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과 ‘이번이 처음’ 그리고 ‘지록위마(指鹿爲馬)’
‘단독’과 ‘이번이 처음’ 그리고 ‘지록위마(指鹿爲馬)’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09.2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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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도 매체들의 행태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문자 그대로 눈 뜨고는 차마 볼 수 없을 지경이다. 또 엉뚱하고 허망한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빠졌으니 가히 ‘신을 신고서 발바닥을 긁고 있다’는 뜻의 격화소양(隔靴搔痒)이라 할 만하다.

이들의 특이한 행태 중에서도 으뜸인 것은, 툭하면 별 것도 아닌 이야기를 ‘단독’이라고 야단법석을 피우는 짓거리다. 리포트를 할 때는 마치 온 국민이 놀라 나자빠질 이야기라도 되는 것처럼 목에 핏대를 세운다. 들어보면 시중에 떠도는 한담(閑談)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용인데도 결연함을 곁들인 목소리로 진지하게 떠들어댄다. 환장할 노릇은, 어린애들의 장난질만도 못한 이 짓을 그 귀한 시간에 비장한 얼굴로 주구장창 반복한다는 점이다. 도대체 이런 따위를 ‘단독’이라고 이름 붙이는 자들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앉아 있는 것일까?

‘이번이 처음이다’는 말버릇도 지겹고 또 비루하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평균적인 지혜만 가지고 있어도 그런 쓸데없는 뒷말을 붙이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은 이리 돌고 저리 돌아 구닥다리가 된 소문들이다. 그것들을 모아서 한참이나 읊어대고 난 다음에 자신이 보도하고 있는 내용을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가픈 숨을 몰아쉰다. 자신이 아니었더라면 땅 속에 파묻힐 위기라도 있었던 것처럼 헐떡이기까지 한다. 그럴 때마다 치켜뜨는 눈매도 짜증 만땅이다. 어찌 우리나라의 언론이라는 것들은 하나같이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억지를 부린 중국 진나라의 환관 조고의 못된 행실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의 언론들도 멀쩡한 일을 의혹으로 둔갑시키고 억지를 동원해서 사실을 왜곡한다. 지록위마가 우리나라의 언론들이 보여주는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언론이 바른 길을 내버리고 사특한 맛에 재미를 들이다보니 이제 본연의 기능은 아예 없어졌다. 언론이 지켜야 할 자리에 자기네들의 입맛과 이익 그리고 ‘가오’를 높이기 위한 온갖 노략질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그러고도 일말의 부끄러움조차 없다. 조고에 버금가는 만행이 아닐 수 없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도대체 저잣거리의 싸움질만도 못한 이야기를 한도 끝도 없이 울궈먹는 이들을 어찌해야 할까? 재허가제도의 엄격한 도입이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저들을 방치했다가는 우리나라가 통째로 주저앉게 생겼다. 동시에 폭망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시급히 입법해야 한다. 그래야 언론이라는 탈을 쓰고 ‘찌라시’를 남발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