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교육 담당자 여러분, 재능기부란 이름으로 무급 강의 요구하지 마세요 "
"사회복지시설 교육 담당자 여러분, 재능기부란 이름으로 무급 강의 요구하지 마세요 "
  • 강원남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23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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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좋아합니다

돈 좋아합니다. 돈 많이 좋아합니다.
죽음을 공부하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돈과는 거리가 멀것 같지만 속물처럼 보여도 돈 참 좋아합니다.

듣기 싫은 말은 "좋은 일 하는데 돈 이야기는 왜해?"
듣기 싫은 단어는 "재능 기부" 입니다.

돈을 받아 후원을 할지 언정 재능 기부란 이름을 내 건 무급활동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강사료 많이 받고 싶습니다. 더 받고 싶습니다. 한 시간에 1백 만 원이라도 받고 싶습니다. 최소한 흔히 말하는 공동모금회 기준이라도 받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돈을 받아야 지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내가 보람있는 일이라도, 좋아하는 일이라도 돈을 벌지 못하면 지치고 오래하지 못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그것으로 잘먹고 잘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웰다잉 강사를 꿈꾸시는 분들이나 프리랜서 강사를 꿈꾸는 분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아 웰다잉 강사 해도 먹고 살 수 있구나. 프리랜서 강사 해도 돈을 많이 벌 수 있구나."
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두번째, 제가 받지 않으면 다른 웰다잉 강사분들도 받지 못합니다.
"강원남 선생님은 무료로 해주셨는데, 선생님도 무료로 좀 해주세요." 
제가 하는 봉사가 누군가에게는 강요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돈 이야기 하고 다닙니다.

제가 돈을 받고 다녀야 다른 강사분들도 당연히 돈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제가 기준을 먼저 만들어놔야 다른 분들도 그 기준을 따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돈을 받습니다. 많이 받고 싶습니다. 그래야 다른 웰다잉 강사 분들도 받으실 수 있고 더 받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웰다잉 교육 시장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세번째, 웰다잉이라는 교육이 돈을 내고 기꺼이 들을만큼의 콘텐츠라는를 걸 증명하고 싶습니다.

"좋은 교육이긴 한데. 들으면 좋기는 한데가 아니라 그 교육 돈 내고 들을만큼의 가치가 있어."
그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좋은 교육이라는 것을, 좋은 콘텐츠라는 것을 돈으로 확인받고 싶습니다.

네번째, 돈을 많이 벌어서 사회사업하고 싶습니다.

죽음의 현장을 다니다보면 사회복지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참 뜻깊게 열심히 일하는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소위 말하는 사각지대. 돈 많이 벌어서 그 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무연고사망자 장례지원단체 나눔과 나눔, 모현호스피스 사별가족모임, 쪽방촌 주민 분 등 많이 벌어 많이 나누고 많이 돕고 싶습니다.

네.

여전히 많은 기관에서 수업을 의뢰하면서 돈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십니다.
일정 잡고 교육 내용 확인하고 나서도 마지막까지 강사료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먼저 물어보면 그때서야 제 기준과는 한참 동떨어진 강사료를 말하거나 "혹시 재능기부는 되지 않느냐.", "우리 기준은 어느 정도인데 깍아줄 수 없느냐.", "작년에도 깍아줬는데 올해도 깍아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 "다른 기관은 얼마로 깍아줬으면서 왜 우리는 깍아주지 않느냐 차별하는 거 아니냐.", "그까짓꺼 뭐 대단하다고 그렇게 많이 받느냐."라고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설마하시지만 모두 다 직접 겪은 일들입니다.

소수의 이야기라면 개인의 문제겠지만 다수의 이야기라면 '모두의 문제'겠죠.
꽤 많은 경우라서 그 분들을 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또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저도 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저는 더 돈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섹스도 아닌데 마약도 아닌데, 그렇게 이야기 하기 싫어하는 죽는 이야기도 아닌데, 불문율처럼 침묵하는 그 돈 이야기를 꺼내고 싶습니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살고 돈으로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작년보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돈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었나봐요.
프리랜서 강사분들도 만나면 돈 이야기 잘 안해요. 

상처받으신게 많아서 그러신지, 영업 비밀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많이 버셔서 조용하신건지 ㅎㅎㅎ 그러다가 제가 작년에 얼마 벌었어요 하시면 깜짝 놀라십니다.
까놓고 이야기 해서 놀라신건지, 생각보다 얼마 못벌어서 놀라신건지, 아님 하는 것보다 더 많이 벌어서 놀라신건지는 모르겠지만 몸도 힘들고 마음도 지친 요즘인데 궁하니까 돈 생각이 더 나고 어떻게 하면 더 벌 수 있나 고민도 하고 그런 요즘입니다.

결론은 "돈 좋아합니다. 프리랜서 강사분들 돈 많이 버셔서 부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