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더라도 ‘더럽게’ 변하지는 말자
변하더라도 ‘더럽게’ 변하지는 말자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10.2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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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갑자기 정치적 입장을 고약하게 틀어버린 전직 교수 한 사람 때문에 말들이 많다.
그동안 꽤나 쌈빡한 입담 때문에 한쪽 진영은 쾌재를 불렀고, 다른 진영에서는 눈엣가시처럼 보아오던 인물이다. 그는 독특한 언어조합으로 듣는 이의 귓속까지 시원하게 했는데, 다른 쪽의 사람들에게는 가슴에 울화를 솟구치게 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180도 달라진 화법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급기야는 잘 어울리던 사람들의 반대쪽에 앉아서 예전의 논리와는 영 딴판의 독설들을 늘어놓고 있다. 그렇게 된 이유로 들먹이는 것이 조국 전 장관이다. 또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는 문 대통령의 실망스런 태도에 격분했다는 것이다. 현 정권 내부 인사들이 보이는 이중적인 태도 등도 화딱지의 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갑작스런 자리이동은 쌩뚱맞다.

그의 자리이동을 두고, 지금의 자리가 원래 그의 자리였다는 지적이 있기는 하다.
지금 쏟아내는 악담들이 ‘원래’ 그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주목받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진작부터 예견된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래서 그의 비꼬기와 비아냥이 또 어디로 뛸지 예측불허라는 주장도 있다. 사실 멀쩡한 입으로 앞뒤가 다른 소리와 헛소리를 뿜어내는 인물들이 도처에 널려 있고, 독설과 저주로 가득 찬 찌라시를 신문이라고 발행하는 일이 멀쩡하게 벌어지고 있는 걸 보면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그래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가 자리를 옮겨 앉은 사실을 굳이 탓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을 뿐이라고 보면 될 일이다.
그의 처신을 ‘전 생애적 용기’라고 치켜세우는 일부 언론에 대해서는 그들의 상업적 필요성 때문에 그러는 것이니 아예 저 쪽으로 밀어두면 된다. 그의 페북 글에 정치인까지 나서서 심각하게 반응하는 것은 모양이 빠져도 한참 빠진다. 그는 지금까지 특이한 재질의 가면(假面)을 쓰고 나대던 사람이니 그냥 그대로 두면 된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가면은 원래 불편해서 오래 쓰고 있기 어렵다. 그래서 이제 겨우 가면을 벗고 길거리에 나선 그를 탓하는 것은 부질없다. 대한민국에 그 사람만 그런 것도 아니니 속상할 필요도 없다. 다만, 지식인이라는 가면을 쓴 일부 인사들의 가면놀이가 대부분 보기에도 다소 흉했거니와 가면을 벗었을 때는 더 흉측했다는 사실만 상기하면 된다.

그리고 한 가지, 설령 변할 일이 있더라도 결단코 이 자처럼 더럽게 변하지는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