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재단, 배분전문가 권력은 기여자에게 이양돼야 한다
모금재단, 배분전문가 권력은 기여자에게 이양돼야 한다
  • 승근배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2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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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분집단의 전문가주의에 대한 이야기
기여자는 아무런 권한이 없고 아무런 기여가 없는 모금재단과 배분전문가들이 결정하는 사회

2010년 아이티에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미국 적십자사는 약 5,400억의 성금을 모금했다. 적십자는 기부금의 91%를 구호에 사용하였다고 밝혔지만 2016년 기부금 사용처를 확인한 결과 40%가 간접비로 쓰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2018.02.22 머니투데이 기사)

 여기에서의 간접비란, 아이티의 피해자들을 위해 직접 사용된 것이 아니라, 국제 송금으로 발생한 수수료, 모금의 전달과정에서의 중개자들에 의해 사용된 비용, 그리고 해당 모금재단의 관리운영비인 인건비 등을 말한다.

아이티 모금의 사례에서 간접비 40%에 대해 세계가 경악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의 모금 등의 복지재단의 공시률을 보면 80% 정도가 간접비이다. 1만원을 기부하였다면 2천원 정도가 직접비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선의에 의한 모금으로 발생되는 또 하나의 우려는 기부자의 목적대로 사용되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충격을 안겨주었던 어금니 아빠사건, 새희망씨앗재단 등 굴직굴직한 모금비리는 해마다 발생하면서 기부의 동기를 저해한다. 이러한 사건들이 더욱 죄악스러운 것은 이로 인해 시민사회의 신뢰를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2000년 대 초까지만 해도, 지역자원의 배분플랫폼은 비영리조직이었다. 그런데 반복되어서 발생되는 모금비리에 의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과 함께 다양한 모금재단이 만들어졌고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의해 각종 기업재단과 기초자치단체의 재단들도 등장하였다.

이렇게 되면서 기존의 배분 플랫폼의 기능을 하던 비영리조직들은 모금재단과 기업재단으로부터 자원을 유치하여야 되는 위치로 전락하였다.

신뢰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또 하나의 가치는 수평적 권력이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작업증명을 통해 신뢰를 연결함으로써 다수의 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그 힘을 이양된다.

금융권력인 은행이 존재하는 이유는 거래자들 사이에는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신뢰할 수 없는 현대의 거래상황에서 은행이 보증을 통해 신뢰를 만들어주고 그에 해당하는 이윤(수수료)을 얻는다. 블록체인은 위변조를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은행이 없이도 신뢰할 수 있는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모금과 분배에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된다면, 직접비를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다. 송금 수수료가 발생되지 않으며, 모금된 자본이 필요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용내역을 기여자가 확인할 수 있음으로 위변조의 위험이나, 기여자가 원하지 않은 사용처로 사용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제3세계를 향하는 국제원조의 경우에 비트기브(Bitgive)등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이를 실현하고 있다.

비트기부 홈페이지 갈무리
비트기부 홈페이지 갈무리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의 모금영역에서는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나 고민이 이슈화되지 않고 있을까?

중앙집권화된 금융권력이 은행이듯이 모금재단은 중앙집권화된 모금권력이다. 권력화된 현재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모금영역에 활용되면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우선 간접비의 비율이 낮아진다.
이 의미는 그만큼의 인력이 감소된다는 것이며 그만큼의 권력이 상실된다.

또 투명성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사용내역을 알 수 있다는 의미는 기여자가 후원한 목적한 바대로 사용한다는 것이며 소위 배분전문가나 재단의 고위관리직이 배분의 결정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나아가서는 배분전문가가 배분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여자가 배분을 결정한다.

즉, 중앙집권화된 현재의 모금권력에서 시민과 기여자들의 권력으로 이양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수평적 권력이다. 그러나 중앙집권화된 권력은 수평적 권력에 저항한다. 집단의 생존이 권력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블록체인 기술이 모금영역에서 이야기되지 않는 이유이다.

블록체인의 기술은 지금까지 사회가 약속한 모금 시스템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시민사회로 환원하는 것이다.

산업사회 이전에 사회적 어려움이 발생하였을 때는, 공동체가 또는 가족과 혈족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하여 도와주었다. 그런데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이를 비영리조직에게 위탁했던 것이고, 기술이 받쳐주지 않았던 비영리조직은 이를 관리하지 못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모금재단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이를 본래의 것으로 환원한다. 기여자인인 시민들에게 분배의 권력이 이양되기 때문이다. 비영리조직 역시도 직접 모금과 배분을 할 수 있게 된다. 블록체인 기술이 잃었던 신뢰를 담보하여 주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잃었던 우리의 권력을 되찾아 줄 것이다.

모금과 배분은 민주주의에 관한 이야기이다.

배분의 권력이 모금재단이나 배분전문가에게 있는 것이 아닌, 기여자에게 있다는 것이며 그 기여자의 선택이 합리적이라는 믿음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이고 수평적 권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