모형을 제안하였고, 이동원격근무 유형의 경우는 사회복지 조직에 가장 적합한 유형으로 현지 완결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특징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18년 전 논문은 여러 면에서 부족하였지만, 2020년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면서 사회복지 조직에도 원격근무를 적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제 논문을 다시 한번 정리하며 원격근무를 시행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신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제 머릿속에 남습니다. 
(제 논문은 국회도서관에서 원문을 다운받아 볼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최장열, 사회복지사의 원격근무 선호도에 관한 연구(중앙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학위논문, 20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