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렛증후군으로 살아가는 것
뚜렛증후군으로 살아가는 것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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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렛증후군으로 살아가는 것

 

이건희(유튜브 크리에이터)
이건희(유튜브 크리에이터)

  안녕하세요. 이건희입니다. 그리고 제겐 또 하나의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틱돌이입니다. 뚜렛증후군으로 오랜 기간 직업을 가질 수 없었던 제가 지금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 당사자로서,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 뚜렛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릴까 합니다.

  여러분은 뚜렛증후군 또는 틱장애에 대해 잘 알고 계시나요? 많은 사람들은 본인도 모르게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행동이나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틱장애는 이러한 행동과 습관을 넘어 내가 통제할 수 없이 반복되는 행동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틱이란 갑작스럽고 빠르며 반복적, 비율동적, 상동적인 움직임이나 소리 등 한 가지 행동을 반복하는 장애를 말합니다. 음성틱이 발생하지 않는 틱장애와 달리, 제가 가지고 있는 뚜렛증후군은 다양한 음성틱과 운동틱이 함께 일어나는 것으로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저는 음성틱과 운동틱을 모두 가지고 있고, 벌써 이 장애를 가지고 생활한지 30년이 넘었습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 가지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 어떨까요? 어린 시절 손으로 물건들을 반복적으로 치는 틱으로 인해 손은 항상 상처로 가득했으며 성인이 된 지금은 목을 심하게 꺾는 틱으로 인해 전신에 마비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운동선수였던 저는 이러한 운동틱으로 인해 운동을 계속할 수 없었고 생활에도 굉장한 불편함을 겪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를 정말 힘들게 한 것은 운동틱이 아닌 음성틱입니다. 음성틱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수반합니다. 저는 “악!”하는 괴성 소리를 내는 음성틱을 가지고 있는데 학창 시절 수업시간에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는 저의 행동은 선생님들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학급 친구들의 놀림과 조롱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듯 뚜렛증후군은 일상 및 사회생활의 심각한 제약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 인정 기준에 부합되지 않아 등록장애인으로 보호받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뚜렛증후군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 사례가 정신장애인으로 심사가 결정되어 장애로 인정되었습니다. 이는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이 있는 뚜렛증후군의 장애인 등록 신청을 거부한 것은 헌법의 평등원칙에 위배되며, 가장 유사한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장애 판정을 할 필요가 있다.”라는 대법원 판결을 반영한 첫 사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 지자체에서는 장애 등록이 쉽지 않아 뚜렛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생활에 많은 불편을 가지면서도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번 사례를 발전시켜 법령상 미 규정된 장애상태도 예외적으로 장애 판정할 수 있는 절차를 제도화할 계획이라고 하니 조금은 기대를 해보며, 뚜렛증후군도 다른 장애와 마찬가지로 장애등록을 위한 세부 규정과 절차가 하루 빨리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여러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말속에 힘이 있다”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변에서 스펙, 직업 등으로 고민하고 나아갈 때 저는 스스로 버티고 이겨내가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저를 발전시켜왔던 것 같습니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의미 없게 보내왔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결코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었던 거죠.

  물론 지금 이 순간도 편의점을 간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겁이 납니다. 쩌렁쩌렁 울리는 틱 소리,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수군거리는 소리와 모습 등.. 그렇지만 지금까지 견뎌오며 살아왔던 제가 기특하기도 하고 스스로 대견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이겨낼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버티고 견디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습니다.

  같은 장애로 살아가고 있는 당사자,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께 하루하루 힘겨운 삶에서 잘 버티고 견뎌온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가올 내일을 두려워하지 말고 함께 견뎌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어딘가에서 함께 버티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함께 기억하면서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페이스메이커가 되어드리겠습니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틱돌이였습니다.

 

※ 정보누림 칼럼 기고자는 장애인 및 가족, 복지전문가 등 경기도 장애인복지발전을 위한 현장의 소리 및 다양한 분야의 원고가 게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