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서를 쓰고 있는 그대에게
사업계획서를 쓰고 있는 그대에게
  • 양동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0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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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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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도 무색할 만큼 가을다운 가을이 지나고 있는 요즘입니다. 호수 위를 떠다니는 오리가 사실은 물 밑에서 엄청난 발길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복지현장의 선생님들도 바쁘지 않은 듯 보여도 모두 분주할 것입니다. 바로 요즘이 내년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시즌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있지만 아직도 명쾌하게 찾지 못한 답이 있습니다. 누구나 공감하는 ‘가로 사업계획서’와 ‘세로 사업계획서’라는 표현입니다.

보통 간단한 개요만 담겨서 가로형으로 넓게 넘기는 형식의 기본사업계획서를 ‘가로 사업계획서’라고 표현하고, 논리적인 구조로 세부적인 내용까지 담아 세로형으로 편집하는 단위사업계획서를 ‘세로 사업계획서’라고 표현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게 정말 그래서인지 아니면 누가 먼저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지 무척 궁금할 따름입니다.

가로이든 세로이든 지금부터 우리가 학교에서 책으로 배웠던 사업계획서 작성시 검토해야하는 사업의 필요성, 사업계획의 일관성, 목표설정의 적절성, 평가체계의 타당성, 예산편성의 구체성 같은 요소를 말씀드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어쩌면 너무나 관성적으로 해왔던 사업계획서 작성의 습관이나 관행들을 한번 검토해보고 보다 본질적인 내용을 담아내는 데 집중하는 제안을 드리려 합니다.

왜 숫자를 카운트하고 있는가?

우리의 사업계획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엉뚱한 숫자놀음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떠한 행사에 참여하는 이용자나 주민들의 숫자가 아니라 그 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기획회의의 횟수를 굳이 목표치로 만들어 카운트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사회복지실천에서 산출목표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이지 않은 과정과 행위까지 실적화해서 산출량을 늘이려는 개념은 이젠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입니다. 예전과 다르게 보건복지부에서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사회복지시설의 평가지표에서도 이미 양적 산출지표가 거의 사라진지 오래되었습니다. 실무자들이 비본질적인 목표치를 산출하느라 불필요한 행정적 에너지를 쏟게 되어 쉽게 소진되지 않도록 기관차원에서 결단하고 군더더기를 정리해야 할 것입니다.

만족도 아닌 성과에 집중할 때

대개의 사회복지시설에서 사용하는 사업계획서의 양식은 로직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목표달성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좋은 목표를 세워두고서 막상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를 측정할 때는 단순히 만족도 결과만을 제시하려는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입니다.

프로그램의 성과란 기대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진 변화를 말합니다. 그 성과 중의 하나가 만족도로 표현될 수 있겠지만, 만족도만으로 성과의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실무자들이 성과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할 두려움을 단순 만족도로 포장하려는 의도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복지서비스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도구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만족도만으로 타협하지 않고 더디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측정하려고 고민하고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코로나시대의 사업계획은 좀 더 유연해야

아마 내년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모두가 주저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코로나 시대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하는 변수일 것입니다. 올 한 해, 뼈저리게 느끼고 경험했듯이 코로나 변수에 따라서 좌지우지 될 수 있는 많은 사업계획들이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은 기존의 기관과 시설의 본래의 역할과 기능대로 사업계획을 작성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러나 운영방식에 있어서는 방역단계에 따른 제한이 적용될 수 있기에 개별화 된 서비스를 더 집중적으로 담아내고 소그룹의 경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규모를 작게 가져가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미 올해 진행했던 많은 기능전환사업들을 평가하고 언제라도 유사시에 기능을 전환해서 서비스 할 수 있도록 각 단위사업별로 기능전환사업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해당 목표치와 예산을 유연하게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복지 본질에 충실하고 코로나 시대에 유연한 사업계획은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돕고 섬기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서비스로 전달될 것입니다. 또한 복지현장에서 치열하게 실천하는 실무자들에게도 더욱 보람과 가치를 느끼게 하고 소진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가을 내년 사업계획을 고민하고 작성하고 있는 멋진 그대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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