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이야기를 무겁게 들어라!
현장의 이야기를 무겁게 들어라!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10.13 0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령 주변에는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 변변한 직장도 없이 오랫동안 헌신한 분들이다.

그런데 대통령을 돕는다면서 권력 주변을 맴도는 이들 중에는 어느 날 갑자기 줄을 잘 선 덕분에 거의 귀족 같은 삶을 살다가 급작스럽게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은 대통령에 당선된 이와 함께 어려운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아니다. 대개는 좋은 직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다. 소위 ‘브레인 그룹’으로 불리는 사람들인데, 이들의 하나같은 특징은 입만 역동적으로 살아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한 달에 몇 번 만나서 대한민국을 설계하는 작업과정에 참여한 부류다. 주로 폴리페서(polifessor)들이다. 대한민국의 소망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야망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설계하는 내용들은 대한민국 땅과 관련 없는 일들이거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현장을 소란스럽게 휘젓는 일들이 많다.

사회복지와 관련된 부분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말만 풍성하다. 구체적인 실행가능성은 관심 밖이다. 지역사회가 붕괴 직전인데도 지역공동체를 운운한다. ‘마을’이라는 개념을 어거지로 끌어다가 이름만 그럴싸한 일들을 성과 없이 벌려놓기도 한다. 그리고는 자기네들끼리만 즐거워한다.

대통령을 도와야 할 사람들이 대통령을 이용해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획책하는 경우를 ‘국정농단(國政壟斷)’이라고 부른다. 박근혜 때 최순실이 그랬고, 이명박 때는 그 형인 이상득이 그랬다. 전(前) 정권에서도 비슷한 인물들이 있었지만 굳이 열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이 정권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 있다. 걱정이다.

사회복지 쪽에서도 몇몇 사람들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알량한 생각들을 ‘정의로 위장’하고 ‘혁신으로 포장’한다. 들쳐보면 알맹이라고는 1도 없다. 예전의 무리들이 돈을 탐했다면, 이 정권 주변의 사람들은 ‘현장 흔들기’와 ‘기구 만들기’를 탐한다. 나중에 복지농단세력으로 역사에 남지 않을까 염려된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권고하거니와 권력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사회복지와 관련된 허풍들을 늘어놓거나 그들에게 빌붙어 있는 이들은 제발 자숙하기를 당부한다. 그렇지 않아도 현장은 힘들어 죽을 형편이다. 애당초 약속처럼 사회복지현장을 담대하게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현장을 힘들게 하는 처사는 약속위반이기 이전에 부도덕한 일이다.

어려운 상황들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고군분투 중인 대통령의 제대로 된 측근이라면 현장의 이야기를 무겁게 듣고, 현장과 함께 실용적인 대안을 찾는 일에 역량을 집중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