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도 조사를 실시하는 그대에게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는 그대에게
  • 양동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0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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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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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기 콜라... 콜라...”

100kg이 넘는 거구의 발달장애인 학생이 체육공원의 콜라자판기 앞에 서서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학생을 인솔하던 사회복지사 선생님도 매우 곤란한 듯 계속 실랑이를 벌이고 있습니다. 아마 운동을 위해 체육공원에 왔을텐데 예상치 못하게 나타난 콜라자판기 앞에서 콜라를 사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겠다고 시위하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사회복지사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럿이 함께 운동하러 온 프로그램 진행 중인 만큼 콜라를 빨리 하나 사주고 어서 달래서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좋을지, 비만을 줄이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운동하러 온 만큼 타협하지 않고 설득하고 또 설득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스러울 것입니다.

만약 발달장애인 학생의 소원대로 콜라를 얻어 마셨다면, 그 날 집에 돌아가서 엄마에게 선생님이 콜라를 사줬다며 우리 선생님이 최고라고 칭찬하고 기분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콜라 한 캔, 두 캔으로 쌓인 칼로리는 학생을 건강하게 만들기는 어려워 보이며 식습관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발달장애인 학생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설득하고 타일러 결국 콜라를 마시지 않고 체육공원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돌아갔다면, 그 날 집에 돌아가서 엄마에게 선생님이 자신을 괴롭혔다고 투정부리며 불만을 표현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앞으로 체육수업 시간에 콜라자판기 앞에서 고집을 피운다고 해서 소용이 없다는 생각과 함께 천천히 자신의 건강과 식습관에 대해서 배우고 익히게 될 것입니다.

사회복지 실천가로서 수많은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목표를 세웁니다.
그 목표는 성과목표와 산출목표로 나누어집니다. 실제 프로그램 진행하면서 이 성과와 산출을 이루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를 객관적으로 잘 측정하기 위해 적절한 도구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막판에 가서 소위 ‘만족도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리적으로 잘 짜놓은 목표와 그것을 측정하는 방법을 무시한 채 대개 한 장짜리 만족도 설문지를 만들어 그것의 통계치로 일 년 내내 공들인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단순 평가하려고 합니다.

만족도는 우리가 실천한 서비스에 대해 기대한 수준만큼 채워진 참여자의 심리정서적인 호감도입니다. 목표하는 성과 속에 만족도가 일부 포함될 수는 있겠지만 단순히 만족도만으로 프로그램의 의미 있는 성과를 대표하긴 어렵습니다.

연말이 되면서 대부분의 사회복지기관과 시설에서는 의례적으로 ‘참여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게 될 것입니다. 만족도 조사통계가 여러분들에게 주는 안정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말 그대로 만족도 조사는 참조에만 그쳐야 합니다. 이것이 여러분들의 일 년 농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설문조사와 통계분석의 관성적인 모양새에서 벗어나 보다 질적인 측면에서 참여자의 의견과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구조화된 설문지의 20개 문항을 읽어보고 체크하는 시간에 오히려 담당 선생님과 참여자가 진솔하게 프로그램과 서비스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나누고 그것을 간단히 기록해 반영하는 것이 더 유의미 할 수 있습니다. 기관과 시설의 수퍼바이저들은 만족도 조사와 통계 그리고 그럴듯하게 작성된 페이퍼와 발간자료에 얽매이지 말고 수퍼바이지들이 혹시 ‘만족도의 함정’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또는 ‘만족도의 안정감’ 뒤에 숨어 있지는 않은지 면밀히 파악하고 수퍼비전 주어야 합니다.

복지현장에서는 우리가 실천하는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통해서 참여자가 얼마나 변화되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만족도와 성과는 정비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성과라고 하는 것은 고민하여 세운 목표와 기대하는 방향대로 참여자에게 일어난 변화입니다. 그 작은 변화에 주목하고 그것을 측정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오늘도 콜라자판기 앞에서 고민하는 그대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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