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는 19금이 아니다
안마는 19금이 아니다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11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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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는 19금이 아니다

심지용(저널리스트/ 저널리즘학 전공)
심지용(저널리스트/ 저널리즘학 전공)

“손님들은 오늘 여기 술 드시러 온 게 아니고 10만 원을 주고 맹인에게 안마를 받으러 오신 겁니다.” 코로나도 성욕(性慾)을 이기진 못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시행으로 유흥주점 영업이 금지되자 업주들은 보건업으로 분류된 안마시술소를 빌려 성매매를 하고 있었다. 강남 일대에서만 같은 수법으로 운영되는 업소가 10곳이 넘는다고 한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안마’를 검색하면 대부분 성인물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이성(異性)의 마사지를 받으면서 자연스레 성행위로 이어지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굳이 영상을 접하지 않더라도 성별이 다른 타인의 손길이 자신의 신체에 닿는다는 것만으로도 성적 상상력이 풍부해진다. 이런 식으로 사고하는 사람의 속성을 이용한게 ‘불법 안마방’이다.

굳이 ‘불법’이란 수식어를 붙인 건 안마사라는 직업은 시각장애인에게만 허락되어 있어서다. 의료법 제82조는 특수학교 중·고등학교에 준한 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안마사의 물리적 시술에 관한 교육과정을 마치거나 중학교 과정 이상의 교육을 받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안마 수련기관에서 2년 이상의 수련과정을 마친 사람만이 안마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특히 의료 행위는 의사만 할 수 있다는 자격 사항이 있지만, 안마에 대해서만큼은 시각장애인들을 예외로 규정한다. 실질적으로 시각장애인이 운영하는 안마방만이 합법인 이유다.

의료법에서 안마를 다루는 까닭은 사전을 찾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안마는 손으로 몸의 순환계·신경계·근육계에 생체반응을 일으키도록 누르거나 두드려, 기능의 변조를 조정 또는 혈액순환을 돕는 수기요법이다. 타인의 신체를 원칙 없이 만지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원리에 따라 아픈 곳을 치료하는 숭고한 행위인 것이다.

이렇듯 안마는 전문적인 영역이기에 체계적인 교육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시각장애인들의 안마 교육을 지원하는 특수학교들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효정안마센터다. 한빛맹학교 김양수 교장이 2011년 세운 이 센터는 졸업생 등 시각장애인들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다. 센터를 이용한 방문객들의 후기들도 칭찬 일색이다. 올해 초 남자친구와 센터를 찾았다는 한 씨(여·29)는 “목과 어깨 그리고 다리를 너무 잘 주물러주셔서 뭉친 피로가 싹 풀렸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꼭 다시 올 계획” 이라고 말했다.

노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안마는 피로를 풀 수 있는 안식처다. 종일 일 하며 뭉친 근육을 누군가 주물러줄 때의 노곤함을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알 거다. 이처럼 사람들에겐 치료행위로 안마를 받을 권리가 있다. 한데 안마사의 자격을 시각장애인으로 제한하면, 수요 대비 공급이 너무 떨어진다. 차라리 자격요건을 완화해 비장애인들에게도 기회를 주되 성행위로 변질되는 안마방만을 규제하면 어떨까? 대신 기존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을 강사로 채용해 안마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교육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만약 안마를 전문 영역으로 끌어올린다면, 이 일을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안마에 대한 편견도 깰 수 있지 않을까? 안마가 19금이 아닌 건전한 치료행위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건 덤이다.

※ 정보누림 칼럼 기고자는 장애인 및 가족, 복지전문가 등 경기도 장애인복지발전을 위한 현장의 소리 및 다양한 분야의 원고가 게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