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사의 좌충우돌 사회복지 정체성 찾기
물리치료사의 좌충우돌 사회복지 정체성 찾기
  • 이우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16 11:3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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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인 정체성 찾기_반사반치? 사회복지인!!_들어가며_(1)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 영화 극한직업 중 -

극중 얼결에 만들어진 갈비통닭은 새로운 맛으로 대중의 열광을 이끌어내죠. 
그런데 전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닭은 괜찮을까?'

통닭의 입장에선 내가 갈비인지, 통닭인지, 도대체 내가 뭘까? 라고 고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튀겨진 수만마리의 통닭중 하나쯤은요.

반사반치(反社反治): 반은 사회복지사, 반은 치료사 라는 근거 없는 사자성어


이전 직장에서 제가 만났던 한 팀장이 했던 말입니다.

"저는 반사반치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요, 샘은 저랑은 많이 다른 종류의 반사반치 같네요."

그 팀장뿐만 아닙니다. 2009년 장애인복지관에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언어는 다르지만 비슷한 의미의 말을 꽤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샘은 보통의 치료사랑은 좀 달라요."
"샘이랑 얘기해보면 사회복지사랑 얘기하는 것 같아요."
"선생님 정말 마인드가 좋으시네요."

라고 얘기하는 사람들 중 다수는 사회복지사였고,

"선생님이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걸 우리 치료사가 왜 해야하죠? 왜 우리가 굳이?"
"샘 굉장히 이상적이시네요."

라고 얘기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치료사였습니다.

꼭 다른 사람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저 스스로 사회복지사들과 이야기하는 게 많은 경우 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지요. 그래서 (멋진)사회복지사인 좋은 아내를 만났고, 그 관계를 통해 멋진 세계관을 가진 수많은 사회복지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관계가 선순환을 그리며 점점 더 '치료' 보다는 '사회복지'를 이야기하는 게 편한 제가 되어 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갈비인지 누군지 모르는 통닭처럼, 점점 치료사인 내 직업이 희미해지거나 헷갈리는 순간을 거치기도 했어요. 
난 '치료사'인데, '사회복지적 마인드'로 잘 팔리고 있는건 아닌지... 하는 고민이요. 마치 갈비양념을 입은 통닭처럼 말이죠.

이 고민은 일을 시작한 이래로 마음 속 언저리에 자리 잡아 불쑥불쑥 튀어나오기도 하지요. 
지금 이 시점의 저에게는 앞으로의 제 '반사반치'적 모습이 흥미롭고,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지 궁금하지만, 10년 남짓을 살아오며 했던 고민들을 용기를 내어 드러내고, 말하고, 기록한다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해줄 거란 생각에 감히 글을 연재해봅니다.

"내가 가진 것을 내어놓을 때, 연대가 시작되는 거에요." 라고 제가 하고 있는 영화모임에서 한 사회복지사가 해준 말을 떠올리면서요.  

그렇지만 이 글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 특히 수많은 사회복지인들에게 공개되는 것이 저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제가 일하면서 '그럴듯한 말만 하지는 않았을까', 혹은 '없는 걸 만들어내고, 작은 걸 크게 포장하려하면 어쩌지' 라는 고민, 같은 사건도 다른 해석이 존재하는 것처럼 제 경험과 실천들이 누군가에겐 다르게 해석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니 제가 크게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엄청난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제 모자람과 시행착오들 역시 함께 공유한다면 조금 더 나은 사업을 할 수 있는 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 새로운 시도와 도전은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든 저에게 성장의 기회가 되어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사반치? 사회복지인!

제가 앞으로 쓸 시리즈의 큰 제목은 '사회복지인 정체성 찾기_반사반치? 사회복지인!!' 입니다.
(사회복지시설, 그 중 장애인복지관에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지요. 대략 절반 이상이 사회복지사이고, 나머지가 치료사, 직업재활사, 영양사, 조리사, 시설관리사, 회계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우린 이 다양한 직종의 구성원들을 사회복지종사자라고 부르지요. 저는 이 사회복지종사자라는 말을 사회복지인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

저는 이제 10년차가 되는 소아물리치료사입니다.

대학교 실습 시절, 우연한 기회에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좋은 소아물리치료사를 슈퍼바이저로 만나 아이들을 치료하고 싶다는 결심을 하고, 졸업과 동시에 그 복지관에서 1년여 가량 소아물리치료 트레이닝을 거쳤죠.

그 후 서울에 개관하는 장애인복지관에 소아담당물리치료사로 채용돼 일을 하게 됐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잠깐 부모님의 분식집을 함께 운영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다시 서울의 한 장애인복지관에 취업하게 됐고, 다시 개관한 지 2년이 약간 안된 서울의 한 장애인복지관의 개관 멤버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복지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제 경험과 생각, 실천과 의견을 블로그에 글 쓰듯 올리는 연재입니다. 나름 우여곡절의 10년을 이야기해볼까 해요.

제목이 그렇다지만, 전 치료사입니다.
전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치료사의 모습은 병원이나, 여타 일반적인 다른 치료사들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접근 방법과 형태를 달리 가져가야 한다는 말이죠. 전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치료사들, 특히 선배 치료사들이 그 이야기를 많이 꺼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교를 하려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본 사회복지사들은 끊임없이 화두를 던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선배들이 참 많았습니다. 물론 좋은 치료사는 정말 많습니다. 좋은 의견을 던지는 치료사들도 많지요. 그런데 그 장이 사회복지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하는 곳이 이곳인데, 치료사들끼리 모여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고 있으면 뭐가 바뀌나요? 

이야기는 곧 불만이 되기 쉽습니다. 현실을 탓하며 투정으로 변하기 마련입니다.

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치료사의 모습이 뭔지, 드러내어 이야기하고 그것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와 다름없이 정체되어 있는 시스템 안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는 뒤로 한 채 서로에 대한 아쉬움만 쌓여 가겠죠. 

아무래도 소수 직종인 치료사들은 결국 다수의 결정권자인 사회복지사의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미 장애인복지관에서 치료사들을 어찌하지 못해 고민이라고 하는 기관장들이 많습니다. 서서히 치료사의 자리와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죠. 

그 전에 우리가 먼저 이야기해야 합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또 맺고 있는 관계 안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해야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인으로서 내 미래의 모습은?

제가 이 연재를 통해 변화를 이야기하는 방법은 '내가 바라고 꿈꾸는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인복지관의 치료사로써의 모습을 소셜픽션 하는 것입니다. 
각자의 소셜픽션이 모아져 기관 혹은 지역 단위에서 합의되고, 이것이 장애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욕구와 맞아떨어진다면 그게 제가 꿈꾸는 '사회복지인'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 이우철 물리치료사

이 글을 통해 '치료사는...', '사회복지사는...' 이라는 말보다 '사회복지인은!!'이라는 말로 서로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나마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큰 바람보다, 글을 씀으로서 저 스스로 정리되고, 사회복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잡아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쪽에 서기에도 그렇고, 저쪽에 서기에도 그런 반사반치의 모습 말고, '사회복지마인드'라는 맛있는 갈비양념을 탑재한, 치료로 사회복지하는 사회복지인임이 당당한 치료사가 되길 희망합니다. 

그래서 조금 더 선배가 되었을 때, 저처럼 고민하고 있는 후배 사회복지인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떠신가요!?
반사반치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인으로서의 정체성 찾기! 함께 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