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정말 사회사업일까"…두가지 갈림길서 고뇌하다
"이것이 정말 사회사업일까"…두가지 갈림길서 고뇌하다
  • 홍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23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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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완결경 사회사업 실천기

두 가지 갈림길

지역사회복지관에서 일할 때 한계로 다가왔던 부분은 복지사업이었습니다. 사회사업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복지사업이 한계였다니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더 본질적인 질문을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가 고뇌했던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나는 당사자와 지역사회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복지사업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가?"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인가 아니면 복지사업의 실적인가?"

질문처럼 현재 사회복지계는 두 기조로 일을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하나는 '복지사업'을 바라보고 일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를 바라보고 일을 하는 것입니다.

복지사업을 바라보며 일을 하면 복지시설로 사람들을 끌어모아 종합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고 당사자의 삶과 지역사회 사람살이를 바라보고 일을 하면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일상에서 소박하게 복지를 이루게 돕고 더불어 살게 돕는 일을 하게 됩니다.

저는 어떤 방식으로 일을 했을까요?

가상복지사무소를 시작했던 계기

저는 복지관에 소속되어 있을 때 복지사업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끌어모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일을 했습니다. 복지 당사자를 대상자라는 이름으로 끌어모았고 지역주민을 봉사자라는 이름으로 끌어모았으며 뜻있는 주민을 후원자라는 이름으로 끌어모았습니다. 마음속으로 무엇인가 불편했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으니 그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였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제 인식에도 오류가 생겼습니다.

복지사업을 바라보며 일을 하고 있으니 사람과 사회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복지사업에 속한 대상자와 봉사자, 수혜자와 후원자만 보였습니다. 사람 사이의 생태와 관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복지사업의 실적과 성과만 보였습니다. 사람 사이의 인정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복지사업의 만족도 수치와 사전·사후 척도만 보였습니다. 이런 시선에서 사람을 이어주다 보니 보통 사람들의 호혜적 관계로 사람과 사람을 주선하지 못하고 봉사자와 대상자라는 특별한 관계로 사람 사이를 주선했지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제 마음도 계속 불편했습니다.

복지사업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업무 처리를 핑계 삼아 사회복지사인 제가 복지사업을 기획 준비 실행 평가해버리니 당사자와 지역사회는 복지사업의 수단이나 도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당사자가 이루어야 할 복지에서조차 당사자가 소외되고 있었다는 말이지요.

이런 점이 저를 불편하게 하고 고뇌하게 했습니다.

'정말 이 방향으로 일을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일까?' '이것이 정말 사회사업일까?'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었지요.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당사자의 곳 지역사회에서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것으로써 복지를 소박하게 이루고 인정을 나누게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미쳤고 그래서 찾은 결론이 가상복지관 형태로 사회사업을 실천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