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에게 우울감을 전염시키고 나면 마음이 편안하세요?"
"그렇게 나에게 우울감을 전염시키고 나면 마음이 편안하세요?"
  • 고진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09 0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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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가 계속되지만 우울한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하는 현장의 사회복지사들

"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휴일마다, 근무 끝나고 운동도 여행도 많이 돌아다녔지만 이용자께 그리고 주위 사람들한테 옮길까봐 어디 돌아다니지 못해 스트레스가 더욱 더 쌓이게 되며 이 스트레스를 이용자께 돌아갈까봐 참 두렵네요 "

"매일매일 근무 끝나고 집가서 울기만 하네요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고"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과도해진 업무와 마주봄의 단절로 오는 감정해소의 어려움 등을 느껴 신청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갑자기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일했었는데...  대면 활동도 제약 받고 우울감이 많고 미래가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

수 개월동안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상과 현장이 변화하고, 정서와 감정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는 연일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 시대를 대비해 홍보물을 만들고 새로운 키트를 먼저 제작해서 선점해야 한다'고 노동자들을 독촉하거나 '남들은 유투브 채널하는데 우리는 왜 안하냐?'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를 하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일부기관에서는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직원들에게 "이제 집에서 일하니깐 편하게 일하면서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해"라고 이야기를 하거나 밤낮없이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카톡으로 업무를 지시하면서 "나는 밤에 잠이 없어서 보낸거야"라고 어쩌면 너무나도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메시지들을 공공연하게 나누는 모습들이 현장에 남무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되는 것은 지금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혹.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우리기관은 직원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야. 내가 개방적이잖아." 라고 표현하거나 "우린 그런시간을 매일 정기적으로 가지잖아."라고 자신있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볼 것은  '내가 시간과 장소를 만들었으니 필요하면 오세요'라는 환경적 관점보다 먼저 생각해야 될 것이 있다.

"나로 인해 우울감과 불쾌감 같은 부정적 감정이 전염된다는 것이다" 

특히나 우울감, 불쾌감의 전염이라는것은 상명하복의 조직과 같아서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것 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것이 훨씬 빠르고 확산성도 높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의 관리자와 책임자들의 우울감과 불쾌한 감정의 표출은 단순하게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여과되지 않은 부정적 감정표현으로 인해 나의 동료, 나의 후배들이 감정의 쓰레기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모두 힘든시기에

   1. 너무나 편한말로 구체적이지도 않은 일들을 찾아오라고 호통쳤던건 아닌가?

   2. 재택근무라고 직원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감시했던건 아닌가?

   3. 실천현장의 다양한 변화로 인한 나의 우울과 불안한 감정을 직원들한테 쏟아 부었던 것은 아닌가?

실천현장의 휴먼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들이 모두 고민해봐야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이 감염병에 의한 불안감과 공포감 그리고 무력감과 우울감으로 출발했지만 우리들이 무심코 던졌던 말한마디, 그리고 표현하나가 지금의 우울감을 더욱 확산시키는 것은 아닐지.....

나와 그리고 그 글을 읽고 계신 모두에게 되물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