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복지사무소 실천, 지역사회의 것으로써 소박하게 해야
가상복지사무소 실천, 지역사회의 것으로써 소박하게 해야
  • 홍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0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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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복지사무소의 사무실과 프로그램실은 지역사회 그 자체입니다.

가상복지관 그리고 가상복지사무소 

가상복지사무소에 대한 개념이 궁금하시다고요? 우선 가상복지관의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가상복지관의 개념은 사회복지정보원 '복지경영'에 나와 있습니다.

가상복지관은 실제 복지기관인데 자체 건물이 없는 복지기관입니다. 일반 복지기관과 기관 정체성은 같은데 공간 정체성이 다릅니다. 공간으로서 복지기관 지역사회 전역입니다. 지역사회 어느 곳이나 복지기관 공간입니다. 자체 건물이 없어 외형상 복지기관이 아닌 것 같으나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실제 복지기관 사업을 수행하는 사실상의 복지기관입니다.

'복지경영' : 가상복지관 

개인복지사무소로 이 개념을 적용한다면 가상복지사무소가 될 것입니다. 실제 사회사업을 수행하는 복지사무소이지만 물리적 공간은 없습니다. 공간으로 가상복지사무소는 지역사회 전역입니다. 

복지 당사자 가정, 골목길, 학교, 관공서, 교회, 시민사회단체, 학원, 카페, 미용실, 어린이집, 놀이터, 도서관 등 지역사회 어느 곳이나 가상복지사무소 사무실이자 활동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현지완결형 사회사업을 실천합니다. 현지완결형 사회사업은 지역사회 두루 다니며 바로 그 현장에서 사람 사이 관계를 주선하며 소통시키는 방식입니다. 현지에서 사람을 찾고 현지에서 자원과 공간을 마련하여 현지에서 사회사업을 펼칩니다. 

가상복지사무소를 실천해 보려는 이유는 앞서 연재 글에 밝힌 바와 같습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를 중심에 두고 현지에서 자유롭게 사회사업을 실천하려면 이 방식이 가장 좋을 듯싶었습니다. 공간 예산 장비 따위 없이 나를 현장으로 내던져야 더 절실히 묻고 의논하고 부탁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 뜻을 몇몇 기관에 제안했으나 능력이 부족하고 생각이 거칠어 신뢰받지 못해 번번이 거절당했지만, 이 시스템은 향후 지역사회복지관에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던 지역의 한 단체가 서울시 정책 과업 시행을 위해 업무제휴를 요청해 왔습니다. 지역사회 사회사업을 가상복지사무소 방식으로 실천해 볼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렇게 지역으로 들어가 희망하던 사회사업을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주의사항과 안전장치 

지역사회로 들어가기 전 주의사항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사회사업가가 사회사업을 실천한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복은 화에 기대어 있고 화는 복에 감추어져 있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 경험이 두려웠기에 '무엇을 이루어야지!' 하는 마음보다 '무엇을 주의해야지!' 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당사자와 둘레 사람, 당사자와 복지수단, 지역사회 사람 사이의 생태를 교란하는 행위였습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것이 아닌 외부자원(후원, 봉사)을 활용한다거나 사회사업가의 강점으로 복지를 대신 이루어 준다거나 하는 행위입니다. 

이게 바로 지역 본연의 생태를 교란하는 행위입니다. 원주민의 생태를 살피지 않고 그곳의 강점으로서 소박하게 복지를 이루어가지 않으면 결과는 뻔합니다. 서로 시기 질투하거나 경쟁을 하게 됩니다. 때로는 다툼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지요. 반찬이라도 나누어 먹는 사회가 무정 냉정한 사회로 변합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려 하지 않고 지원받는 것에 익숙해집니다. 이렇게 생태계를 교란하면 자생, 자주, 공생, 민주 따위의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큽니다. 

이 내용은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어떤 섬에 쥐가 너무 많아 방안을 고민하다가 육지에서 고양이를 몇 마리 들여와 풀어놓았답니다.  그랬더니 실제로 '쥐'라는 문제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섬사람들은 더 큰 문제에 당면했습니다. 고양이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이제는 고양이가 문제 되었습니다. 말려놓은 생선이며 음식이며 모두 망치는 고양이가 이제는 섬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는 겁니다.   

이 글에서 교훈을 얻습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본연의 생태를 무시하고 외부에서 작위적인 해결책을 가져다 쓰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태적인 관점에서 사람과 사회를 돕는 일을 할 때는 무엇보다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가급적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당사자와 복지를 이루어 가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회사업의 안전장치입니다. 

사회사업이라고 다 좋을 수는 없습니다. 결과를 알 수 없어 무섭지요. 공동체를 살리고자 했던 일인데 그 일로 공동체가 허물어지고 시기 질투 경쟁 다툼 일어난다면 그것보다 무서운 것이 없지요. 사회사업가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일은 바로 이런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