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에도 자막을"…청각장애인들, 인권위에 진정
"한국영화에도 자막을"…청각장애인들, 인권위에 진정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0.11.0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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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 6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한국영화 자막상영 의무화를 요구하는 차별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1.6/뉴스1 © 뉴스1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자막 없이 영화를 보기 어려운 청각장애인들이 한국영화에도 한글 자막이 필요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과 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장애인단체들은 6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와 CGV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낸다고 밝혔다.

이날 차별진정에 참여한 장애인들은 지난 1일과 3일, 재개봉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방문했던 이들이다. CGV에서 영화를 관람했던 장애인들이 진정에 동의했기 때문에 CGV를 상대로만 진정을 제기하게 됐다고 이들은 밝혔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상영된 한국영화는 199편이지만, 영진위의 지원으로 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이 제공된 영화는 30여편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일부 스크린을 통해서만 상영됐다. 지난해 말 개봉한 한 한국영화는 1900여개 스크린에서 17만회 정도 상영했지만, 장애인을 위한 자막이나 화면 해설이 제공된 영화 상영은 53개 스크린, 72회 상영에 그쳤다.

이들은 "요즘에는 VOD 서비스도 잘 나오는데 꼭 영화관에서 영화를 봐야 하냐는 질문도 있다"면서 "영화관 관람은 현장 참여이고, 관람뿐 아니라 영화 제작에 기여하고 새 창작에 참여한다는 경험"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청각장애인들은 코로나19로 침체된 영화 산업 지원을 위해 정부가 지급한 영화관람 할인권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고 했다. 할인권 사용을 위해 영화관을 찾았지만 자막이 전혀 없어 영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청각장애인 윤정기씨는 "한국영화를 보러 갔는데 한글 자막이 나와 반색했지만, 알고 보니 생김새가 비슷한 외국인끼리 대화한 내용만 자막으로 나온 것이었다"며 "이후에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줄곧 한글 자막이 보이지 않았다"는 경험을 밝혔다.

이어 "장애인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문화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다"며 "창각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장애인들이 평상시에도 자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청각장애인 이미경씨는 "정부가 장애인 영화관람 지원 사업을 15년 전부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일반관객이 많지 않은 낮이나 평일에만 일부 자막상영이 이뤄지고 있다"며 "자막 제공 영화를 어느 상영관이든 자유롭게 관람하도록 자막 상영을 요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