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광고' 속의 장애인
'과학기술 광고' 속의 장애인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1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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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영(작가 / BOIDA 대표)
노선영(작가 / BOIDA 대표)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으로 미디어 매체에서 기술과학을 말할 때 장애인을 홍보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가 인공와우를 통해 음으로 소리를 듣는 순간, 장애인이 로봇에 의지해서 걷는 순간,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이 글래스로 마라톤을 완주하는 순간을 감동적으로 묘사합니다. 장애가 기술 발전을 홍보하는 아이콘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 같지만 그 과정에서 대중한테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광고를 불편하게 여기는 건 아니라는 것,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기술이 유용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더라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광고를 봐도 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 일례로 모 통신사에서 캠페인 광고를 진행한 일이 있습니다. 광고의 내용은 AI 음성합성기술로 목소리를 잃은 청각장애인 엄마의 목소리를 만들어 비장애인인 자녀들에게 선물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술적인 내용으로는 청각장애인 당사자의 가족이나 동년배 사람들의 목소리를 분석하고 구강구조를 파악해 목소리를 추론하여 AI 음성합성기술로 당사자의 목소리를 완성한 것입니다. 자사의 기술 덕분에 당사자의 목소리를 처음들은 가족의 모습을 담아 광고로 만들었고, 광고를 시청한 사람들은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AI 하면 참 딱딱한 느낌인데 기술을 저렇게 따뜻하게 담아내서 너무 훈훈합니다.”, “보는 내내 눈물이 났습니다. 광고를 보고 운 건 처음입니다.” 등등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것은 광고에 다양한 장애 감수성을 담아내지 못한 것입니다. 청각장애인은 청력이나 환경에 따라 다양한 소통을 합니다. 수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는 자부심을 가진 농인도 있고 입술 모양을 읽는 구화인도 있습니다. 그러나 AI 음성합성기술 광고는 수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는 농인 입장에서 차별을 받은 것입니다. 정작 자신은 ‘수어’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 비장애인 사회가 우월하고, ‘음성’ 목소리가 우선이라는 광고 내용에 많은 농인들이 상처를 받게 된 것입니다.

기업들이 악의를 가지고 기술을 제공한 게 아니고, 광고에 출연하신 분들도 어떤 나쁜 의도를 가지고 출연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앞으로 광고 속의 장애인이 비장애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광고가 아니라 심층적인 인터뷰를 하고 그들에게 정말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석하여 최종적으로 다양한 관점을 담아낸다면 전체적인 포용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최근 광고 중에 가장 인상 깊게 본 과학기술 광고가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3D 온라인 체험이 늘어나게 되어 모 기업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개발한 사례입니다. 장애인 접근성이 떨어져 쉽게 갈 수 없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아 증강현실을 만들어 장애인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체험을 할 수 있게 한 기술을 개발하여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이러한 유니버설 과학기술이 개발되어 광고를 제작한다면 향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더욱 좋아질 거라는 생각입니다.

※ 정보누림 칼럼 기고자는 장애인 및 가족, 복지전문가 등 경기도 장애인복지발전을 위한 현장의 소리 및 다양한 분야의 원고가 게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