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 앞서 문헌 조사ㆍ선행 사례 연구 우선돼야
실천 앞서 문헌 조사ㆍ선행 사례 연구 우선돼야
  • 홍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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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로 들어가기 전 갖추어야 할 요소들

문헌 조사와 선행 사례 연구

인사와 함께 병행한 것이 문헌 조사와 선행 사례 연구였습니다. 이론이 되는 문헌을 읽고 적용할 바를 찾았습니다. 이와 유사한 선행 사례도 찾았습니다. 무엇이든 어떠한 것을 내딛지 않고 성장·발전하는 법은 없습니다. 새로운 것은 반드시 과거의 발자취가 쌓이고 쌓여 생긴 것입니다. 그러니 무엇을 시작하려거든 먼저 문헌 조사와 선행 사례 연구가 꼭 필요합니다. 그래야 실수하는 과정을 줄이고 좋은 역사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사회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련 문헌뿐만 아니라 선임자의 발자취를 살피고 선행 사례를 탐구해야 실천의 역사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여러 문헌과 사례를 살피며 수소문하니 선의관악복지기관에서 지역복지사업을 뜻있고 활발히 진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담당 팀장님께 연락드려 상황을 전했습니다. 먼저 실천하신 지역복지사업과 프로그램을 이곳에 적용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팀장님께서는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지역복지사업 자문과 함께 관련 사업계획서, 홍보물, 실천사례집, 기타 행정 양식 등을 아낌없이 내어주셨습니다. 그때의 도움이 참 감사했습니다. 막막했던 시작이었으나 이를 계기로 큰 희망과 힘을 얻었습니다. 

생태 강점 관계

이후 지역조사를 했습니다. 지역사회 '생태, 강점, 관계' 조사였는데, ''무엇에 주안점을 두고 사회사업 실천할까?' 자문한 결과였습니다.

생태와 강점. 관계. 이 세 가지를 주안점에 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날의 경험 때문입니다. 제가 사회사업을 실천했던 방식은 복지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약점 문제 욕구를 찾아 이를 외부자원으로 해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근본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얼마간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역사회에 던진 질문을 달리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이루고 싶은 복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는데 활용하면 좋을 강점이 있는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룰 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당사자와 지역사회는 여느 사람이 이용하는 일반 복지수단에 관한 유용한 정보가 있는가?'

'당사자와 지역사회는 복지수단에 관한 지역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현재 참여하고 있는 지역 모임이 있다면 무엇인가? 누구와 어떻게 함께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이라면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생태 강점 관계를 살피는 동시에, 실제 사회사업에도 충분히 살려 쓸 구실과 소재가 될 것 같았습니다. 한 장 분량의 질문지를 만들었습니다. 조사지는 지역주민이 상상하기 쉽게 여러 예시도 넣었습니다. 

예를 들면 '당신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이렇게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당신의 강점(예: 직업, 취미, 지혜, 지식, 기술, 경험, 영성, 특기, 인맥, 성격 등) 은 무엇입니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그림 삽화 사진 등을 보여드리며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홍보지와 소개 자료도 케이스 파일에 담아 함께 전했습니다.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어 엽서나 책갈피 등에 좋은 문구도 담아 전했다면 더욱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지역조사가 지역사회에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사회사업 방법 그 자체가 되는 것이지요.

여건이 되었다면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지역사회가 지역조사팀을 꾸리게 하여 지역조사를 이루어 갈 수 있도록 도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아 그렇게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매일 발바닥 닳도록 동네를 돌아다녔습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지역사회가 서서히 저를 받아들이는 느낌이었습니다. 발바닥 아팠지만 머리는 맑아졌고 마음은 평안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즐겁고 신이 났습니다. 아마도 저를 반겨주는 지역사회의 따뜻함 때문이었겠지요. 

‘'처음에 세웠던 그 뜻대로 사회사업 실천하고 있고!' 하는 감정이 제 심장을 뛰게 했습니다. '생태, 강점, 관계' 조사를 하니 좋은 부분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버젓해지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강점을 묻고 강점에 반응하니 당신 본인을 자랑스럽게 여기시고 지역사회에도 애정과 자긍심을 느끼시는 듯보였습니다. 

사회사업 실무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었습다. 해결할 수 없는 욕구 약점 문제 붙잡고 씨름하느니 살려 쓸 가능성에 집중한 생태 강점 관계 조사는 현장 실무에 유용했습니다. 꾸준히 돌아다니며 복지에 살려 쓸 생태, 강점, 관계를 붙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주목하고 그렇게 생각하니 지역사회에서 해야 할 일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서서히 지역사회의 형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동네 사진을 많이 가지고 계신 아저씨께 사진전 하시도록 부탁드려보면 어떨까?'

‘담쟁이 넝쿨 잘 키우시는 동네 아주머님께 아이들이 함께하는 텃밭 수업 부탁드리면 어떨까?'

'블루베리 잘 키우는 마을 어르신께 블루베리 동아리 제안하면 어떨까?'

'어르신 잘 섬기는 아주머님께 부탁드려 동네 어르신과 함께하는 건강 체조 주선해 드리면 어떨까?'

스스로 이런 상상을 하며 서로 정답게 어울려 지내는 마을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지요. 언젠가, 전남에 있는 어느 섬에서 그 모습을 본 적 있습니다. 꿈엔들 잊히지 않는 그런 섬마을의 모습을. 

2016년 서울 하늘 아래, 그 모습이 현실로 온다 상상하니 저는 신이 났던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