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정말 좋은 게 좋은 겁니까
팀장님, 정말 좋은 게 좋은 겁니까
  • 양동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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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받는 사회복지 리더의 온도 #3
출처 :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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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하는 조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유독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팀이 있습니다. 항상 밝아 보이고 장난도 많이 치고 자그마한 일에도 깔깔거리기 일쑤인 분위기의 팀을 보면 왠지 팀워크가 좋아 보이고 팀원들 사이 그리고 팀장과 팀원의 사이에서도 건강한 관계의 역동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팀이 건강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 피상적인 웃음 속에 썩어 문드러져 가는 깊은 관계의 골이 있을 수 있고, 감정적인 겉 포장 속에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갈등과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실제로 가장 분위기가 좋았던 어떤 팀이 나중에 알고 보니 한 명의 신입직원을 집단따돌림 했던 일이 밝혀진 적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 팀이 건강한 팀일까요? 건강한 팀은 당연히 분위가 좋겠지만, 분위기가 좋은 팀이라고 해서 건강한 팀이라고는 섣불리 말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혼내는 팀장은 나쁜 팀장인가?

지지적이라는 표현 속에는 무언가 감정적인 따뜻함과 모든 것이 용서될 것 같은 안정감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학문적으로 '지지적 수퍼비전'을 이해할 때 자칫 단편적인 면만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유명한 책 제목이 있듯이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수퍼바이지에게는 칭찬과 격려가 기본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러나 꼭 칭찬과 격려만이 지지적 수퍼비전이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과오에 대한 따끔한 질책과 성장을 위한 훈계, 발전을 위한 자극 역시 수퍼비전의 기술과 내용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질책과 훈계는 자칫 감정적이거나 위협적으로 전달될 위험이 있습니다. 아무리 명확한 메시지라도 전달하는 방식과 감정선에 따라 왜곡되어 전달될 수 있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긴급한 사안인 경우에는 즉시 그 자리에서 수퍼비전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질책하거나 훈계할 일은 정기적으로 약속된 수퍼비전 시간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수퍼바이저가 최대한 감정을 줄이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상태에서 수퍼비전이 전달되어야 수퍼바이지가 오해하지 않고 잘 수용하며 존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내가 책임질게.

요즘은 사회복지현장에서 전자결재 시스템이 많이 도입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처음 사회복지현장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빨간 인주에 막도장을 꾹꾹 찍어눌러 기안문서를 올렸습니다. 작은 지출하나 결재를 맡는데도 관장님까지 전부 도장이 찍히려면 얼마나 발품을 팔아야 했는지 모릅니다. 결재도장을 찍는다는 것 즉, 결재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생각해봅니다. 결재권자가 도장을 찍을 때 지금부터는 내가 책임질게라는 알람 메시지가 생성된다고 생각합니다. 담당자가 올린 기안을 팀장이 결재하면서, 팀장이 올린 기안을 국장이 결재하면서, 국장이 올린 기안을 관장이 결재하면서 책임이 이관됩니다. 그것이 조직의 생리이고 정상적인 수퍼비전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기적인 수퍼비전 시간을 통해 업무실적과 성과를 꼼꼼히 확인하고 챙겨야 합니다. 사업계획과 공정표에 의해서 제대로 하지 못한 일이나 반대의 성과가 나타난 일에 대해서 원인을 분석하고 그 가운데 팀원의 불찰이나 태만이 있다면 질책하고 훈계해야 합니다. 또한, 초과 달성한 실적이나 기대보다 뛰어난 성과가 나타난 일이 있다면 충분히 칭찬하고 보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팀원의 성과는 팀장의 성과이며 팀원의 과오는 바로 팀장의 과오입니다.

시대의 흐름 속에 사회복지현장 역시 하나의 노동현장으로서 정당한 법령과 규정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근로자로서 수시로 적용해야 하고 보장해야 하는 다양한 권리와 혜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의 발전속도에 비해 사회복지현장은 종사자의 실적과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고 그것에 맞게 보상하며 조직을 관리하는 역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근로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와 복지제도를 적용하고 보장하는 일 만큼, 사회복지 전문가로서 더욱 책임성을 가지고 맡겨진 실적을 잘 채우고 성과를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보다 전문적인 운영역량이 필요할 때입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표현 중의 하나는 바로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입니다. 무엇이든 정면으로 마주치거나 승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국민성을 대표하는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현상은 사회복지현장의 조직 속에도 다분히 녹아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따뜻하고 감성적인 이미지가 짙은 이곳에서, 무언가 사리를 분별하고 잘잘못을 따지고 명확한 기준과 판단을 적용하는 자체가 이미 마음이 불편한 모양입니다.

상대적으로 책임을 더 맡은 팀장의 경우에도 실제 팀원들과의 갈등을 일으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런 논리를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감정이 상하겠지? 앞으로 계속 같은 부서에서 일할 사람인데 마음 불편하게 어떻게 이런 말을 해.’ 하면서 회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팀원들과의 갈등이 두려워 당면한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정면돌파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팀장도 팀원도 그 누구도 성장할 수가 없으며 회피한 문제는 언젠가 감당할 수 없는 큰 산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때로는 당신이 해야 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 때 당신의 수퍼바이저가 그 역할까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당신의 침묵과 회피로 피상적으로는 팀원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을 수 있고 당신의 팀 분위기가 좋은 척 보일 수 있으며 당신의 인기가 좋은 것처럼 보여지겠지만, 본질적으로 당신의 팀원들은 그러한 팀장의 모습을 보며 쉽게 신뢰와 존중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팀장 노릇 그거, 정말 쉽지 않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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