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정신적으로 힘들 권리가 있다
누구나 정신적으로 힘들 권리가 있다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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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다. 대학교 3학년이 되었을 즈음이다.

휴학을 마음먹은 게 화근이었다. 남자 동기들과 달리 군대에 가지 않았기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그냥 학교를 빨리 졸업하는 것과 2년이란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는 거다. 결국, 후자를 택했고, 1년간 독서를 많이 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집에서 책만 읽는 행위가 성격에 맞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자주 죽음이란 무엇인가, 혹은 삶의 이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증상들을 종합해본 결과 우울증이었다.

하지만 병원은 찾지 않았다. 가지고 있지 않던 종교를 만들어보려 노력했다. 우울감이나 좌절감 따위가 들 때면 기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상의 규칙을 파괴하고서라도 재밌는 일을 찾았다. 평소 보지 않던 종류의 드라마나 예능을 보며 웃거나 타인들이 전화로 고백하는 고민을 새벽녘까지 들어주고 때론 조언도 해줬다. 매주 쓰는 글을 위해 더 많은 자료조사를 했고, 독자들의 의견들을 읽으며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따금 과거 강연했던 영상들을 찾아보곤 했던 것도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됐다. 그렇게 우울증을 이겨냈다.

 주위엔 비슷한 경험을 한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1년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자살기도까지 했었던 과거를 털어놓았다. 평소 여행도 잘 다니면서 원하는 일을 하고 있던 친구라 의아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친구가 정신과에 가봤는데, 좋다고 해서 한번 가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처음엔 병원을 추천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도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있었나 보다. 가끔 전화하며 고민을 들어주면 괜찮아질 것 같았지만, 친구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친구는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언제부턴가 정신건강을 공개적으로 호소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개그맨 이경규 씨는 공황장애 때문에 2년간 약을 먹었던 사실을 고백했고, 이상민 씨 역시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심한 이들은 모든 활동을 중단하기도 한다. 컬투 정찬우 씨는 지난 2018년 4월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를 끝으로 무기한 휴식에 들어갔고, 정형돈 씨는 지난 2016년에 이어 다시 한번 불안장애가 재발했다. 결국 출연 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며칠 전엔 배우 박성웅 씨가 이 장애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근엔 불안장애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13일 다섯 번째 미니앨범으로 컴백한 베리베리의 민찬 씨와 같은 달 26일 앨범을 낸 트와이스의 정연 씨는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 밖에도 데이식스 등 많은 그룹이 정신건강관리를 이유로 쉬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연습생 때부터 항상 긴장하고, 스스로 식욕과 수면욕을 억제하는 것이 문제”라며 “데뷔하면 더 바빠져서 더 못 자고 못 먹는데, 먹고 자는 게 망가지면 심리적으로 건강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절하고 신속한 치료를 권했다.

심지용(저널리즘학 전공 / 저널리스트)
심지용(저널리즘학 전공 / 저널리스트)

한데 연예인은 특성상 대체재가 없기에 당당히 고백하고, 치료 후 돌아올 수 있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조직에서 외면받거나 정신과 기록을 이유로 취업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해서 정신과 치료를 통해 완치된 병에 대해선 기록상 없애줄 필요가 있다. 또 우울증이나 조울증, 불안장애와 같은 심리상태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편견을 없애는 노력을 해야 한다.

누구나 정신적으로 힘들 권리가 있다. 힘들고 아프면 치료받는 것 또한 권리다. 정신적 문제를 부담 없이 의사와 상의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