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그대에게
송년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그대에게
  • 양동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2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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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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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고 슬슬 겨울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사회복지시설과 기관에서 누구나 시작하는 것이 송년행사 준비일 것입니다. 한 해를 돌아보고 함께 수고한 사람들과 안부를 묻고 감사의 뜻을 전하는 시간입니다.

코로나19의 시대에 송년행사의 방식과 콘셉트도 또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겠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나 아쉬운 일입니다. 단순히 송년행사를 준비하면서 작년 사업계획서나 순서지를 보고 숫자와 담당자, 내용만 바꿔서 관성적으로 기획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쯤은 우리 사회복지현장에서 어디에서나 진행되는 송년행사에 대해서 그 본질을 점검하고 함께 고민해볼 지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성과가 아닌 감사에 초점을 둬야

저마다 시설과 기관의 상황과 전통이 있겠지만 송년행사가 자칫 성과를 보여주고 자랑하는 자리로 흘러갈 우려가 있습니다. 올 한 해 얼마만큼의 실적이 달성되었는지, 얼마의 후원금이 모금되었는지, 몇 명의 자원봉사자가 다녀갔는지, 어떠한 평가와 인증에서 두서의 성적을 거두었는지 송년행사로 함께 모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자랑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메시지도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이미 이러한 성과와 산출들은 발간하는 각종 보고서와 출판자료, 홈페이지 게시물 등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성과를 보여주고 자랑해야하기 때문에 내빈이 오셔야 하고 의전행위로 일이 점점 더 커지고 복잡해지는 것입니다. 송년행사는 모름지기 어떠한 성과를 보여주고 자랑하는 자리라기보다 그러한 성과와 자랑거리를 만들어 준 이용자와 가족, 종사자, 지역주민, 자원봉사자와 후원자 등 그 둘레사람들의 크고 작은 도움에 진실한 모습으로 감사를 표시하고 격려하는 자리가 먼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여주기가 아닌 참여하기에 본질이 있어야

우리의 송년행사는 사람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한 후에 어쩌면 계속 보여주기 식의 행사만 진행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영상을 보고, 공연을 보고, 발표를 보고, 경품추첨 시간 역시 가만히 보고 있는 것에 지나진 않습니다. 완성도 있는 행사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본질에는 결국 참여의 주체들이 단순 구경꾼이 아닌 참여자로 앉아 있어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참여하는 순서나 콘텐츠가 없기 때문에 어쩌면 참여대상들이 도저히 참여할 수 없는 시간에 행사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은 상을 받는 사람들 외에는 보통 참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기도 합니다.

다소 행사의 구성이나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최대한 우리 시설과 기관의 주체가 되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행사기획이 되어야 합니다. 서툴더라도 장애인 학생이 선생님과 함께 행사 MC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부족하더라도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합창을 연습하여 공연을 선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맛이 없더라도 출장뷔페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잔치국수와 수육이라도 끓여낼 수 있겠습니다. 내가 직접 참여하여 작은 역할이 있는 행사에는 더 애착이 가고 다음해에도 또 오고 싶은 생각이 들것입니다.

만족도 스티커가 아닌 한사람이라도 직접 물어봐야

송년행사의 피날레는 역시 먹거리와 돌아가는 길에 하나씩 손에 쥐어주는 기념품입니다. 작은 수건 한 장 또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장애인 생산품 등은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통과해야 되는 의례가 있습니다. 바로 송년행사 만족도 앙케이트조사 판넬에 스티커를 붙이는 의례입니다. 상냥하고 정중하게 스티커를 건네는 직원 선생님들 앞에서 과연 누가 함부로 부정적인 의견에 스티커를 붙일 수가 있을까요? 당연히 만족, 대만족입니다. 그리고는 송년행사 결과보고서에 이 조사결과는 자랑스럽게 첨부됩니다.

물론 송년행사로 모두가 만족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 사회복지인들에게 이러한 방법 밖에는 없을까요? 형식적인 스티커로 만족도를 묻는 것보다 직원선생님들 한 명당 한 사람씩만 오늘 행사가 어땠는지, 좀 더 개선할 사항이 없었는지 문자나 전화로 물어보고 취합하는 것은 어떨까요?

코로나19 시대에 첫 번째 송년행사 시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제약과 특수한 상황들이 저마다 있겠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 시설과 기관의 송년행사는 과연 어떻게 기획되고 준비되고 있는지 한번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매년 관성대로 기획하고 준비하는 행사가 아니라 송년행사도 하나의 사회복지 프로그램이며 실천해야 하는 서비스 중의 하나로 생각하고 그 본질을 담아내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 해동안 함께한 사람들에게 진실한 감사를 전하고, 구경꾼 노릇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작은 역할이라도 함께 참여하게 하며, 형식적인 피드백이 아니라 한사람, 한사람 정성껏 의견을 묻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

올 한 해, 복지현장에서 수고한 모든 사회복지인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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