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듣는다" 장애아동에 고추냉이 강제로 먹인 특수학교교사 유죄확정
"말 안듣는다" 장애아동에 고추냉이 강제로 먹인 특수학교교사 유죄확정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0.11.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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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장애학생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추냉이를 강제로 먹이고 캐비닛에 가두는 학대행위를 한 특수학교 교사와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백모씨에게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차모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지적장애 학생들을 교육하는 서울의 한 사립특수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백씨는 2018년 6월 피해학생이 계속 돌아다니고 물건을 집어던진다는 이유로 캐비닛에 들어가게 한 후 나오지 못하게 문 사이에 막대기를 끼워가두는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백씨는 또 소리를 지르거나 물장난을 한다는 이유로 2018년 4월부터 8월까지 1주일에 약 2회정도 화장실이나 교실에서 피해학생에게 '앉았다 일어났다' 동작을 반복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배와 옆구리를 주먹으로 때리고, 머리를 때린 다른 복무요원 2명도 백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학교의 중등부 담임교사 차씨도 2018년 5월 피해학생이 밥을 잘 먹지않고 옆 친구를 꼬집었다는 이유로 고추냉이 반 숟가락과 고추장 반 숟가락을 억지로 먹인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피해자들은 학교와 사회에서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할 정도의 중증장애를 가진 학생들"이라며 "이러한 피해자들에게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거나 신체에 폭행을 가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백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나머지 2명에게 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교사 차씨에 대해서는 "차씨가 피해자에게 고추냉이를 강제로 먹인 것을 직접 본 사람이 없다. 차씨가 수사기관에서 '2018년 5월 피해자가 다른 학생을 꼬집자 순간 화가 나서 숟가락으로 고추냉이를 3분의 1정도 퍼서 먹였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적이 있으나 2018년 학교에서 고추냉이를 제공한 것이 7월이어서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무죄로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차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차씨는 검찰 참고인 조사 및 피의자 조사에서 피해자가 옆에 있는 학생에게 해코지를 하자 고추냉이와 고추장을 강제로 먹인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며 "차씨의 각 진술은 비교적 구체적이고 일관되었으며 그 진술 내용 자체 역시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특히 피해자가 옆에 앉은 학생을 괴롭혀 이에 화가 나 고추냉이를 먹였다는 내용은 행위자인 차씨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1심은 차씨의 진술이 날짜 등 객관적 사실과 불일치하는 점을 검찰에서의 자백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배척하는 하나의 근거로 삼았다"며 "그러나 차씨는 검찰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피해자에게 고추냉이를 먹인 시기와 관련한 최초의 진술로 그 시기를 ‘2018년 초여름 정도’라고 진술했다. 범행의 구체적인 시기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기억력의 한계로 다소 부정확한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압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로 적지 않은 양의 고추냉이와 고추장을 강제로 먹인 행위는 아동인 피해자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거나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발생한 경우로서 정서적 학대행위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행위"라면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백씨와 차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자백진술의 신빙성, 정서적 학대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